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기기 업계가 완전한 무선 오디오 시대를 향해 분주한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애플이 분리형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공개하면서 업계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에어팟이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디오 브랜드들은 무선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무선 이어폰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헤드폰 제품들도 케이블을 없애고 있다. 아직 유선 제품 대비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추세다.

오디오 브랜드들은 무선화 트렌드에 적극 가담하는 한편 하이엔드 무선 헤드폰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보여줄 방침이다. 경쟁이 촉발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완전한 무선 오디오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애플

유선 음향기기 시대는 갔다?

무선 음향기기가 유선보다 잘 팔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 이어폰·헤드폰 중 75%가 무선 제품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그 비중이 50%였다.

국내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소니코리아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헤드폰·이어폰 시장은 1350억원 규모다. 이중 무선 헤드폰 비중은 2014년 10%에서 지난해 19%로 성장했다. 무선 이어폰의 경우 같은 기간 25%에서 39%로 늘어났다.

소니는 국내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유선 시장에서는 30%를 점했다. 지난해 판매된 소니 이어폰·헤드폰 중 무선 제품의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49%에 달한다. 2015년에는 33%를 기록한 바 있다.

무선 헤드폰은 이어폰 대비 분명한 강점을 지닌다. 국내 음향기기 업계 관계자는 “귀를 감싸주는 이어쿠션과 대형 드라이버를 바탕으로 완벽한 몰입 환경에서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이 헤드폰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소니코리아

무선 헤드폰이 선사하는 프리미엄 사용자 경험

오디오 브랜드들은 무선 트렌드에 올라타면서도 각각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특히 헤드폰 분야에서 이런 흐름이 뚜렷하다. 독보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소니는 ‘노이즈 캔슬링’에서 진화한 ‘노이즈 컨트롤’ 기능을 탑재한 무선 헤드폰 ‘MDR-1000X’을 출시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센스 엔진을 탑재한 제품이다.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원하는 소리만 차단하거나 들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 제품은 특별한 유저 경험을 선사한다. 먼저 ‘퀵 어텐션’ 기능을 지원한다. 헤드폰의 오른쪽 헤드 부분에 손을 대면 즉시 음악 볼륨이 줄어들고 사람 목소리를 들려준다. 주변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와도 헤드폰을 벗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음악과 목소리는 들리게 하면서 소음은 차음시키는 모드도 지원한다.

▲ 출처=소니코리아

고유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무선 환경에서 구현해내는 작업에 집중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뱅앤올룹슨은 최근 무손실 음원을 전송해 무선환경에서 CD 수준의 음질을 구현한 헤드폰 ‘베오플레이 H9’을 선보였다. 뱅앤올룹슨 헤드폰 중 최초로 블루투스 4.2를 적용한 제품이다.

액티즈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갖춰 주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해준다. 덴마크의 유명 산업 디자이너 야콥 바그너가 오버이어(Over-ear) 타입으로 디자인했다. 이어컵이 귀를 완벽하게 감싸줘 ANC 기능과 함께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뱅앤올룹슨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오디오 명가 오디오테크니카도 원음에 가까운 고해상도 사운드를 재현하는 무선 헤드폰을 출시했다. 사운드 리얼리티(SR) 시리즈 3종 중에 2종(ATH-DSR9BT, ATH-DSR7BT)이 무선 제품이다. 오디오테크니카가 새롭게 개발한 퓨어 디지털 드라이브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무선 환경에서 디지털 음원을 전송할 때 발생하던 음질 손상을 없애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디바이스에서 송출되는 오디오 신호를 사운드가 구현되기 직전인 헤드폰 드라이버까지 디지털 상태로 전달하기 때문에 무선 상에서도 원음에 가까운 고해상도 사운드를 구현해준다.

▲ 출처=비츠바이닥터드레

비츠바이닥터드레는 매력적인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비츠 스튜디오 와이어리스 헤드폰 알렉산더 왕 스페셜 에디션’은 패션 브랜드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과 협업해 선보인 스페셜 에디션이다. 비츠 스튜디오 와이어리스 시리즈는 비츠의 시그니처 헤드폰이다. 알렉산더 왕의 손길이 닿아 새롭게 태어났다.

가죽 무늬를 그대로 살린 도브 그레이 컬러의 가죽 소재에 금속 크롬을 포인트로 삼은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듀얼 모드의 음소거 기능을 적용해 자동으로 오디오와 외부 소음 간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특징이다. 최대 9m까지 인식 가능한 블루투스로 제한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비츠바이닥터드레는 지난해 연말 레드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컬렉션엔 블루투스 헤드폰 ‘비츠 솔로3 와이어리스’가 포함된다. 이 제품은 5분만 충전해도 3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패스트 퓨얼 기능을 지원한다. 40시간 재생 배터리, 음악 재생 중에도 통화와 시리 동시 활성화 가능 등을 갖췄다.

▲ 출처=뱅앤올룹슨

에어팟 진영과 경쟁…무선 오디오 시대 눈앞

물론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존재한다. 일단은 가격 문턱이 너무 높다. 소니 MDR-1000X의 경우 인터넷 최저가가 48만원대다.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H9와 비츠 스튜디오 와이어리스 헤드폰 알렉산더 왕 스페셜 에디션은 70만원대에 달한다. 너무 비싼 가격으로 뭇매를 맞은 에어팟의 경우 국내 판매가가 20만원대 초반이다.

음향기기 애호가인 A씨는 “헤드폰은 이어폰과 비교해 휴대성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유선 제품과 비교할 경우 배터리를 계속 충전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라든지 음질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유선을 고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가까운 미래에 무선 음향기기가 유선 제품과의 대결에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에어팟과 같은 무선 이어폰과 프리미엄 성능을 내세운 무선 헤드폰의 대결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쟁과 함께 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무선 오디오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