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5가 왜 시장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지 알아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처음부터 생각해 보세요. LG G5가 MWC 2016에 나왔을 때 분위기 정말 좋았습니다! 혁신! 신선함! 모듈식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한 것이 바로 발상의 전환이었어요. 그런데 위기는 의외로 빨리 왔죠"

 

전화 너머로 몇 번 통화만하다가 전격적으로 만난 그는, 뜨거운 순대국을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말을 이어갑니다. "원래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면 하드웨어적 문제라던가, 소프트웨어의 버그 문제 등이 조금씩 생깁니다. 개발단계에서 잡아내지 못한 오류들인데 문제가 크면 심각하지만 소소한 수준이면 재빨리 고치면 나름 넘어갈 수 있어요. LG G5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모듈식 하드웨어 기기들의 이격 문제가 불거졌죠"

여기까지는 다 아는 일. 말은 이어집니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 중요해요. 결론적으로 LG전자는 SCM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LG전자는 LG G5만 봐도 국내에서 첫 출시한 후 몇 달후 미국,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다른나라에 출시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글로벌 SCM 전략이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수요예측이 잘 않되는 상황에서, 또 부품 공급도 원만하지 못해 시장에 느리게 진출하는 겁니다. 심지어 LG G5는 모듈식이에요. 무려 7개의 부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데 그게 쉽나요?"

바로 나오는 이야기. "삼성전자 이야기를 해볼까요? 삼성전자가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잖아요? 칭찬일 수 있고 멍에일 수 있는데 저는 칭찬이라고 봐요. 삼성전자는 갤럭시 브랜드를 출시하기 전 이미 부품과 출시 전 과정에 정교한 수요공급 예측을 세우고, 브랜드 출시도 세계에 거의 동시에 실시됩니다. 완벽에 가까운 SCM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문제가 불거지면 빠르게 해결하고 오류를 바로잡아요. 부품 경쟁력도 탁월한 상태에서 SCM을 영리하게 돌리고 대부분의 리스크를 초기에 감지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성적이 결정적으로 갈렸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LG G5가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은 SCM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7개의 프렌드를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출처=LG전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생생한 증언. "기자님, 보세요. SCM이 헐거운 상태에서 일선 대리점에는 LG G5가 제대로 수급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팔아야 하는 대리점 직원들이 LG G5를 찾는 고객을 만났다고 생각하자고요. 뭐라고 말할까요? LG G5의 단점을 마구 이야기하며 지금 대리점에 입고된 경쟁사 제품을 권할겁니다. 통신사 인센티브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LG G5 물량이 없는데 당장 다른 거라도 팔아야죠!"

물론 이 말에 100% 동의하지 않습니다. 양쪽의 차이는 가격 정책 및 기능,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접근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혹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정말 SCM이 위력을 발휘했다면 부품 수급 차원에서의 전략도 탄탄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는 아이폰7을 의식해 빠른 데뷔를 노리고 무리한 출시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 출시 전략, 나아가 부품과 출시 단계 전체를 아우르는 SCM 노하우가 한 회사의 명운을 가를 정도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300% 동의합니다. 생산의 효율화와 비용의 절감, 빠른 유연성을 보장해주는 SCM 노하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중국의 샤오미와 비보 및 오포의 차이를 봐도 그렇고, 애플의 팀 쿡 CEO이 공급망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LG디스플레이의 고민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픽셀을 내세운 구글의 간택을 받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패널 생산량을 당장 높일 수 없어요. LG G6는 물론 하반기 LG V30(가칭)에도 OLED 디스플레이 도입은 난망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뭘 믿고?

▲ 출처=아디다스

사실 SCM은 2차례에 거친 세계대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서유럽 제국주의 1세대 국가들이 자국의 생산 물량을 모조리 식민지 때려넣던 시절, 배가 아팠던 후발 제국주의 국가들이 "우리도 해먹자"며 달려들었던 1차 세계대전의 배경에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려는 내밀한 욕망이 있었습니다.

히틀러의 등장으로 유럽이 공포에 질렸을 무렵 경제 호황기에 따른 생산 물량의 급격한 증가와 판매처를 찾지 못해 골치를 썪던 미국이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캡틴 아메리카를 투입해 유럽을 돕고 막대한 군수물자를 판매해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2차 세계대전도 마찬가지에요. 신비한 예언의 힘을 빌어 SCM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망 관리를 건강하게 꾸리려는 각자의 욕망은 가끔 극단적인 세계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사실 스마트팩토리도 SCM과 관련이 있습니다. 스마트팩토리의 상황을 봅시다. 현재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중심으로 정부가 전권을 쥔 상태에서 2013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추진에도 나선 상태입니다. 자국의 제조업 역량을 고도화시켜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끌어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미국은 대기업 주도의 철저한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기존 ICT 전략이 탄탄한 상태에서 GE의 프레딕스가 산업인터넷의 핵심으로 치닫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부품 및 소재의 강점을 살려 엣지 컴퓨팅 전략이라는 우회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어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계 제조업을 선도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제조업과 인터넷의 만남을 매개로 일종의 사람과 기계의 하이브리드 퀀텀점프 모델을 구사한다면(중국의 인터넷 플러스도 여기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 파워를 중심으로 철저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며 맹추격을 거듭하고 있고 일본은 독일과 미국과 다른 일종의 '파르티잔' 전략으로 나섭니다. 그렇다면 목적은? 제조업 혁신? 초연결 패러다임 전략?

▲ 출처=픽사베이

다 맞는 말이지만 SCM 노하우의 고도화도 분명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과의 만남으로 SCM 인프라는 더욱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요. 스마트팩토리가 개발 도상국의 제조공장을 선진시장으로 끌어오는 단면을 보자고요. 극단적인 해석이지만 공급과 수요가 합치되는 지점에 모든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며, 이는 SCM 인프라에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획기적인 격변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이러한 시대가 당장 오지는 않죠. 하지만 SCM, 물류 공급망에 대한 고민은 자율주행차와 초연결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를 제조업으로 규정한다면, 제조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배달의민족으로 음식을 시키려 해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런 이유로 현재 모든 ICT 기업과 그 외 기업들은 SCM의 고도화를 통한 다양한 방법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라스트마일의 사용자 경험을 노동자의 땀으로 때우려는 일각의 시도가 여전히 이어져 '절정의 순간'은 난망하다는 말이 나와도, 이제 '재화를 운용하는 실력'이 곧 모든 사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겁니다. 굳이 한국형 스마트팩토리를 하겠다면, 어설프게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부터 따라가지 말고 이 부분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