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과 백악관은 연방 규제를 철폐하면 미국의 경제가 크게 살아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각종 연구에 따르면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연방 정부의 규제 건수는 최근 10년 동안 크게 증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규제의 대가와 이익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이질적인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철폐 계획의 성과를 속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자의 상반된 정치적 관점에 따라서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지만, 모든 규제의 영향을 뭉퉁그려 한번에 측정하려 하기보다는 규제 하나 하나를 따로 따로 연구하다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규제의 수를 줄이겠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 서명안에 따르면, 새 규제 한 건이 생길 때마다 기존의 규제 두 건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규제와 그것이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규제는 꾸준히 늘어났다

1887년 의회가 철도 산업의 과열을 규제하고 독과점 개발을 막기 위해 주간(州間) 통상법(Interstate Commerce Act)을 통과시킨 것이 일반적으로는 최초의 연방 차원 규제 법규로 간주된다. 이후 어떤 산업에서는 거의 정기적으로 규제 철폐가 무더기로 이루어졌지만, 미국의 연방 차원의 규제는 계속 늘어났다.

규제가 얼마나 많은가를 어림 추정하는 한 가지 척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거침없이 늘어난 미연방 행정 규칙의 페이지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규제는 늘어날 것이다. 반면, 새 규제를 생각해 내는 것보다 기존 규제를 지키는 것이 더 쉽다. 따라서 또 한 가지 척도는 매년 새 규제 제정 활동이 어떠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를 보기 위해서는 정부가 발의한 규칙과 공시를 발간하는 연방정부 공보의 페이지 수를 연도별로 보는 방법이 있다.

▲ 출처= regulatorystudies.columbian.gwu.edu

이 데이터는 미 영리기업 연구소(Competitive Enterprise Institute)가 연간 발행하는 ‘만계명’(Ten Thousand Commandments)에 수록되어 있지만, 이 보고서도 연방정부 공보 페이지 수를 규제의 양으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편집자 중 한 명인 클라이드 웨인 크루는 “단기 규칙이 비교적 대가가 크지만, 장기 규칙은 치러야 할 대가가 비교적 적다.”고 말한다.

넓게 말하면, 규제의 대가와 이익을 추정하는데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상향식 접근방법’은 각 개별 법규의 추정치를 모두 합하는 것이다. ‘하향식 접근방법’은 규제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을 보여주는 경제 모델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상향식 접근방법

미 연방 관리 예산처(The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는 이미 연례 보고서를 통해 누적 비용-편익을 계산해 의회에 보고하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서 예산처는 규제의 대가가 740억 달러(84조 8558억원)에서 1100억 달러(126조 137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규제로 인한 이익은 이보다 훨씬 높은 2690억 달러(308조 4623억원)에서 8720억 달러(999조 922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예산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므로 본질적으로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공화당이 집권했던 가장 최근 정부인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도, 예산처는 규제의 대가가 규제의 이익보다 훨씬 낮았다(2008년 보고서에서 규제의 대가는 450억 달러에서 540억 달러, 규제로 인한 이익은 1220억 달러에서 6550억 달러).

공화당은 의회에서 모든 규제마다 대가와 이익 분석을 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대가와 이익이 너무 달라서 비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은 식품에 라벨을 붙이도록 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건강의 문제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최신 유행하는 다이어트 문제일 뿐이다.  

또한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1억 달러가 안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분석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규제들이 개별적으로는 작을지 몰라도, 모두 합치면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다.

하향식 접근방법

개별 규제를 직접 상세 분석하는 육탄전을 치르려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하향식 접근 방법은 규제와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관계를 구하기 위해 복잡한 경제 모델을 사용한다.

가장 공격적인 하향식 연구에 따르면, 규제가 매년 연간 경제 성장률을 깎아 먹고 있으며 이것이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져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진다고 주장한다. 규제 반대 입장으로 잘 알려진 조지 메이슨 대학교 머카투스 센터의 한 연구는 22개 산업에 걸친 규제들이 경제 성장률을 매년 0.8%씩 깎아 내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패트릭 맥러그린 교수와 듀크 대학교의 피에트로 페레토 교수와 벤틀리 코피 교수는 “우리가 규제의 정도를 1980년대 수준으로 유지했다면, 2012년의 경제 규모는 25% 더 커졌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GDP에서 4조 달러의 손해를 본 것이고 1인당으로는 1만 3000달러를 손해 본 것이다.

머카투스 연구의 연구원들은 규제가 가져다 주는 이익을 일부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환경의 질을 개선하는 것처럼, GDP 측정에 포함되지 않는 이익을 가져다 주는 규제도 있습니다.”

그런 분석의 결과는 가정을 세우는데 있어 매우 민감하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규제 연구 센터의 2012연구는 이전의 추정에서 세웠던 몇 가지 가정을 수정하면서 통계적으로 볼 때 자신들의 연구가 정치권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 사례

국제적 환경에서는 규제 개선이 경제를 부양시킨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 환경 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의 기업에 영향을 주는 규제를 평가한다. 이 보고서에서 순위가 오르는 것은 경제 성과 개선과 확실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런던 경제학파 연구원들과 세계은행의 2006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가 많은 나라군(하위 25%)에서 기업 친화적인 나라군(상위 25%)로 상승하면, 경제 성장이 연간 2.3% 포인트는 더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규제 개선이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익이 미국에도 적용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은 이미 규제 환경이 좋은 나라 8위에 올라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몇 가지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창업하기 좋은 나라 항목에 미국은 (190개 국가 중) 51위에 불과하다. 건설 허가 취득의 용이성 항목에서는 39위, 세금 납부 편의성 항목에서는 36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도 제기된다. 그런 규제의 대부분은 연방 정부의 것이 아니라 주 및 지방 정부의 규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