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라네즈 지우백화점 매장. 출처=아모레퍼시픽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 진출도 성과를 평가할 시점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글로벌 화장품 시장 성장률을 압도하고 있어 두 기업도 각각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이 지난해 발표한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2015년 기준 지난 6년간 연평균 31.1% 성장했다. 이 중 색조와 스킨케어가 전년 대비 각각 10.9%, 10.4% 늘었다.

이처럼 중국 화장품 시장이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신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업체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교보증권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스킨케어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9년 0.7%에서 2015년 2.8%까지 올라섰고, 같은 기간 색조 시장 점유율은 0.7%에서 5.3%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출처=교보증권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

◇ 아모레퍼시픽, R&D를 통해 중국 시장 공략…LG생건은  '주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1995년. 그해부터 2015년까지 비유동자산 규모만 1766억8000만원에 달하는 누계 금액을 지출했다. 이는 LG생활건강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연구·개발(R&D)에 주력했다. 지난 2014년 10월 중국 상해에 ‘상하이 뷰티사업장’을 신축해 생산·연구·물류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사업장은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중국 현지에 특화된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상하이 뷰티사업장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과 고객에 대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이 2015년까지 중국에 투자한 비유동자산 규모는 174억8800만원 정도.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보다 더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자산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실적이 현저히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3분기 아모레퍼시픽은 약 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LG생활건강은 약 1694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 매출의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이처럼 차이를 보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투자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의 노하우에서도 차이를 보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2년부터 ‘라네즈’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라네즈는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올릴 만큼 인기가 높다. 회사는 라네즈에 이어 2005년부터는 ‘마몽드’를 내세웠다. 마몽드는 지난해 10월부터 백화점, 전문점 채널 외에도 디지털 E-커머스를 런칭해 브랜드 접근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출처=아모레퍼시픽

아울러 ‘설화수’는 2011년 3월 입점해 지난해 기준 매출액 성장률이 전년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니스프리’도 2013년에 중국매장을 개장했지만 현재 매출 비중이 중국사업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16년 4분기 기준 아모레퍼시픽이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의 매장 수 규모는 3818개에 달한다.

브랜드별로 ▲설화수 106개 ▲라네즈 593개 ▲마몽드 2729개 ▲이니스프리 334개 (온라인 4개점 포함) ▲에뛰드하우스 56개다.

그밖에 2015년 입점한 아이오페(IOPE), 려(Ryo)와 헤라(HERA)의 판매망도 확대되고 있다. 아이오페(IOPE)는 2015년 베이징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등 27개 매장을 입점시켰고 려(Ryo)는 중국 437개 지역내 약 3만5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상하이 에뛰드 하우스 FSS전경/ 상하이 이니스프리 전경. 출처=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아직까지 ‘후’와 ‘숨37’ 브랜드 외 별다른 성과가 없다.

‘후’는 지난 2006년 9월 런칭해 2016년말 기준 15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숨37’은 지난해말까지 15개 매장을 열었다. 이밖에 LG생활건강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7년 중국에 진출해 23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페이스샵의 중국 실적은 아직까지 적자 수준에 그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유보금은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보다 비교적 높아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두 기업의 유보금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LG생활건강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으로 LG생활건강은 유보금을 아모레퍼시픽보다 약 1124억원 더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보금은 LG생활건강이 더 많은 만큼 중국 시장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투자에 몸을 사려왔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재 사드 관련 불확실한 이슈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몰리지 않을까 불안감이 휩싸여 있다. 하지만 투자 업계(IB)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한류 열풍이 지속되고 있고 K-뷰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과장된 해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향후 중국 시장 전략에 대해 “브랜드를 다각화하고 온라인 시장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유사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