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다른 나라보다 약 6개월 늦은 지난 1월 24일 정식 출시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게임 ‘포켓몬 Go’ 다운로드가 1주일 만에 700만을 넘고 실제 게임을 실행한 실사용자도 500만을 넘어서는 등 온 나라가 ‘포켓몬 Go’ 열풍이다.

2016년 여름, ‘포켓몬 Go’가 다른 나라에서 출시되고 화제가 되었을 때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한국에서 속초 일대에 포켓몬이 잡혀 속초행 고속버스가 매진이 될 만큼 화젯거리였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보다도 3배 이상의 시장 잠재력이 있다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 현실에 구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필자도 속초를 방문해 비공식적 루트로 ‘포켓몬 Go’ 게임을 다운받아 포켓몬을 몇 마리 잡고 너무나도 즐거워했다. 휴대폰의 위성 항법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GPS)으로 위치를 측위하는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LBS)에 증강현실(AR)을 결합한 게임으로 앱을 실행하면 포켓몬이 실제 현실 화면 위에 출현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선택한 모습으로 만들어놓은 아바타가 현실에서 필자가 움직이는 곳으로 게임 내에서 따라 이동하며 특정 지역에서 포켓몬을 발견하고, 발견한 포켓몬을 ‘포켓볼’로 포획하면 되는 게임이다. 다른 게임과 다르게 한 장소에 앉아서 키보드의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바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제로 거리를 움직이며 포켓몬이 출현하는 곳을 찾아가야 하고, 또한 포켓몬을 잡는 데 필요한 ‘포켓볼’을 포함한 각종 도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포켓스톱’이라고 하는 곳을 찾아가야 하기에, 그 달성하기 어렵던 하루 만 보 걷기가 아무 것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

마침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설 명절을 맞이해 시댁인 부산으로 가는 길과 부산 시댁 근처에 있는 포켓몬을 다 잡겠다는 포부를 가지고서 부산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택시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목에,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포켓볼’을 확보할 수도 있고 근처에 포켓몬도 많은 ‘포켓스톱’이 많았지만, 너무 빠르게 ‘포켓스톱’을 통과해서 ‘포켓볼’을 획득할 수도 포켓몬을 잡을 수도 없었다. 다시 걸어서 방문하겠다 다짐하면서 차를 타고 지나친 청계천, 시청 근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역과 부산역에 많은 ‘포켓스톱’을 확인하니 수없이 지나치면서도 있는지 몰랐던 조형물과 기념물들이었다. 부산 시댁에 도착해서 빠르게 손님 맞을 준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운동 삼아 포켓몬을 잡으러 부산시청에 갔다. 늦은 시간에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나갔는데, 화려한 ‘꽃가루’가 날리고 있는 ‘포켓스톱’이 대거 포진해 있는 부산시청에 이미 수백명의 사람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포켓몬을 잡고 있었다. 20년 동안 한 해에 몇 번씩 시댁을 다녀갔건만 이렇게 꼼꼼하게 부산시청 일대를 돌아본 적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시청에 모여 있었던 걸 본 적도 없었다.

30마리가 넘는 많은 포켓몬을 잡고 ‘포켓볼’이 떨어져 집으로 오면서 지금까지의 ‘모바일’은 우리를 점점 더 움직이지 않도록 도와주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전화와 문자로 소통이 가능해졌고, 쇼핑하러 나갈 필요도 없게 하고, 옷도, 색조화장품도 직접 몸에 입거나 얼굴에 발라보지 않아도 가상으로 구현이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시작했고, 쇼핑 시에도 이미 써 본 사람들이 친절하게 달아놓은 상품평을 기반으로 쉽게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언제 어디서나 앉은 자리에서 편리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 ‘포켓몬 Go’에 쓰인 증강현실은 현실과 가상을 결합해 재미를 주기에 현실을 찾아 돌아다니게 해준다. 또한 게임 내의 그 현실에 관심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조형물과 근처의 의미 있는 곳들에 관심을 갖게 하고 탐색하고 찾아가게 만들어준다.

구색과 편의성 때문에 온라인 커머스가 지속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포켓몬 Go’가 주고 있는 앉아서 하는 게임의 편의성을 넘어선 찾아다니는 현실의 ‘재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해볼 일인 것 같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집객하기 위해 유통업체는 쇼핑 및 몰링(Malling)의 다양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대형 쇼핑몰을 지속적으로 출점하고 있는데, ‘포켓몬 Go’와 같이 기꺼이 그 매장을 찾아갈 수 있는 재미와 콘텐츠를 매장 곳곳에 숨겨놓고 모바일과 연계해 고객들에게 찾아가게 한다면 고객들은 번거롭더라도 매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받을 수 없는 대박 할인 쿠폰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쿠폰스톱’ 등 매장을 다녀야 할 이유와 재미를 주고, 그 쿠폰으로만 사거나 받을 수 있는 레어템(Rare Item)을 특정 장소나 특정 상품으로 지정하고, ‘쿠폰스톱’의 위치는 강조하고자 하는 브랜드, 신상품, 프로모션 상품, 서비스 등 집객하고자 하는 곳으로 지정해 매장 내 ‘보물찾기’를 증강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매장 내 정확한 지도와 위치 측정(LBS),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정보를 탐색할 때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모바일에 잘 구현해 놓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변화가 없다면 지겨워지고 사용자끼리 정보가 공유되어 혜택만 받고 이탈할 수도 있으므로, 찾는 것들의 위치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변경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포켓몬 Go’도 희귀 포켓몬을 잡을 수 있거나 많은 포켓몬이 출현하는 둥지(Nest)를 약 2주마다 변경한다고 한다.

주인공인 피카츄가 많이 나와 ‘포켓몬 Go’ 성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둥지’ 보라매공원이 회사 바로 옆이다. 지난 6개월 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보라매공원을 피카츄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고(I go), 포켓몬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