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인수위가 긴급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 50선(Priority List: Emergency & National Security Projects)을 발표, 풍력‧재생에너지 송전망‧ESS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를 대거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당선 직후 주춤했던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의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다.

◇여전히 인프라 중심, 에너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지난 주 NBC 등 외신들은 트럼프의 인수위가 긴급하게 투자할 50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들은 각 주들과 협의된 약 300개의 프로젝트 중 투자계획과 자원조달이 실제 진행되고 있어 우선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항들이다.

50개 전체의 프로젝트를 실행하면 1375억 달러의 투자액이 소요되고, 19만3350개의 직접고용과 24만1700개의 간접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도됐다. 50개의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고속도로, 교량, 철도, 항만 등에 치중돼있어 트럼프 정부의 정책 중심이 인프라 확충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50개의 프로젝트 중 8개의 에너지 관련 계획은 일부 수력발전을 제외하고 석탄, 원전, 천연가스 발전 등에 관련된 것은 없다. 반면 50억달러의 글로벌 최대 풍력발전 단지 건설 프로젝트(Chokecherry and Sierra Madre Wind Energy), 두 건의 55억달러 풍력 송전망 투자(Plains and Eastern Electric Transmission Lines/TransWest Express TransmissionLines),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저장장치와 발전망 현대화 프로젝트 같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들이 대거 포함됐다.

자료: The Hill, 유진투자증권

◇관건은 일자리 창출 능력

트럼프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고용 확대, 재생에너지, 전기차, ESS 등 투자 확대 지속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트럼프의 50개 긴급 투자 프로젝트에 풍력 등 신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들이 대거 포함된 반면, 화석 연료와 관련된 투자가 없는 것은 화석연료 관련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현실화돼 일자리를 창출 할 능력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현재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석탄, 화력 등 기존 에너지원의 발전단가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것을 말하는 용어)를 달성한 상태다. 석탄, 원전의 발전단가보다 낮아져있고 심지어 천연가스 발전과도 경쟁이 가능한 상태다.

<미국 발전원별 발전단가>

자료: LAZARD, 유진투자증권

재생에너지원들의 발전단가 하락이 기술발전으로 진행되고 있어, 화석연료 에너지원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경제성을 갖추지 못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에 돈이 모일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초 기준 미국의 석탄산업 고용 인원은 풍력이나 태양광 고용인원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발전원별 관련 산업 고용현황(1Q16 기준)>

자료: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유진투자증권

최근 미국 전기차 업계를 보면 어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지 결정하는 것이 전체 고용증가와도 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완성차업체들이 해외로 이전한 공장을 인수해 고용을 유지한 테슬라(Tesla)에는 현재 미국 전역에 약 2만5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외 수많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과거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공장을 인수해 시장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정책의 주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내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신에너지 관련주 트럼프 공포 가라앉나

트럼프 당선 후 국내 재생에너지, 전기차 관련주들의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이 신에너지 관련업체들의 성장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선 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주가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핵심 부품인 동박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2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다. 우리산업 또한 전기차용 고전압 프리히터와 전력센서를 생산해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정책방향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에너지원보다는 성장성이 높아 많은 고용창출이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의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도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풍력, 태양광, 전기차, ESS 등 신에너지 산업은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들이다. 이 산업들을 육성하기 위한 인류의 지난 30년 이상의 노력으로 이제 ‘돈이 되는 산업들’이 된 상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보다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은 없다는 것을 트럼프만 모를 리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