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트9와 아이폰7, 출처=플리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제품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 만든 스마트폰은 품질이 낮지만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현재 상황은 변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는 오포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그 뒤로 애플, 화웨이, 비보, 삼성전자, 샤오미 순이다.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성공하자 중국 업체는 고급화로 수익을 높이는 작전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 단가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화웨이, 오포, 비보의 작년 3분기 스마트폰 평균 판매 단가(ASP)는 184달러(약 21만원)로 집계됐다. 비보 218달러(약 25만원), 오포 186달러(약 21만원), 화웨이 148달러(약 17만원)다. 애플은 617달러(약 71만원)로 중국 업체 평균 가격을 크게 웃돌지만 삼성전자는 222달러(약 25만원)로 비슷한 수준이다.

화웨이는 지난달 포르쉐 디자인과 협업해 개발한 ‘포르쉐 디자인 메이트9’의 사전 주문 접수를 유럽서 시작했다. 포르쉐 디자인 메이트9는 1395유로(약 170만원)의 프리미엄 폰이다. 그동안은 중저가 중심 제품을 내놨으나 전작인 P9를 기점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일반 모델과 달리 5.5인치 커브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6GB 램, 256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했다.

기린 960 옥타코어 프로세서, 4000밀리암페어아워(mAh) 배터리, 라이카 듀얼 카메라가 내장됐다. 메이트9 시리즈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 960 프로세서와 화웨이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 최초로 적용됐다.

오포는 젊은 여성을 주 타겟으로 공략하며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생산해 왔다. 지난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인 R9 시리즈를 선보여 가성비와 기능 둘 다 잡았다는 평을 들었다. R9, R9플러스는 지난해 4월, R9s와 R9s 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R9s는 5.5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1080X1920 해상도를 지원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625, 4기가바이트(GB) 램, 64GB 저장공간, 마이크로SD슬롯이 탑재됐다. 배터리 용량은 3010mAh다. 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안드로이드 6.0과 호환된다.

오포R9s 플러스는 6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1080X1920 해상도, 스냅드래곤 653, 6GB 램, 64GB 저장공간이 탑재됐다. 마이크로SD슬롯을 지원하며 배터리 용량은 4000mAh다. 두 제품 모두 전·후면에 1600만화소 카메라와 지문 인식 스캐너가 장착됐다. 오포 R9s는 2799위안(약 48만원), 오포 R9s 플러스는 3499위안(약 60만원)이다.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비보는 오포와 함께 중국 오디오 및 비디오 제조업체인 BBK 그룹의 계열사다. 오포와는 다르게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오포보다는 약간 비싼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오포는 가성비를 기반으로 삼는 중저가 브랜드로, 비보는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스스로를 설명한 바 있다.

비보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플레이6를 발표했다. 1440X2560 해상도에 5.46인치 듀얼 곡면 엣지 스크린을 탑재했다. 많은 유저들이 아이폰과 갤럭시를 섞어 놓은 디자인이라는 평을 내놨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 6GB 램, 128GB의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다. 5.46인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전면 카메라는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1200만 화소와 500만 화소를 갖춘 듀얼카메라가 탑재됐다. 배터리는 4080mAh로 가격은 4498위안(약 75만원)이다.

오포와 비보가 같은 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천밍융 오포 CEO는 당시 최종 의사 결정권자였던 돤융핑 BBK 회장에게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초반에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삼았다면 지금은 성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능을 포기하고 가격에 집중하던 시기는 예전에 지났다는 것. 갤럭시 시리즈와 아이폰 시리즈에 뒤떨어지지 않는 스펙을 자랑하는 중국 업체의 행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