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두통이 꼭 뇌가 문제가 아닐 경우에도 생길 수 있고 생각지 못한 목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처럼 아픈 부위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부위이기 때문에 겁부터 덜컥 나고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곳이 또 있는데, 바로 가슴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 가슴 속에는 심장과 폐라는 중요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장기가 들어있지요. 그래서 복부와는 달리 갈비뼈로 이루어진 흉곽으로 다시 한 번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폐 외에도 위식도 역류질환, 흉부 대상포진, 유방의 질환, 심지어는 공황장애 등에 의한 정신적 원인으로도 가슴에 통증이 올 수 있습니다.

일단 가슴이 아프면 심근경색, 대동맥박리, 폐색전증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의 질환이 염려되어 응급실까지 찾게 되고 진단을 위해 수많은 검사와 비용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생명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장이 원인이냐 아니냐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때는 통증의 양상, 나이, 연관된 증상, 과거 병력이 중요합니다. 가슴 한가운데 흉골 안쪽이나 상복부의 통증, 조이고 무거운 느낌으로 점차 악화되는 양상, 그리고 흉골 주위와 팔, 어깨, 목 등으로 통증이 퍼지는 방사통의 소견이 있을 때는 심전도, 심초음파, 관상동맥 조영술등 같은 심혈관계의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심장의 문제가 아니라면? 실제로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원에 오는 가슴 통증 환자들 중에 심장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70~80%에 육박합니다. 그리고 그중 반 이상이 ‘뼈나 근육’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직접 외상이 있는 경우는 갈비뼈 손상을 생각할 수 있지만 외상도 없다면 가슴 쪽은 근골격계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슴은 크게 아프진 않지만 그래도 큰 병은 아닐까 우울한 기분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지요.

가슴의 뼈는 크게는 등의 척추와 앞 가슴 한가운데의 흉골의 두 기둥이 있고 그사이를 타원 형태로 각각 12개의 갈비뼈가 좌우로 연결되어 둥근 흉곽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갈비뼈와 갈비뼈는 그 사이에 신축성 좋은 늑간근육이 위아래로 연결되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이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움직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가슴의 앞쪽은 인체에서 대표적인 큰 근육으로 남성미를 상징하는 대흉근과 소흉근이 위치하고 옆구리 쪽으로 넘어가면서 톱니 모양의 전거근이 위치합니다. 특별히 사용한다는 느낌 없이도 항상 우리 몸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일꾼이라서 손상이 있으면 숨 쉬거나 기침할 때처럼 너무도 당연한 행동이 불편해집니다.

이런 뼈와 근육 문제로 생긴 가슴 통증의 가장 큰 특징은 국소적인 압통점, 즉 눌러서 아픈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특징과 그 압통점이 생기는 위치가 어떤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아픈지 알게 해주는 구별점이 되지요. 따라서 직접 혹은 간접적인 외상이 있는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부위의 무리한 사용이나 익숙지 않은 운동이 있었는지, 반복적인 기침은 없었는지 확인해보고, 신체검사와 영상 장치를 이용해 골절이나 힘줄의 손상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서 근골격계가 원인이 되는 가슴통증을 확인하게 됩니다.

근골격계가 원인으로 생각될 경우에는 먹는 진통소염제와 물리치료 및 도수치료를 시행하고 해당 부위에 직접 압통점을 찾아 주사치료로 풀어주기도 하며, 해당 부위를 담당하는 신경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라면 그 신경을 찾아 직접 치료하기도 합니다. 가슴에 주사를 맞는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때로는 원인 부위를 직접 치료하는 방법이 더 빠르게 통증을 해소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슴의 통증은 원인에 따라 위급성, 심각성, 통증 정도의 편차가 매우 큰 만큼 평소 앓고 있는 병력, 약물의 복용 여부, 직접 외상이나 과도한 움직임이나 기타 다른 동반 증상은 없는지 꼼꼼히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갑작스런 가슴 통증에 지나치게 불안해 하지 말고 심장이나 폐가 안 좋은 경우는 생각보다 드무니 경험 많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