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짐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렵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특강이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여러 기업들을 방문해보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내부적으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일례로 아웃도어 산업의 경우 과거 일반적인 매스마케팅만으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이 완전히 포화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고객 유지 및 이탈고객의 재구매를 위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전략 수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항공사의 경우에도 경쟁자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CRM 활동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활용에 다시 한 번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기업의 핵심전략에서 CRM은 그 비중이 과거에 비해 많이 작아졌거나 아주 미비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해당 분야에서 일하면서 보면 지속적으로 기업 내부에 CRM 부서가 신설되거나 개편되고 있고, 취업시장에서도 CRM 경력직 채용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은 CRM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지만, 반대로 안타까운 것은 시작에 비해 끝이 너무 미약하거나 허무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현상으로 기업의 CRM 담당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다른 부서로 떠나가거나 아니면 아예 회사를 그만둬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의 CRM 담당자들은 자주 바뀌는 것일까? 이 질문을 CRM 강의 첫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하면, 대부분 명확한 이유는 답을 하지 않지만 그 현상에 대해서는 격하게 공감한다. 그런데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이유를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해결할 명확한 방안들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RM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이유는 CRM을 사전에서 정의하는 것과 같이 완전한 관리(Management)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Gartner Group은 CRM을 신규고객 획득, 기존고객 유지, 고객수익성 등을 위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 행동을 이해하고 영향을 주기 위한 광범위한 접근으로 정의했고, Kumar & Reinartz(2012)는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고객을 식별하고 이들과 상호교류를 하는 전략적 과정으로 고객자산(Customer Equity)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정리했다.

이러한 정의는 CRM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분석과 전략 수립에 기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부 CRM 컨설턴트들은 3×3 이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CRM이 기존의 마케팅 활동과는 달리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즉 3년을 투자해야 3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고객의 생애주기가 잠재고객부터 신규, 일반, 충성, 휴면, 이탈로 이루어지고, 특히 기업의 제품 또는 브랜드에 충성도(Loyalty)를 보유하게 하기까지, 단기간에 성과 측정이 가능한 판매촉진(Sales Promotion)과는 필요 기간이 차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전월 또는 전년 대비 매출액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탄력적으로 수립 및 실행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성과를 위해 특정 부서나 업무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욕적으로 CRM 부서를 만들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비용은 자꾸 들어가니 운영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객의 데이터를 열심히 수집하고 분석해 타부서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지원하는 CRM 담당자가 있는 것이다.

CRM 담당자는 본인이 조직에서 고민의 대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니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업무 진행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나아가 부서의 예산 편성이나 집행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기존에 구축해 놓은 CRM 시스템을 기반으로 문자나 e-DM를 발송하는 정도의 업무, 즉 CRM 부서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을 하다가 공중분해 또는 다른 부서의 하위 조직으로 편입되어 버린다.

CRM은 말 그대로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활동이고, 당연히 오랜 기간 동안 점진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브랜드와 제품에 신뢰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비용이 들어가는 모든 활동에는 높은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가 창출되어야 하며, 이는 조직 내에서의 부서나 개인의 평가에 객관적인 잣대가 된다.

따라서 기업의 CRM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이유는 CRM이라는 업무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고객 정보의 수집과 분석으로만 제한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일부 기업들은 CRM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는 광의적 의미로 정의하고, 다양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CRM 부서와 담당자가 존속하고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분석도 중요하지만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채널을 활용해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가시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캠페인 활동이 필히 동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