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은 산업원자재인 구리의 가격에 민감한 사업구조를 지닌 그룹이다. 따라서 구리 가격의 상승은 판매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재고평가손익에도 플러스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LS의 분기별 구리 가격 추이와 기타영업손익 관계는 상당히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구리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LS전선은 종속 기업 중에서 가장 큰 매출감소폭을 기록했고, 수익성도 부진했다. LS전선과 사업구조가 비슷한 LS아이앤디와 LS산전도 마찬가지로 매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LS아이앤디는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수익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구리 가격에 영향을 받는 동제련은 귀금속 가격 상승이 구리 가격 하락의 영향을 희석시켰다.

지난 2016년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으로 볼 때, 구조조정 일단락 등 일회성 비용부담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직전년도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

한편 키움증권은 LS의 4분기 영업이익을 1339억원으로 추정, NH투자증권 전망치보다 159억원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증권사의 추정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1041억원을 모두 상회하는 수치로 이는 최근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전망 개선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 출처:한국거래소

구리 가격은 LS그룹의 계열사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구리 가격의 방향성은 결국 ‘LS 주가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LS의 주가는 구리 가격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LS그룹에 대한 전망과 주가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구리 가격에 대한 전망은 필수다.

CME그룹은 지난 1994년에서 2014년 사이에 구리 채광이 두 배 늘었으며 2015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거나 계속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구리 공급량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구리 채광의 수익성이 말해준다. 2011년에서 2014년 사이 구리의 파운드당 생산비용은 약 2달러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2011년 구리 가격은 평균 4달러 이상이었고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는 파운드당 3달러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물론 이후에도 구리 공급이 지속됐던 이유는 수익성이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평균 구리 가격은 2달러50센트로 낮아졌으며 2016년 초 생산가격 수준으로 내려왔다. 구리 가격이 생산비용 수준에 다다르자 그 하락세가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는 유가다. 일반적으로 채광산업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따라서 구리 생산 비용이 감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수요공급측면에서 구리 공급량의 감소로 가격 하락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 지난해 초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한 유가는 구리 생산비용을 다시 증가시켰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구리 가격 상승 전망을 논할 수 있는지 문제다. 구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서부텍사스유(WTI)로, 가격은 미국의 직접적인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자립을 통해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은 구리 생산비용 전가에 이은 구리 가격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 구리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단연 생산량은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구리 가격을 견인할 수 있는 요인은 수요증가뿐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구리 가격이 급등한 이유가 그의 공약 중 하나인 인프라투자에 반응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구리 가격의 동향을 보면 트럼프 당선 당시의 가격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기대감’에 따른 반응이라 할 수 있으며 현재는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LS, ‘유지’하며 ‘변화’한다

LS의 전망이 구리 가격 동향과 밀접하다면 지난해 4분기, 그리고 현재 기준으로 올해 1분기는 다소 양호한 실적전망이 예상되나 문제는 그 이후다.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성장에 유효할 것인지 의문인 상황에서 LS그룹이 구리 가격에 의존하는 성장전략을 추구한다면 ‘트럼프 불확실성’도 LS에 그대로 반영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그룹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재무관리 안정성이지만 이러한 재무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은 단연 수익성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산업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는 이에 걸맞은 사업적 변신도 일부 필요하다. LS그룹은 지난해 LS전선아시아에 이어 올해 상반기 LS오토모티브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구주매출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이 더욱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구리 가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LS그룹의 DNA라 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를 훼손하며 전혀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되 LS의 신성장동력을 담당하는 LS산전, LS엠트론, LS오토모티브 등의 성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LS산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을 5548억원, 영업이익은 243억원을 예상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매출액 5746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으로 추정했다. 일부 영업이익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해외공사 지연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해외사업의 경우 베트남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제외하고 새로운 시장에서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결국 LS산전의 재평가를 위해서는 신성장 사업인 전력 인프라와 융합사업의 외형성장 및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S산전에 대해 “평판 확보 및 제품개발을 위한 일정 기간 동안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신사업의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은 2019년 이후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급격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LS그룹이 현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미래 수익창출을 위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최근 LS엠트론의 동남아시아 진출 소식이 들렸다. LS그룹은 계열사들을 통해 이미 베트남에서 및 아세안 개발도상국들의 도시화 및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인프라투자가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물론 이 분야도 LS그룹 성장에 바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LS가 그간 걸어온 ‘인프라’의 길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한 모습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를 연상케 한다.

LS그룹 계열사들이 영위하는 산업은 하나같이 품질적 측면에서 고도의 기술과 신뢰를 요한다. LS가 거북이가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승리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시나리오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