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아일랜드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출처=아일랜드 영상 캡처

# “헉”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굿모닝, 링컨 6-에코.” 침대 머리맡 인공지능이 인사를 건낸다. “수면장애 감지, 치유센터로 가세요. 정신감정 오전 8시 예약.” 아직도 숨이 거칠다. “나트륨 과다 검출, 영양분 조절을 권장합니다.” 소변을 보니 인공지능이 건강 상태를 분석해준다. “외부 오염도 85%, 맑고 화창한 날씨입니다.” 화장실을 나오자 바깥 날씨를 알려주고 갈아입을 옷을 건넨다.

지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의 첫 장면이다. 주인공인 ‘링컨 6-에코’는 스마트팔찌를 차고 있고, 일어나서부터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데이터로 저장되고 분석된다.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다.

영화 <아일랜드>의 배경은 2019년이다. 2017년, 현재 영화 속 기술들은 대부분 실제로 개발됐다. 매트리스나 베게에 들어 있는 센서는 사용자 수면 패턴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기기에 전송한다. 전송된 정보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분석되고, 제품 스스로 건강한 숙면을 취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 앉으면 몸무게와 체온 등의 정보를 자동 인식하고 소변에서 검출되는 당, 온도 등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해주는 변기도 개발됐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착용하고 있는 팔찌는 지금의 스마트워치를 떠올리게 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어가자는 ‘웰에이징(Well-Aging)’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등장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는 수요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을 이끌었다. 핵심은 ‘언제, 어디서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정신·건강·환경 모두 편안하게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Wellness)’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또는 웰빙과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다. 웰니스에 대한 수요는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많은 글로벌 국가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글로벌 웰니스 산업 규모는 3조7000억달러(약 4244조원) 규모로 뷰티, 식품, 의료, 헬스, 여행, 레저 등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태동기인 시장이라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이코노믹리뷰>에서는 최근 웰니스 산업 트렌드는 무엇인지, 국내 웰니스 산업은 어디까지 왔는지, 또 앞으로 갈 방향은 어디인지 짚어봤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웰니스(Wellness)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직장 웰니스(Workplace Wellness)’,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웰니스 관광(Wellness Tour)’,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사회 안에서 관계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웰에이징(Well-Aging)’, 웰니스 산업의 소비 주체로 떠오르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이 사례들은 모두 ‘웰니스(Wellness) 산업’과 관련된 것들이다.

웰니스는 아직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아 각 주체가 내리는 정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에서 ‘육체적, 정신적, 감성적, 사회적, 지적 영역에서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으로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과 건강하고 활기찬 활동을 위한 인간의 상태‧행위‧노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즉 정신‧신체‧환경 모두 편안하도록 균형을 잡는 것을 말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웰에이징’이나 ‘웰빙(Well-Being)’과 같은 뜻이 아닌가 싶다. 모두 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삶을 살자는 맥락이 아닌가. 웰에이징, 웰빙, 웰니스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은 “웰에이징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자는 의미이고 웰니스는 문자 그대로 삶의 편안함과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과거에는 노인이라는 단어에 ‘노쇠해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나이가 들어도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가 가능하고 실제로 그래야 한다는 ‘액티브 에이징(Active-Aging)’이라는 개념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도입됐다”며 “그렇게 사회 참여를 활발하게 하는 노인들을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즉, “노인이어도 사회 참여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본인이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생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웰에이징’의 뜻이다.

웰빙은 심신의 건강을 조화롭게 유지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시장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물질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가지자는 의미였다. ‘슬로우푸드’ 운동이 대표적인 웰빙 문화다.

웰니스는 웰빙이 더 확장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웰니스는 몸과 정신, 활동하는 환경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에 좀 더 가깝다. 웰니스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생활이나 식사에 대한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게 되면 어른이 된 이후에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평소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만성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스트레스는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모두가 직면하는 문제 중 하나다. 정신의 편안함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한다. 또 웰니스를 추구할 수 있는 편리한 환경에 놓여 있어야 한다. 숙면을 취하도록 설계된 침대, 자세가 바르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해 만든 책상과 의자, 미세먼지를 거르고 깨끗한 공기가 순환되도록 자체 설계된 건물 등이 웰니스에서 말하는 환경이다.

전통적인 산업은 주로 공급자 중심으로 분류되는 반면 웰니스 산업은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나뉜다. 소비 주체가 ‘웰니스’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할 때, 그 행동에서 소비가 일어날 때 웰니스 산업이 생겨나게 된다. 소비 주체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액티브시니어, 웰니스 소비 트렌드 만든다

웰니스는 누구나 추구할 수 있지만, 산업 트렌드는 고령 인구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소비에 있어 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제연합(UN)은 2009년 발표한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 오는 2020년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는 국가가 31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최근 노년 인구의 소비 트렌드는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가 이끌고 있다. 액티브시니어는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 생활을 즐기고, 사회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50~60대를 말한다. 액티브시니어는 스스로를 실제 나이에 비해 5~10세 더 젊다고 생각하고 외모·건강 관리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자는 의미의 ‘웰에이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관리’를 목적으로 한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 많은 나라에서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가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나카오카 미에코는 100세에 일본 마스터스 수영대회에서 여자 1500m 부문을 완영했다. 고령자 수영 부문에서 25번의 세계기록을 세운 그녀가 처음 수영을 시작한 나이는 82세다. 미야자키 히네키지는 106세에 고령자 육상 100m 부문 세계 신기록인 29초83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조지나 하우드는 92세의 나이에 시속 200㎞로 낙하하는 스카이다이빙에 처음 도전한 이후 총 세 번의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

웰에이징은 안티에이징(Anti-Aging)과는 다른 개념이다. 안티에이징은 노화를 ‘예방’하는 항노화 측면의 접근이라면 웰에이징은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삶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개념이다. 웰에이징은 웰니스 산업에서 ‘퍼스널 케어’의 한 분야로 분류되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웰에이징이 웰니스 산업을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55~1965년(53~63세) 사이에 태어난 국내 베이비붐 세대는 2024년 우리나라 인구의 35%가량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들의 자산 보유액 비중은 61%로 앞으로 적극적인 소비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베이비붐 세대를 넘어 70대 이상까지도 액티브시니어에 포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액티브시니어 인구는 48% 증가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2020년 액티브시니어의 소비 시장이 약 12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들의 소비 습관이 곧 국내 웰니스 산업의 소비 트렌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국가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