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이 모든 사업자에게 황금알을 가져다주는 전성기는 이미 지나갔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처럼 말이다. 아쉬운 건 관련 업계가 스스로 이러한 결말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잘되는 사업이라고 하니 무분별하게 특허권을 남발했다가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결국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의 끝에 다다른 ‘천수답 정책’이었던 것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면세점이 이제는 ‘거둬야 할지, 혹은 버려야 할지’ 고민이 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잘 되는 유통 사업으로 저성장 기조에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면세점이지만, 올해부터 서울 시내에 총 13개의 면세점이 운영되면서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분별한 특허권 남발에 면세점 경쟁력은 떨어지고, 선택의 기회가 넓어진 명품 브랜드의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기반이 부족한 신규 혹은 중소면세점은 적자에 허덕이며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위기론’은 현실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4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면세점이 경영난으로 매각 위기에 처해 있다. 동화면세점 측은 호텔신라가 최대주주가 돼 면세점을 운영권을 넘기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지만,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을 맡아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돈벌이가 안 되는 사업’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신규, 중소·중견면세점인 두타와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등은 모두가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물론 업계 1, 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는 대기업 운영 노하우와 막대한 자본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두 기업은 작년에 각각 5조9700억원, 3조325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체 면세점 매출의 7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시장 독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해졌으며, 서울 시내 면세점이 2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시장 과포화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업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번 동화면세점 매각설은 면세사업 위기론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안은 딱히 없어 보인다. 각 면세점 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유입 하락으로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와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모든 업계 마케팅 전략이 특징 없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점 선정을 두고 각자 자신이 사업자를 정하겠다며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의 힘겨루기 때문에 이미 3개월이나 늦어진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중단 상태다.

우리나라 면세점 경쟁력과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면세점 자체의 경쟁력도 없고, 면세점 정책도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칭찬할 게 없다. 그런데, 뚜렷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