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주자들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치인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들먹인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치인이 과거를 들먹이지 않고 미래기술을 화두로 삼아 나라의 앞날을 제시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대권 주자들이 내세운 정책들은 대부분 과거에 얽매여 정치적 수사를 나열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권이 제발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주기를 원했다. 그 통에 경제를 앞세운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세기 초반에 선진국들이 성공한 토목사업에 치중하여 강둑 쌓기에 너무 많은 재원을 낭비했고, 디지털 경제의 핵심을 읽지 못하고 자원투자에 매진하다 엄청난 국가재원을 부실투자로 날려 버렸다. 창조경제를 내걸고 집권한 박근혜 정부 역시 창조경제 바구니 속에 담아 실천할 만한 알맹이들을 준비하지 못한 채 4년간 헛창조만 되풀이 하면서도, 정작 대통령은 외모 가꾸기와 패밀리 비즈니스에 몰두하다 창조경제 바구니마저 촛불에 태워버리고 말았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도시건설

대권주자 중 문재인은 한 포럼에서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다. 사물인터넷망 1등 국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곳에 4차 산업혁명기술이 적용될 수 있게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도로, 스마트 도시를 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스마트도시는 시민과 기업, 행정기관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철수는 “4차 산업혁명은 여러 첨단기술의 경계가 사라지는 융합혁명”이라며 정부가 인력양성, 기술개발, 지식 기반의 축적, 규제 완화, 인증, 표준화 등 기반을 닦는 일을 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는 일은 민간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권주자들이 미래에 다가올 기술 충격을 주요 의제로 삼는 일은 경각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며 설혹 지금은 서로 다른 관점을 주장해도 개념이 서로 상통된다고 이해된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이며 디지털경제의 속성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으며 관점에 따라선 새로운 개념으로 삼을 만큼 설명이 완벽하지 않지만 대중적으로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산업혁명은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성과가 급격히 증가한 현상을 일컬은 말이다. 제1차 산업혁명기엔 가내수공업이 공장기계 산업으로 바뀌면서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한 성과를 나타냈고, 제2차 산업혁명기엔 벨트 식 연속생산공법이 공장의 생산성을 급격히 증가시킨 성과를 거뒀다. 20세기 후반기에 전개된 제3차 산업혁명기엔 공장설비의 디지털 자동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로 인한 생산성 증가효과는 이전의 산업혁명기들에 비해 다소 낮다고 일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발달은 대중의 일상을 비약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보면 실질적 체감하는 성과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성과가 미미하게 보이는 이유는 국민총생산(GDP) 등 산업생산을 측정하는 방법이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컴퓨터 성능 발전만 해도 10년마다 1000배씩 향상되었고 스마트폰에서 공짜로 사용하는 앱의 가치가 20년 전에 같은 성능의 가전제품들의 가치로 환산하면 평균 10억원이 넘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 대중이 누리고 있는 삶의 질 향상은 실물경제로 측정만 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 각자가 누리는 경제성장 효과는 수천배만큼 증가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가 지수곡선형으로 증폭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제3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경제로 분석한다. 디지털 세계에선 물질과 생명체 그리고 숫자가 모두 디지털로 인식되고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하므로 결국 이들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디지털 기술로 변환되면 고정비가 낮아져서 추가로 사용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제로(Zero)로 근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거의 공짜로 무한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갖는 ‘한계비용 제로’의 마술은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무어의 법칙과 같은 지수상승곡선으로 가치가 팽창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개인용 컴퓨터, 휴대폰, 인터넷, 소셜미디어, 데이터 저장, 디지털 음악, 디지털 영상, 신재생 에너지, 제조기술, 로봇 기술, 인공지능, 유전자 분석, 합성생물학, GPS 추적기술, 그리고 사물인터넷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마찬가지로 지수상승곡선의 발전모델을 보이고 있다. 지난 30~40년 동안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전통산업의 영역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디지털 기업들이 탄생되어 디지털 플랫폼, 알고리즘, 앱 등을 창조하여 인류문명을 디지털 세상으로 바꿔주고 있다고 리프킨은 설명한다. 이들의 발전 속도나 범위 그리고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까지 모두 지수곡선형으로 증폭되고 변혁을 일으키고 있으며 제3차 산업혁명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제레미 리프킨은 클라우드 슈밥이 주장한 제4차 산업혁명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앞으로 전개될 세상의 변화가 제3차 산업혁명의 연속현상인지 아니면 별도로 제4차 산업혁명으로 구분해야 할지는 중요하진 않다. 중요한 점은 지난 반세기 동안 발전해온 디지털 연결기술이 앞으로 경제, 사회, 정치영역에서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가 더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앞으로 사물인터넷으로 진화한다는 게 리프킨이나 슈밥의 공통된 관점이다. 제조생산공급망, 에너지망, 통신망, 교통망, 도로망, 물류망, 소셜인터넷망, 지식정보망, 농수산유통망, 재난안전시설망, 자원환경감시망, 그리고 의료정보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사회로 진화해 간다고 전망된다. 지금도 전 세계에는 140억개의 센서들이 제조설비, 창고, 도로시스템, 전력공급망, 사무실, 가정, 상가, 건물, 차량 등에 부착되어 연속적으로 주변 상태를 측정하고 관리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앞으론 초소형 센서컴퓨터가 모든 사물에 삽입되어 상태변화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사물인터넷 시대로 변하게 된다. 2030년경이 되면 사람과 자연환경에 삽입되는 센서의 총량이 수천조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금은 컴퓨터 한 대에 여러 개의 센서들이 묶여 있는 센서 망이라면 앞으론 센서 컴퓨터들이 능동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망이 형성된다. 이 또한 사물들이 분석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사물인터넷망으로 진화해 간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이들 지능형 사물인터넷망에서 도출해내는 각종 빅 데이터 정보는 인공지능에 의해 연속적으로 학습되고 해석되어 유용한 지식으로 공유된다. 알려주는 인공지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사물지능은 모든 분야, 예를 들면 지식교육, 물류관제, 농수산유통, 사물유통, 소셜비즈니스, 재난대응, 에너지공급, 자원 활용, 무인교통, 생활오락, 헬스 캐어 등의 지능형 서비스 모델에 적용될 수 있다. 스마트 서비스는 사회 각 분야의 기능 활동을 촉진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되어 스마트 사회의 밑거름이 된다.

