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여주려면 연간 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큰 돈이면 큰 돈이고 400조 예산 중에서 조금 떼어내면 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좀 생각해볼 게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노인들에게 한달에 20만원씩 주는 기초연금을 기초생활수급자인 노인들은 못받고 있다. 정부에서 최저생계비를 이미 주고 있는데 최저생계비에 20만원을 더 얹어주면 '낭비'라는 이유다.

20만원 더 얹어줘도 모자라는 노인들인데 그걸 야박하게 뺐다. 그냥 이것도 보태서 생활비에 쓰세요 하고 그분들에게도 기초연금을 드리려면 연간 6천억원이 든다. 그런데 예산이 없어서 못준다.

돈이 없어서 못주는 게 아니라 쓸데 없는 엉뚱한 예산에 밀려서 못주는 것이라는 주장을 여기서 하면 위험하다.

그 말이 일리는 있지만 돈이 있었다면 '쓸데없는 엉뚱한 예산'에 좀 밀리더라도 줄 수 있었던 기초연금이었으니 결국 돈이 없어서 못 준 것이다.

그리고 '쓸데 없는 엉뚱한 예산'은 집안에 출몰하는 바퀴벌레처럼 박멸이 안된다. 늘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거 줄여서 쓰자고 하면 영원히 답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통계마다 다르지만 30만~60만명의 결식아동이 있다. 입맛 없다고 안먹는 애들이 아니다.

아빠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면 엄마가 돈을 벌어와야 되는데 그러면 밥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경우 등이다. 맞벌이 부유층 빼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결식아동만 그정도다.

학교 다니는 기간에는 학교에서 급식이라도 주는데 방학이 되면 아무도 밥 줄 사람이 없다.

이들에게 도시락을 주거나 돈을 주고 동네 식당에서 사먹으라고 주는 돈이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인데 연간 500억원도 안되는 돈을 갖고 중앙정부가 주네 지자체가 주네 싸우다가 삭감되어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삭감되지 않고 예산이 살아남으면 방학 때 하루에 3500원~ 4000원을 준다. 부모님은 하루종일 집에 없는데 3500원으로 밥을 먹으라고 준다.

이들에게 하루에 최소한 두끼는 먹으라면서 1만원을 주려면 연간 1000억원 정도 더 든다.

그래도 이런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이다. 부모없이 보육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1년 365일 나라에서 밥을 주는데 밥 한끼에 책정된 예산이 2500원이 안된다. 4년전에는 그게 1500원쯤 이었다.

북한 어린이들 손가락질 할 때 아니다 보육원 아이들 전국에 달랑 3만명 남짓이다. 하루 1만원씩 식비에 더 얹어줘도 1천억원이면 되는데 그 돈이 없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보육원을 나오는데 이제 집도 절도 없는 사회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데 정착지원금으로 500만원 준다. 이것도 많이 주는 서울이 그렇지 강원도는 100만원 준다. 고시원 없었으면 노숙할 뻔 했다.

이런 청년들이 연간 2천명이다 천만원씩 쥐어 줘도 200억원이면 되는 데 이 돈 빼낼 여유공간이 예산에는 없다.

이런 거 다 해주고 챙겨주고 나서 또 돈이 남으면 대학 등록금 반값으로 줄여주는 정책도 해볼만 하지만 이런 저런 것들은 모르겠고 대학생 등록금이 요즘 이슈인듯하니 그거 절반 줄이는 거는 해보겠다고 공약하는 건 문제가 있다.

대학생 등록금 반값보다 보육원 퇴소 청년 정착금 두 배 공약이 더 절실하다.

등록금은 나라에서 대출이라도 해주지 이들은 돈 빌릴곳도 없다. 나이는 같은 대한민국 청년인데.

누구말마따나 우리나라는 지금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를 논쟁할 수준조차 안되는 복지 수준을 갖고 있다.

전국민에게 100만원씩 나눠주는 공약, 반값 등록금 공약 등이 맘에 걸리는 건 그걸 하자고 하는 정치인들의 충심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 이후의 문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공약 해놓고 나서 그거 지키려면 예산짤 때 분명이 돈이 모자랄 거고 그러면 예산 모자란다고 분명히 뒤로 보육원 애들 식비 줄이고 경로당 난방비 예산 조용히 삭감할 게 뻔하니까 하는 소리다.

그런 예산은 조용히 삭감해도 아무도 와서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