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 주머니 속에 넣은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면 저절로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뒤늦게 드러난 기업의 선한 스토리가 바로 낭중지추입니다. 이 낭중지추형 스토리야말로 최고의 홍보입니다. 

# 왼손도 몰랐던 오뚜기의 선한 스토리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선한 행동은 과시하거나 칭찬받는 데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선행도 그랬습니다. 평소 어린이와 장애인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함 회장은 315억원의 개인 주식 3만주를 공익재단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도 당시 밝힌 공시에는 별다른 이유가 적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오뚜기는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통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월 8일에 5명 후원을 시작으로 2001년엔 1000명, 2007년 2000명, 2011년 3000명, 2015년 12월에는 4081명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었답니다.

최근 진행하는 ‘나만의 진라면 굿 체인지를 들려주세요’는 소비자가 ‘진라면’으로 바꾼 이유를 묻는 이벤트인데요. 바로 ‘굿 체인지’의 이유를 묻는 거죠. 굿 체인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브랜드의 선한 스토리가 한몫을 할 수 있답니다.

 

# 손해 보는 제품 생산하는 매일유업의 선한 스토리

매일유업은 생산할수록 손해인 제품을 만듭니다. 바로 모유도 분유도 먹을 수 없는 아기들이 앓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제품입니다. 신생아 6만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선천적으로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모유는 물론 고기, 생선, 심지어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조차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매일유업에서는 이 병을 앓는 유아를 위해 특정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성분을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개발하여 지난 1999년부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 증후군 환아 응원 캠페인인 ‘하트밀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 캠페인은 선천성 대사이상 증후군을 이해하고 환아 및 환아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자는 의미에서 기획한 것으로, 환아 가족을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로 초대해 셰프와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 연구원들이 환아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만찬을 하는 행사입니다.

# 숨은 의인 찾는 LG의 선한 스토리

얼마 전 페이스북에 ‘불 속에 갇힌 초등생 살린 ‘굴착기 의인’에게 LG가 한 일(인사이트, 장영훈 기자)’이란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LG복지재단이 화재 현장에서 굴착기로 초등학생들을 구조한 안주용 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LG 의인상’을 포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재단은 지난 1월에 주택가 화재현장에서 본인의 크레인으로 화마 속 베란다에 갇힌 일가족 5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 원만규 씨와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낸 후 도주하던 뺑소니범의 검거를 도운 이원희, 류재한 씨에게 ‘LG 의인상’과 상금을 수여했답니다. 이렇게 재단에서는 2015년부터 ‘LG 의인상’을 제정해 현재까지 총 34명을 선정해 표창장과 포상금을 지급해오고 있습니다.

오뚜기, 매일유업, LG는 그들의 경쟁사와는 달랐습니다. 경쟁사가 부정적인 여론으로 소비자 불매운동에 시달릴 때, 이들은 ‘뒤늦게 드러나는 선한 스토리들’로 소비자의 환심을 얻고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구축할 수 있었죠. 기업의 선한 행동이 담긴 브랜드 스토리는 굿 체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낭중지추형 홍보 아닐까요?

▲ 오뚜기 ‘나만의 진라면 굿 체인지를 들려주세요’ 이벤트 _ 출처: 오뚜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