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내우외환이다. 내수 시장에선 점유율이 떨어지고 해외에서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에 빠지고 있다. 신흥국들도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엔 역부족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 경쟁이 워낙 심한지라 뚜렷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뒤숭숭한 시장 환경에 브렉시트·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위기’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만들어가야 하는 법. 현대차그룹의 현재 상황을 분석해 미래를 예측해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과 SK증권 권순우 연구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키워드는 공장, 픽업트럭, 인수합병, 제네시스, SUV 등으로 요약됐다.

현대차그룹이 장기적으로 개척해야 할 시장은

(유지웅 연구원, 이하 유) 장기적 관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개척해야 할 시장은 선진국 지역이다. 미국과 유럽은 최대 규모 자동차 시장을 지녔다. 고가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절대적인 성장률만 본다면 신흥국이 높을 수 있겠지만, 고가차량 판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역은 바로 선진국 시장인 셈이다.

(권순우 연구원, 이하 권) 현재 가지고 있는 지역별 공장 진출과 판매 비중을 감안한다면 신규 시장개척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잠재성장 시장의 경우 관심은 많지만 수요가 급증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장진출을 통한 대규모 투자는 부담요인일 수 있다. 신규지역 증설이 필요하다면 단일 시장만이 아닌 수출의 편의성 여부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인도·멕시코 공장이 대표적이다. 신규보다는 기존 공장의 추가증설을 통한 대응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지는 이유는

▲유지웅 연구원

(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 국내 경쟁업체들의 신차 싸이클이 도래한 점이 가장 위협적인 것 같다. 현대차의 경우 아직까지 SUV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약한데, 메인 모델인 싼타페 역시 이미 출시한 지 오래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SUV 붐이 불면서 주요 메이커들 모두 SUV 라인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경쟁강도가 상당하다.

반면 기아차의 경우 초반부터 RV라인업 확대에 좀 더 역점을 두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에서 지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건 SUV라인업 강화다. 올해 소형 SUV 모델이 하반기부터 출시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현대차가 ‘크레타’라는 모델명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상태라 기대해볼 만하다.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SUV모델이 두 개 더 추가될 예정인데, 여기서 게임 체인저가 나오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권순우 연구원

(권)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경쟁업체의 신차경쟁력 확보가 영향을 미쳤다. 또 한-미/한-EU FTA 체결 이후 관세혜택과 2009~2010년 대비 변화한 환율환경은 수입차에 대한 부담감을 현저히 낮췄다. 현대차는 과거 그랜저를 중심으로 고급 승용차·SUV 시장(혹은 D세그먼트 이상)에서 확연한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 증가로 인해 해당 세그먼트의 점유율이 낮아지게 되면서 존재감을 잃게 됐다는 판단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제네시스 등을 통한 브랜드 가치 상향이 중요한 시점이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 31억달러 투자 발표한 상황. 이후 취해야 할 액션은

(유) 현대차는 트럼프 당선 이후 한화 기준으로 3조6000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어느 부분에 얼마나 집행할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통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조원 수준인데, 이를 포함하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직 미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찌됐건 현대차에 있어 내수시장과 더불어 제네시스 브랜드를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다. 현재 언급된 라인업의 출시 시점을 감안하면 2019년까지는 브랜드 독립이 필요한데, 독립된 딜러망 구축에서 투자가 크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

(권) 31억달러 투자에는 연구개발 등의 비중이 높다고 판단된다. 신규공장 증설에 대한 투자결정이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멕시코 관세에 대한 정책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경우에 따라 기존 공장에 추가증설, 신규 지역에 공장 신설 등의 대응방안이 가능해 보인다. 실질적인 액션을 취하기엔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공장 증설 여부는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사들의 동반진출이 요구됨에 따라 부품사에 대한 정책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공격적인 전략이 있다면

(유) 현대차와는 다르게 미국 빅3 및 일본 업체들은 미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내고 있다. 이들과 현대차의 라인업 중 가장 큰 차이점은 대형 SUV 및 픽업 트럭이다. 기아차 같은 경우에도 한국에서는 인기 차종인 모하비가 미국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SUV와 픽업트럭 전반에 걸친 라인업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픽업트럭의 경우 순전히 북미 전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개발비뿐만 아니라 현지공장 증설까지 동반해야 할 수도 있는 큰 과제다. 미국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할 과제인데, 시점이 문제인 것 같다.

