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어 페이스북도  2017년회계연도 1분기(2016년 10월~2016년 12월) 깜짝 실적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모바일 사용자 급증과 동영상 서비스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783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치우며 승승장구하는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과 인도 시장에서의 비전 약화라는 확실한 한계를 보여준 상태에서, 페이스북도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한방'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이어지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제 영광의 순간에서 도전의 계곡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는 논리와도 연결된다.

▲ 출처=플리커

페이스북, 스냅챗에 밀린다더니...`어닝 서프라이즈`

페이스북은 1일(현지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 월이용자수(MAU) 18억6000만명, 순이익 36억달러, 매출 8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MAU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며 하루 기준 모바일 사용자 수가 평균 11억50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의 인구가 약 13억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월 기준 페이스북 월드의 거주민이 더 많아졌다.

순이익도 쾌조다. 직전 분기 20억6000만달러, 전년 동기 15억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줬다. 매출의 경우 직전 분기 70억1000만달러, 전년 동기 58억4000만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발전이다.

▲ 출처=페이스북

먼저 MAU를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SNS 기업이라는 특성에 집중하면 페이스북 실적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다.

18억6000만명의 MAU를 기록한 지점은 SNS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쏠림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하루 기준 모바일 이용자의 숫자가 11억5000만명에 달하는 대목은 페이스북이 웹 시장의 축소와 모바일 시대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뛰어넘었다는 의미다. 

콘텐츠 알고리즘을 수시로 바꾸고 다양한 B2B 상품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이용자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비웃는 성적이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MAU만 있어도 순이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최악의 상황도 장기간 버틸 수 있다. 페이스북의 비전이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스냅챗과 같은 신형 SNS의 등장으로 올드 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휘발성 메시징 플랫폼을 내세운 스냅챗이 30대와 40대, 50대의 페이스북 성장세를 빠르게 추월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예언이 몇 년간 변죽만 울리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끝없는 성장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MAU라는 기본적인 무기를 장착했다고 해도, 실 사용자의 1인당 매출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29% 하락한 부분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뉴스피드에 광고를 늘리는 실험을 중단한 상태에서 실제적 수익 감소와 더불어, 저변 확대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1인당 매출 증가율이 떨어진 대목은 글로벌 진출 확대에 따른 나비효과이기 때문이다.

일단 페이스북이 인터넷 개발 도상국에 페이스북 라이트 등을 보급하며 일종의 운영체제 실험을 시작하는 것은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미국 사용자의 매출이 소폭 떨어진 가운데 개발 도상국 사용자들도 큰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완급조절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의 외형적 확대를 꾀하는 것은 좋지만 믿었던 선진 시장의 경제상황이 나빠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영업비용을 소모하며 개발 도상국의 얇은 지갑을 노리는 승부수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깜짝실적을 냈지만, 양이 아니라 질에도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순이익의 경우 거칠것이 없다는 평가지만 디지털 광고시장 자체의 문제가 있다. 현재 디지털 광고 시장의 맹주는 구글. 여기에 아마존이 거칠게 치고 올라오고 있으나, 현재 페이스북은 초연결의 기조를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4분기 페이스북 모바일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해지는 한편, 페이스북 입장에서 100% 올인하기에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로이터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스 프로젝트 2017'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 광고시장은 176억달러에 달했으나 구글이 95억달러 이상을 독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도 34억달러를 점유하고 있지만 포털을 내세운 구글이 절반 이상을 독식한 대목이 부담스럽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페이스북 입장에서만 보면 구글은 정면승부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페이스북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구글과 대결하며 소모전을 펼치지 말고 차라리 기존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광고를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 수익화에 나서는 한편 애플 TV를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타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러한 시도는 현재 진행형이다. 비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TV셋톱박스 전용 앱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가 이를 두고 유튜브와 비교해 눈길을 끈다. 더버지는 “유튜브는 이용자가 보고 싶은 영상을 미리 생각한 후 검색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페이스북 셋톱박스 앱은 독점적으로 라이선스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타진 및 라이브 스트리밍 독점 실험까지 거듭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나름의 활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선뜻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과 광고 전쟁을 전향적으로 벌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중계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하는 실험과,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전통적 광고 물량을 가져올 수 있는 페이스북의 영업력이 핵심으로 보인다.

▲ 출처=페이스북

눈부신 성과, 넘어야 할 산
페이스북의 MAU와 순이익, 매출은 모두 고무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수익적 차원에서 이용자 저변 확대의 기술적인 완급조절이 필요하며, 주익원인 디지털 광고시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확장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알고리즘 변경에 대한 사용자 경험의 질적인 측면과 비대해진 조직의 역량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후자의 경우 오큘러스의 불안함으로 읽을 수 있다. 최근 가상현실 시장이 생각보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도 덩달아 주춤하고 있다. 799달러에 달하는 비싼 기기라는 점은 기어VR처럼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HMD 타입의 가상현실에 밀려 매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질적인 측면에서는 게임을 활용한 소니의 PSVR과 바이브 등의 공세에 길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 출처=페이스북

심지어 기술 도용으로 5억달러의 배상금까지 물어주게 생겼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댈러스 연방 법원은 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제니맥스미디어(ZeniMax Media)에 5억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제니맥스 기술최고담당자였던 존 카맥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로 이직하며 기술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샤오미를 떠난 휴고 바라를 오큘러스의 부사장으로 야심차게 영입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상승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소셜VR의 가치를 통해 SNS의 연결성을 모바일이 아닌 가상현실에서 찾으려던 마크 저커버그의 실험이 약해지고 있다. "가상현실은 미래 소통의 플랫폼"이라는 명제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마크 저커버그의 사업적 비전이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변수들이 MAU를 내세운 페이스북의 선 굵은 행보에 무난하게 덮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바일에서 초연결의 시대로 나아가는 현재, 페이스북은 "새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스스로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현재의 영광에서 도전의 계곡으로 뛰어가, 다시 영광에 서면 그만이다. 페이스북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