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지난해 11월 열린 게임 박람회 지스타 2016엔 어딘지 익숙한 것들이 가득했다. 아톰, 드래곤볼, 스타워즈, 레고, 리니지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처음 방문하는 이들도 낯설게 느끼질 않았다. 유명 IP(지식재산권) 효과다.

지스타 2016이 복선이었을까.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IP의 잠재력에 관심을 보인 건 제법 오래 전 일이다. 다만 IP 활용 효과가 제대로 검증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IP 트렌드가 만개했다.

특히 수십 년 숙성된 글로벌 슈퍼 IP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포켓몬이나 슈퍼마리오 같은 것들 말이다. 익숙한 녀석들의 화려한 컴백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의 활약을 불길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IP 트렌드가 게임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슈퍼 IP, 흥행 치트키?

‘포켓몬GO’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왔다. 미국 나이언틱이 개발한 모바일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게임이다. 현실을 무대로 포켓몬을 잡으러 모험을 다닐 수 있다. 지난해 여름 해외에서 먼저 출시됐다. 국내엔 지난달 2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년 만에 한국을 찾은 포켓몬GO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 7명 중 1명이 즐기는 게임이 됐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포켓몬GO 주간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기준 694만5915명에 달한다. 아이폰 이용자까지 고려하면 700만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는 모두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포켓몬GO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흥행 실적은 어마어마하다. 누적 다운로드 5억건, 매출 1조원 돌파 등 모바일 게임 역사상 최고에 가까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초반 폭발적인 흥행세는 꺾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서비스 국가를 확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포켓몬에 이어 슈퍼마리오도 등장했다. 닌텐도의 본격 모바일 게임 도전작 ‘슈퍼마리오 런’이 지난 1일 국내 출시됐다. 글로벌 출시 2달 만이다.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매출 순위는 20위대에 머물러 있지만 지켜볼 일이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7800만건에 달한다. 포켓몬GO에는 못 미치지만 의미 있는 숫자다.

토종 IP로는 리니지가 있다. 지난해 12월 2개의 모바일 리니지 게임이 등장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그것이다. 특히 레볼루션은 출시 첫달에 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등 역대급 성과를 올렸다.

IP 퍼스트 시대, 무한 서바이벌의 시작?

슈퍼 IP의 파급효과가 검증된 순간이다.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업계가 IP 활용에 주목하는 이유를 “마케팅 비용이 감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IP는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IP 효과를 톡톡히 누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조이시티는 로비오엔터테인먼트의 슈퍼 IP ‘앵그리버드’를 활용해 ‘앵그리버드 다이스’를 개발했다. 조이시티 간판 게임인 ‘주사위의 신’과 앵그리버드를 버무린 게임성으로 글로벌 흥행에 도전하고 있다.

▲ 출처=조이시티

업계의 시선이 IP로 쏠려 있는 시점이다. 기회를 엿보려는 이들이 다수다. 자신들 IP든 남들 IP든 적극 활용해 성공을 거머쥐려 한다. 한편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존재한다. 우려하는 이유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IP 효과가 입증되면서 수요가 급증했어요. 그러면서 판권료가 치솟았습니다. 우리 같은 중소 게임사는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하기 어려워졌어요.”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IP 로열티가 치솟으면서 게임 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까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중소 게임사들이 주목하는 IP 활용법도 있다. 삼국지와 같은 무료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로 앱마켓에는 무수한 삼국지 관련 게임이 등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관리가 되지 않는 IP인 만큼 게임성이 편차가 심하다는 분석이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비록 리니지와 같은 사례가 있지만 “우리에겐 왜 경쟁력 있는 IP가 없는가?” 같은 물음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 안의 IP 콤플렉스가 노출되는 순간이다. 국내 개발사들이 해외 유명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해주는 하청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존재한다.

심지어 포켓몬GO나 슈퍼마리오 런은 해외에서 개발된 IP 게임들이다. 국내 출시 이후 매출 상위권에 꽂히면서 또 다른 위기감을 자아낸다.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가 장악한 것과 같은 상황이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IP 활용 게임이라는 것이 ‘우려먹기’에 불과하다는 시선이다. 새로운 것을 창안하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있다. 슈퍼 IP 서바이벌 시대를 맞아 국내 게임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