눈으로 볼 수 없고 그림으로 보여줄 수도 없는 장면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 카메라다. 최초의 카메라는 노출시간이 길어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모두 유령같이 희미하게 보이거나 아예 사라졌다. 1838년에 프랑스의 발명가인 다게르(Louis-Jacques-Mandé Daguerre)에 의해서 촬영된 <탕플 대로의 광경>(Boulevard du Temple)을 보면 사람들이 있을 시간에 찍힌 사진 속 거리는 텅 비어있다.

구두를 닦는 남자 단 한 명이 형태가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구두를 닦느라 잠시 움직임이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자면 움직이지 않은 다리는 선명한 반면에 그 사이에 움직였을 상체는 흐리게 나옴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세부묘사로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했던 초기의 사진은 회화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지만 대신 움직임이 없는 고정된 대상으로 한정시킨 다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사진술이 보급된 이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찍으려고 한 피사체는 당연히 사람이었다. 그러나 노출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수 분간 꼼짝않고 카메라 앞에 서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눈을 감고 찍은 사진이 많았다. 한 예로 미국의 발명가인 사무엘 모르스(Samuel F. B. Morse)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찍은 초상사진(Portrait)에서 ‘10분 내지 20분간 문 밖이나 건물의 옥상에서 충분한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은 채로’ 촬영했다고 한다. 이후 카메라 광학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수 년 후에는 좀 더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 렌즈와 감도를 높인 유제의 발명에 힘입어 노출시간은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줄어들 수 있었다.

탕플대로 광경(1838년, 다게르, 부분사진)

의미있는 최초의 순간포착이라고 불릴만한 사진의 피사체는 말이다. 카메라 렌즈의 뚜껑을 열었다가 닫는 시간으로 노출시간을 조절했던 초창기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1887년에 이르러서는 2000분의 1초 이하로 찍히는 셔터로 달리는 말을 촬영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그 속도를 따라갈 감광유제가 없어 결과적으로 노출시간이 부족했기에 말의 세부묘사가 없이 실루엣 형태로만 볼 수 있다.) 12대의 카메라로 달리는 말을 촬영한 사람은 에드워드 머이브릿지(Edward Muybridge)인데 경주용 말을 소유한 한 의뢰자의 제안으로 촬영된 이 사진들 중 한 장은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에드워드 머이브릿지의 말의 움직임(1878년)

말의 네 발이 땅으로부터 공중에 떠 있을 때 발 모양은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대로 네 발이 앞 뒤로 뻗은 상태가 아니라 앞뒤로 서로 모여있는 상태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이다. 지금이야 얼마든지 느린화면으로 볼 수 있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말이 달릴 때의 발 모양이 어떠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 달리는 말을 그릴 때는 네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는 모양새가 보다 보기에 좋고 그럴듯해서 그렇게 그렸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의 짧은 시간으로 인해 볼 수 없었던 것을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장치의 힘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테오도르 제리코의 말그림(1821년)

현재에도 ‘순간포착 장치’는 항상 우리에게 노출돼 있다. 회화는 순식간에 지나가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재현할 수 없었기에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했다. 카메라는 실제 일어났지만 볼 수 없었던 팩트를 보여준 것이다. 카메라의 이런 역할은 지금 과학사진과 스포츠사진에서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을 시선을 붙잡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려 볼 수 없었던 것을 다시 보여주는 카메라의 힘이다.

지금도 짧은 순간에 찍힌 사진을 우리는 ‘극적이다’라고 자주 부른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감정이 담긴 표정이나 춤출 때의 아름다운 포즈와 같은 인물사진부터 맹수가 먹이를 사냥하는 순간의 모습과 같은 생태사진 뿐 아니라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에서의 수많은 드라마같은 장면들을 우리는 카메라 덕분에 보고 있다. 이런 장면은 때로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이런 순간포착의 미학이 담긴 사진들이 회화와 구분되는 사진의 대표적 특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회화는 손으로 그리지만 사진은 손이 아니라 카메라로 그리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