(권) 브랜드 가치 개선, 연구개발 능력 향상, 이미지 쇄신 등을 추진한다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서라도 M&A 추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는 전기차·경량화 등 제조의 영역 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같은 운행능력, 카셰어링 등 소비형태까지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일 업체와 계열사 등의 힘만으로 산업을 주도하기에는 과거보다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인도 시장의 중요성 커지는 상황. 현재 현대차의 성적표를 분석해 본다면

(유) 중국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 GM에 이어 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다. 북경기차와 JV 파트너십을 선제적으로 맺은 것이 다른 글로벌 OEM에 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다. 물론 포드 등 경쟁업체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그동안 부진했던 일본 업체들도 선호도가 상승해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NEV(New Energy Vehicle)의 의무생산 비중을 2018년에는 8%까지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PHEV 및 EV차종 출시가 전무한 상태다. 특히 배터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오닉과 니로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차종들을 기반으로 중국에도 친환경 차종 투입이 조속히 진행될 필요가 있겠다.

인도의 경우 현대차 점유율은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다. 인도의 경우 당분간 지속적인 완화기조의 정책하에 자동차 소비도 강할 것으로 보이는 시장이다. 경제성장률이 중국보다 높고, 인플레이션도 모디 총리가 부임한 이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는 1·2공장에서 연간 65만대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20%는 수출을 하고 있지만, 인도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를 경우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기아차는 인도 수입차 관세가 높아 아직 이렇다 할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다음 인도 공장 증설의 주역은 기아차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권)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적극적이지 않았거나 미진출했던 업체들의 판매 확대로 인해 과거 대비 경쟁이 심화한 상태다. 또 중국 소비자들의 신형 선호현상에 따라 고객-생산자가 체감하는 차량의 노후화 정도가 빠른 모습을 보인다. 신모델 혹은 부분변경을 통한 변화와 다양한 트림의 차종 출시가 필요해 보인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시장 관련 현대차그룹의 대응 속도는 적절한지

(유)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대수는 2015년까지 계속 연 6만대에 머물다가 작년에 1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도 성장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토요타인데, 작년에 프리우스만 해도 연간 100만대를 넘겼다. 현대차 전체 친환경차 판매대수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판매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율주행 역시 자동차 회사에 있어서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현재까지의 대응 속도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않는다. 어차피 자율주행 구현에 있어서는 부품업체들의 역할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기술 자체만 놓고 봤을 땐 글로벌 주요 OEM들의 자율주행차 출시 시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레벨 4·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왔을 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완성차가 직접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GM과 포드, BMW, 다임러를 중심으로 카셰어링/라이드 헤일링 분야의 업체를 인수하거나 직접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제조와 판매에만 치중해 왔던 완성차 업체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카셰어링/라이드 헤일링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침투가 가속화되는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아직까지 카셰어링/라이드 헤일링 브랜드가 없는데, 경쟁 OEM들에 대응하기 위해선 빨리 갖춰야 할 부분이다.

(권)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이 확산되며 다양한 차종이 출시되는 시점이 된다면 충분히 양산차를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경쟁사들의 미래 시장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양산만이 아닌 업체 간 기술우위와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술 시현과 미래전략에 대한 홍보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자동차라는 소비재는 다른 품목과는 달리 ‘고가’이며 10년 이상의 수명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는 구매 시점의 가격과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유해도 좋은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지금 구매하는 차가 향후에도 경쟁력 있는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을 홍보한다는 것은 연구개발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