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전기동 가격이 작년 말부터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이같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동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작년 11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전기동 수요 증가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위안화 약세로 인한 헷지(hedge) 수요가 유입되고 투기 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과 1년 사이 전기동(구리)가격 추이>

 
출처=네이버

전기동이란 동광석을 전기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제련한 제품이다. 동(구리) 성분함량이 99.97%~99.99%이며 형태는 쉬트, 봉, 잉 곳, 분말 등이 있다. 주로 전선, 전자 제품용 등으로 사용된다. 구리함량이 주로 99.95% 이하인 경우는 일반 동(구리)이라고 칭한다. 구리는 동의 순 우리말이다.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전기동 수요 개선 기대감

금융위기 이후부터 2010년까지 전기동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전기동 광산 기업들은 생산을 급격하게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공급과잉이 초래되면서 2011년을 정점으로 전기동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고 전기동 광산 기업들 또한 2013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글로벌 구리 광산 기업들의 생산규모(Capex) 추이>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이처럼 적어도 내년까지는 전기동 광산 기업들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전기동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11월부터 전기동 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산업 부문별 전기동 수요를 살펴보면 건설, 기계장비, 인프라 부문에서 전기동 수요가 높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해 전기동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 부문별 구리 수요>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위안화 약세 헷지 수요 유입&투기적 순매수 사상 최대치

한편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나타난 달러 강세가 위안화 약세로 연결되면서 이를 피하고자 하는 수요가 유입된 점도 전기동 가격에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위안화는 변동성이 크지 않지만 만약 위안화의 변동성이 확대되어 약세를 보이게 될 경우 중국 투자자들은 전기동처럼 달러로 표시되는 금속 원자재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기동은 주요 금속 가운데 가장 거래량이 많고 유동성이 높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 헷지 수단으로 선호된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헷지 수요 유입으로 구리 가격 상승>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이로 인해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전기동 투기적 순매수는 작년 11월부터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약세 헷지 수요에다가 연말로 갈수록 중국 부동산과 주식투자의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갈 곳을 잃은 투기자금이 전기동으로 급격하게 쏠렸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동은 다른 금속과 비교했을 때 개시증거금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다.

<CFTC 구리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 추이>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단기적으로는 가격 정체 예상되지만 가격 하방 경직 강화

현재의 전기동 가격은 이미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기동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트럼프 재정정책이 구체화 돼야 하고 이에 따른 수주 확대 등의 개선세가 나타나야 한다. 아직 이같은 부분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전기동 가격의 하방 경직성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동 가격 급등으로 광산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광산에서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공급 차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전기동 생산의 6%를 책임지고 있는 세계 최대 광산인 칠레 에스콘디다(Escondida) 광산의 근로자들은 사측에서 제시한 임금안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다른 광산들도 임금 협상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동 가격 상승세 지속 전망...주요국 확대재정정책, 제조업 경기 개선 기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기동 가격은 계절적인 성수기인 2분기에 접어들면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우 춘절(1월27일~2월2일)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재정확대로 인해 주요국의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구리, 중국 부동산, 중국 주식 투자 수익률>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또한 미국정부는 2017년 연방재정 관련 일정 상 이번 달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포함해 적극적인 행정명령을 시행중인 가운데 예산안에도 이같은 추세가 반영된다면 전기동 가격은 다시 한 번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2017년 미국 연방재정 관련 일정>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서태종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전기동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겠지만 주요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완화정책보다는 확대재정정책으로 선회했다”며 “제조업 경기가 개선되는 큰 그림이 변경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제조업 PMI 지수 추이>

자료: Bloomberg, 한국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