 

정부는 인공지능 시대를 미리 대비해야

미국 오바마 정부는 임기 후반기에 ‘스마트 아메리카’를 구현하기 위한 사물인터넷 기술을 전략적으로 추진했고 사물인터넷이 쏟아내는 빅 데이터를 처리해낼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전략을 수립하여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공개했다.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국가전략으로 삼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미국의 민간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기술협력체를 결성하여 인공지능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비하는 공동노력을 다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발간한 인공지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건강, 교육,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가져오고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난제들을 풀어내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스마트 차량, 스마트 건물, 스마트 의료기술, 스마트 정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고서의 권고에 의하면 정부는 산하에 인공지능 위원회를 설치하고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을 모니터링하고 기초 및 장기기술개발을 주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술개발 전략 면에선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 공통으로 필요한 윤리, 안전, 표준, 데이터 세트, 인공지능 개발인력 양성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만한 기초기술들과 인간-기계 간 협력기술 개발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한편 각 산업별로 필요한 응용기술은 민간기관이 주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확산이 혜택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가장 우려하는 점은 노동시장의 혼란이 유발되는 가능성이다. 인공지능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고 주로 자본가에게 편중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미리 인공지능 취급 인력을 양성하고 기존 인력의 재교육 프로그램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리프킨은 사물인터넷이 디지털 경제시스템의 진화된 모습이라고 진단했지만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해서는 특별한 기대가 없었다. 반면에 슈밥은 기존 디지털경제시스템에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사물의 지능이 크게 확장된다고 판단해 인공지능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경우 주변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삶이 크게 달라진다는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급속한 변화를 대권주자들이 국가의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한 변수로 인식하고 이를 대비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갖은 노력으로 실천해 간다면 국민들은 급속한 디지털 기술변화 속에서도 미래의 일거리를 발굴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할 만한 의욕과 힘을 갖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