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최근 사명을 바꿨습니다. 당초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였던 이름을 ‘테슬라(Tesla)로 바꾼 것입니다. ‘자동차’를 과감히 버렸습니다.

예견된 일입니다. 이미 2016년 6월 웹사이트 주소를 변경했거든요. ‘테슬라모터스닷컴’에서 ‘테슬라닷컴’으로 바꾼 것이 골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빠졌습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사업 영역을 단순히 전기차에 한정짓지 않겠다는 것이죠. 이들은 이미 태양광 업체 솔라시티를 합병했고, 파나소닉과 함께 거대 리튬이온 배터리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입니다. 태양광 패널은 물론 에너지저장시스템(ESS)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엘론 머스크는 사기꾼 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간 고객과의 약속을 너무 많이 어겼거든요. 대부분 공약 실현은 수개월에서 몇 년까지 걸렸고, 신차 출시 시기도 제대로 맞춘 적이 없습니다. 모델 3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신생 기업이니까’라는 이유로 이 회사를 옹호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큰 그림’이 너무나 완벽해 보이거든요.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와 여기에 친환경 방식(태양열)으로 연료를 보급하겠다는 구상 말입니다.

▲ 자료사진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아픈 지구를 위해 인간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보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죠.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활시위를 당기고 각국은 환경 기준을 강화하며 업계와 분위기를 맞추고 있습니다.

초창기 눈치 싸움에 한창이던 제작사들도 대부분 시동을 걸고 출발 채비를 마쳤습니다. 다임러가 100억유로를 투자하고, 현대차가 신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갱신·파악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아직 경쟁력은 형편없습니다. 가성비는 최악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현재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혈세입니다. 환경부는 2017년 1만4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세금을 2642억원 쏟을 예정입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큰 그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무조건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전기차는 태생이 다릅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내연기관차의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해도 지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전제에 다수가 동의한 결과입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게 물론입니다. 현실을 지켜보면 의문부호가 생깁니다. 한전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력 중 64%는 화력, 31%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많아질수록 이들 발전소가 더욱 많이 돌아가야 하는 셈입니다. 친환경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들 발전소에서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황산화물(SOx)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의 순서가 잘못된 것입니다. 차는 보급하려 하면서 에너지(연료) 생산에 대한 고민은 안합니다. 친환경을 외치며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했는데 원전·화력발전소만 늘어날지 모릅니다. 영화 <판도라> 속 눈물을 돈 주고 사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기존의 ‘자동차’라는 패러다임에 맞춰 보급하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차는 내 눈앞에서 가스를 뿜지만, 전기차는 아니니까’라는 유아적 발상입니다.

다시 테슬라에 이목이 모입니다. 약속을 매번 어기고, 자금난에 허덕이면서도 ‘큰 그림’은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천장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전기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속도가 붙을지도 모릅니다.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차량 교체가 아닌, 에너지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작업인 것입니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를 버려야 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