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KT가 주축인 K뱅크가 지난해 12월 1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으며 1992년 평화은행 후 무려 24년만에 새로운 방식의 은행 탄생을 알리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핵심인 카카오뱅크도 올해 1분기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지만, 핵심인 은산분리 원칙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팽팽하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주장과 굳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기정사실이며, 국내 핀테크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전제는 모두가 공감한 상태지만 최초 발화점에 대한 인식은 각자 180도 다르다. 귀추가 주목된다.

굳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없어도?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전해철 의원실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주최로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문제 진단 토론회가 업계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은산분리에 대한 각자의 이견을 여실히 보여주며 지루한 공방전만 벌였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당초 카카오와 KT 등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서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는 기대감을 안고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의 은산분리 규제는 은행업에 있어 산업자본의 지분을 4%로 묶어두는 것을 골자로 하지만, 이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용할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은행법 개정안이 속속 발의된 것도 이러한 기대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올해 본인가를 마치고 본게임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요원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야당이 산업자본의 50%는 어려워도 34%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기는 했으나 지난 2일 토론회에서 읽힌 야당의 분위기는 다시 강공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이학영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여줬다.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 전성인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무리하게 시도할 경우 기업이 당장 유동성 위기 등에 처하거나 정치권의 외압이 들어오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 나선 김성진 참여연대 변호사는 "굳이 산업자본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등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려면 저축은행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혁신은 다양한 문제를 낳는 법"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핀테크 사업의 세계적인 변화를 놓치자는 뜻이냐"고 강조했다.

핵심은 무엇인가 지난 2일 토론회를 면밀히 살피면 재미있는 키워드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야당의 입장 변화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한 논의를 거치면서도 일정정도 '완화'에 방점을 찍어온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전면적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일종의 특례법 방식으로 한시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대목이 의미있는 이유다. 즉.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최소한 인터넷전문은행에만 특화된 방식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야당이 산업자본 비율을 34% 선에서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도 나름 의미있는 전진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모든 것을 망쳤다. 소위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며 공인되지 않은 정치권력이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들을 모조리 '건드는 사태'가 벌어지자 야당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 규제에 대한 회의감이 급속도로 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한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KT와 카카오가 전사적으로 나선 것 아니겠나"며 "이런 분위기가 최순실 사태로 180도 돌변했으며, 특히 야당의 경우 발작적으로 경계하는 원인이 됐다"고 토로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상관관계에 대한 미묘한 포인트도 중요하다. 지난 2일 토론회에서 김성진 참여연대 변호사가 던진 "중금리 대출 등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고 한다면 저축은행처럼 해도 된다"는 발언의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없어도 인터넷전문은행은 문제가 없다는 대목. 사실 법적인 측면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없어도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은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분이 낮은 카카오와 KT의 입장에서 ICT와 은행의 융합 사업 방식을 현재의 컨소시엄 형태에서 얼마나 힘있게 끌고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의 핀테크 사업 핵심은 금융이 아닌 ICT 업계가 끌고가고 있으며, 카카오와 KT는 이러한 바람을 타고 인터넷 사업자, 통신 사업자의 자격으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핀테크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이르면 카카오와 KT의 '자신감'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당연히 그 자신감은 지분율이다.

두 번째는 "중금리 대출 등으로..."라는 발언의 저의다. 물론 다른 강점을 말하기는 했으나 이런 발언은 위험하다. 중금리 대출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 중 하나는 분명하지만 더 근본적인 경쟁력은 비대면 및 온라인 전략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 전반의 생활밀착형을 빠르게 전개시킬 수 있으며, K뱅크도 다양한 시너지를 보여 줄 수 있다. 나아가 홍채인식기술 및 생체반응형 솔루션으로 더욱 편리한 금융 서비스도 가능하다.

중금리 대출 자체를 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솔루션 고도화가 기대된다. 현재의 국내 중금리 시장이 사실상 일본계 자금에 종속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 낮은 대출이자를 바탕으로 승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에 들어가는 제반비용을 온전히 서비스 자체에 집중시킬 수 있다.

현재 국내 중금리 시장은 일본계 자금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가운데 시장 자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고금리와 저금리의 어딘가’ 정도로 중금리 시장의 정의가 다소 애매하게 매겨진 가운데, 결국 해당 시장의 주도권은 신용등급을 명확하게 따져보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중금리 시장에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날카롭게 다룰 수 있는 은행은 낮은 금리적용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진다. 결국 빅데이터와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신용등급 솔루션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효과'에 대한 기본적인 의구심과도 연결된다. 지난 2일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론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자본금의 경우 단기적으로 보면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인터넷 기술의 활용이 그 자체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365일, 24시간 언제나 비대면 등으로 접속할 수 있으며 ‘빠르고 확실한 사용자 경험’의 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물론 그 경쟁력에는 LBS와 같은 강력한 IT 인프라가 덧대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결론적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쪽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은산분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가능성도 타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핵심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따른 산업자본의 횡포가 포인트지만 이 부분이 주장의 몸통이라면, 가치 평가의 문제와 소위 저축은행식 접근법은 몸통을 있게 만드는 손발인 셈이다.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물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쪽도 헛다리를 잡고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은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을 끌어내려고 하지만 반대편 주장의 핵심은 결국 산업자본의 횡포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나름 이어지고 있으나 더욱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가능성 논쟁? '지금 그럴 때가 아니네' 물론 은산분리 규제 자체가 의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산업자본의 횡포를 막기 위한 야당과 참여연대의 주장도 분명 설득력이 있으며, 비록 한시적 특별법이라고 해도 이를 계기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 기조가 번지게 되면 제2의 최순실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핀테크의 핵심이 금융이 아닌 ICT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현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면 그에 걸맞는 규제 완화가 신중하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 원초적 논쟁이 은산분리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업계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라는 논쟁은 의미가 없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없으면 현재 핀테크의 흐름과 완전히 동 떨어진 이합집산의 방황이 이어질 것이며, 우리는 아직도 이를 둘러싼 기회비용의 주판알만 튀기고 있다.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