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대 휘날리는 겨울강변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 이두섭 화백. “강은 내게 있어 침묵에서도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차가운 강바람은 나태한 정신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 된다”라고 전했다.

 

이두섭 화백은 경기도 하남시 남한산성 산 아래 작업실에서 오랫동안 자연과 존재에 대한 화법을 사변적 작품으로 펼쳐 오고 있다. 그의 화실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인근강변을 동행했다.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다 종종 찾아 많은 영감을 얻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모든 것이 정지 된 듯 고요 속 새벽 강을 걸을 때 강에서 만나는 안개와 새와 침묵과 마주하곤 한다. 묵언의 수행처럼 천천히 마음을 내려놓고 멈추면 흘러가는 안개의 촉감이 아스라한 기억처럼 나를 스쳐지나간다”라고 했다.

소재를 찾아 야외를 돌다가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데 작업실로 돌아와서는 가능하면 세상의 모든 일상들을 차단하려 노력한다. 창문을 닫고 어두운 실내에서 세상을 떠돌면서 수집하였던 풍경들을 기억해낸다.

“나의 경우는 말하지 않는 것에서 답을 찾을 때가 많다. 조형, 색채언어를 새롭게 발견해야한다는 집착 때문에 세상의 말들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세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런 방법을 즐기기도 한다. 사유와 풍경을 화가의 눈으로 볼 때 수직과 수평 두 개의 점이 교차하는 지점을 연상할 때가 있다. 그때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안개의 서정을 재현한다. ‘새와 안개’시리즈는 그러한 생각의 흐름 속에서 오랫동안 새벽강가를 홀로 서성였던 산물이다.”

화백에게 작품소재 ‘새’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디에도 갈수 없었던 자유스럽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마당에 날아들거나 나무에 앉아 있는 새들을 보며 막연하게 자유를 상상하곤 했다. 새들과 대화하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강과 바다 그리고 산 너머의 또 다른 산을 동경했다. 작은 방의 창문 곁으로 날아온 새들은 내 의식의 문을 여는 존귀한 대상이었다.”

이두섭((LEE DOO SEOP)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가나인사아트센터, 관훈미술관, 도올갤러리,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개인전을 15회 가졌다. 한일현대작가회전(서울시립미술관. 일본교토시립미술관), 방법전(예술의 전당), 현대미술전(문예진흥원미술회관), 화랑미술제, KIAF, 아트쇼부산 등과 일본, 우즈베키스탄, 몽골, 미국 등 국내외 단체전 150여회에 참여했다.

“해외전시는 작가에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자리이다. 대체로 나의 작품에 대해 즐거움이나 발랄함 같은 평은 듣지 못했다. 지난해 토론토 아르타 갤러리(Arta Galley)개인전 때도 깊은 심연에 쓸쓸함이 있다고들 했다. 그런 느낌이 동양적 사유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나의 답은 그림이라는 도구를 통해 선(ZEN)을 수행하는 과정으로서의 작업이라 답해주었다”라고 했다.

요즈음 들어와 새삼 그림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것을 스스로 질문해 보곤 한다는 그는 “캔버스에 물감을 어떤 방식으로 묻히는가도 즉 페인팅이 그림의 중요한 방식일수도 있다면 나는 최대한 엄숙한 마음을 갖고 작업에 임 한다”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