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츠 E-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폭스바겐의 판매정지에 따라 요동쳤던 수입차 시장이 차츰 안정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17년 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1만6674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2.7% 많아진 수치다.

브랜드간 온도차는 여전했다. 벤츠의 독주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월 수입차 시장의 특징을 숫자를 활용해 풀어봤다.

6848

그야말로 ‘독주’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파죽지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완성차 업체인 쌍용차의 판매량을 넘어설 지경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월 국내 시장에서 6848대의 자동차를 신규 등록했다. 파격적인 숫자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41.07%에 이른다. 한 달 동안 팔린 수입차 10대 중 4대가 벤츠였던 셈이다. 같은 달 쌍용차의 내수 판매량은 7015대. 불과 167대 차이다.

벤츠의 주력 차종은 E-클래스로 브랜드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쌍용차 역시 티볼리가 50% 넘는 판매를 책임지고 있다.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E-클래스는 6090만~9870만원, 티볼리는 1651만~2526만원이다.

▲ 벤츠 E-클래스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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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독주는 모델별 판매에서도 확인됐다. 월간 베스트셀링카 목록 1위부터 5위까지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클래스는 차종별로 1~4위를 모두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2017년 1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벤츠 E 220d(1263대)였다. 가솔린 모델인 E 200과 E 300은 각각 1048대, 780대가 팔려 뒤를 이었다. E 300 4MATIC은 626대로 4위를 기록했다. 5위는 벤츠 C 200(582대)이었다.

뒤를 이은 차종은 포드 익스플로러 2.3(513대), 렉서스 ES300h(438대), BMW 320d(420대), 닛산 알티마 2.5(357대), 혼다 어코드 2.4(353대) 순이었다. 신차효과를 내는 차량이나 ‘반짝 인기’를 누리는 차종 대신 전통적으로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가 강세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베스트셀링카 목록 10위에 이름을 올린 모델 중 가솔린차가 7대였다. 디젤은 2대, 하이브리드는 1대였다.

▲ 출처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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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칼을 갈고 있다. 올해 첫 달 판매량은 여전히 0대. 지난해 11월 이후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주력 차종의 인증이 취소된 이후 아직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투아렉, CC 가솔린 등 그나마 판매가 가능하던 차종은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 그룹 내 ‘0대 클럽’ 멤버였던 벤틀리는 지난달 1대의 차량이 신규 등록돼 폭스바겐보다는 좋은 성적을 냈다.

공정위로부터 373억의 과징금을 맞는 등 ‘진퇴양난’에 놓인 폭스바겐은 올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우선 6일부터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 대상 차량들은 30분 정도 소요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리콜을 완료할 수 있다. 리콜은 무상으로 실시되며, 대중교통 비용 지원 및 픽업 앤 배달 서비스 등 고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리콜과 함께 인증 문제를 해결한 뒤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폭스바겐 측의 구상이다.

48.3

전체 수입차 판매 중 가솔린차의 비중이 48.3%로 나타났다. 이 역시 충격적인 소식이다. 수입차 판매에서 가솔린차가 디젤차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스바겐그룹 부재에 따른 착시효과가 껴있긴 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숫자라는 게 중론이다.

1월 등록 수입차 중 가솔린차는 8058대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80.8% 늘어난 수치다. 점유율은 27.5%에서 48.3%로 뛰었다.

▲ 출처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같은 기간 디젤차는 7147대 등록됐다. 지난해 대비 판매가 35.6% 줄었다. 점유율도 68.4%에서 42.9%로 곤두박질쳤다. 하이브리드차는 1435대가 팔려 8.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수입차 시장은 견인한 것은 디젤차의 힘이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이 ‘빅4’로 군림할 당시 얘기다. E세그먼트 디젤 차량과 디젤 SUV들이 매번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찼다. 다른 브랜드들도 유행처럼 디젤차를 들여왔다. 가솔린을 주력으로 삼는 업체들도 자사 차량에 디젤 엔진을 얹어 판매했을 정도다.

상황이 바뀐 것은 ‘디젤 게이트’ 이후였다. 디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브랜드들은 ‘디젤 마케팅’을 접었다. 새롭게 론칭한 차량들은 ‘디젤차’라는 수식어 대신 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적용했다. 520d, 티구안 등 전통적인 베스트셀링 디젤 모델들이 노후화한 것오 영향을 미쳤다.

17.7

일본차의 판매 점유율은 17.7%로 나타났다. 폭스바겐그룹의 ‘빈 자리’를 일본 차 업체들이 차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입차 판매에서 가솔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 닛산 올 뉴 알티마 / 출처 = 한국닛산

1월 국가별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차가 2952대, 미국차가 1604대, 유럽차가 1만2118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차 비중만 전년 대비 6% 줄고 일본·미국차는 각각 54.6%, 11.9% 늘었다.

점유율 지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에는 유럽 79.4%, 일본 11.8%, 미국 8.8%이었다. 2000년대 후반 일본 브랜드들이 독일차에 밀려난 이래 꾸준히 이어져온 상황이다. 이 역시 ‘디젤 게이트’이후 반전됐다.

256.3

브랜드별 등록대수가 가장 많이 뛴 곳은 피아트였다. 전년 동월 대비 256.3% 늘어난 실적을 보여줬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판매가 16대에 그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 피아트는 모델 노후화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 지난해 신차 500X를 출시했다.

도요타 역시 판매가 222.5% 상승했다. 1월 895대의 자동차를 팔아 5.37%의 점유율을 보여줬다. 이 역시 지난해 물량 공급 문제 등 때문에 판매(275대)가 저조했던 탓으로 분석된다.

닛산은 518대로 99.2% 실적이 올랐다. 시트로엥(72대)과 캐딜락(80대)도 각각 전년 대비 71.4%, 63.3% 상승한 성적을 보여줬다.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도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68.5%, 59.3% 많아졌다.

한편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6848대), 비엠더블유(2415대), 포드(1023대), 도요타(895대), 렉서스(724대), 혼다(684대), 랜드로버(595대), 미니(541대), 닛산(518대), 크라이슬러(501대), 아우디(474대), 볼보(436대), 포르쉐(273대), 재규어(234대), 푸조(164대), 인피니티(131대), 캐딜락(80대), 시트로엥(72대), 피아트(57대), 람보르기니(5대), 롤스로이스(3대), 벤틀리(1대) 순이었다.

배기량별 등록대수는 2000cc 미만 9255대(55.5%), 2000~3000cc 미만 5978대(35.9%), 3000~4000cc 미만 908대(5.4%), 4000cc 이상 499대(3.0%), 기타(전기차) 34대(0.2%)로 나타났다. 구매유형별로는 개인구매가 1만661대로 63.9% 법인구매가 6013대로 36.1%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