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 없다.’ 먼저 배우고, 경험한 것이 큰 힘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우리는 어느 대상들을 비교할 때, ‘큰 대상’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아우’는 외로울 수 있다. 누구도 관심을 쏟지 않기 때문이다.

LS그룹은 ‘아우’ 같은 그룹이다. 범LG家에 속하지만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그룹분리 이후 14년이 흐른 현재, LS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굵직하고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 ‘인프라 산업’ 부문에서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LS는 ‘아우’지만, 형들과 다른 길을 걸었고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온 ‘인프라’ 외길은 LS의 앞날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최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주)LS와 LS의 사업자회사 그리고 여타 기업들의 실적을 전선·전기기기(LS전선, 가온전선, LS아이앤디, LS산전, LS니꼬동제련), 기계·부품(LS엠트론, LS오토모티브:구 대성전기공업), 에너지(E1, 예스코), 패션·임대(LS네트웍스) 분류해 매출액을 재구성해 보면 전선·전기기기 부문은 지난 2012년 17조5164억원에서 2015년 15조5133억원으로 감소했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단위: 억원)

같은 기간 기계·부품 부문은 2조2622억원에서 2조7340억원으로 확대됐다. 에너지 부문은 8조8512억원에서 5조8958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패션·임대 부문은 6548억원에서 8101억원으로 증가했다.

전 사업부문의 매출액 합산 대비 각 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을 보면 전선·전기기기 부문은 매출액 축소에도 불구하고 2012년 59.81%에서 2015년 62.17%로 오히려 늘었다. 기계·부품 부문은 외형성장만큼 같은 기간 7.72%에서 10.96%로 확대됐으며 에너지 부문은 이 기간 동안 30.22%에서 23.63%로 감소했다. 또 패션·임대부문은 2.24%에서 3.25%로 증가했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에너지 부문의 EBITDA/매출액은 외형성장이 줄어든 만큼 2012년 2.5%에서 2015년 2.3%로 하락했다. 하지만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선·전기기기와 패션·임대 부문은 각각 4.8%, 4.0%에서 4.2%, -6.6%로 줄었으며 기계·부품만이 이 기간 동안 8.5%에서 9.3%로 늘었다. 이를 보면, 기계·부품만이 유일한 성장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닌 실질적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여부다. 사업부문별 매출액 대비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비교해보면 조금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경기부진 등을 감안할 때,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외형성장과 수익성 변동에 따른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 변화다. LS그룹 계열사의 사업부문별 차입금 의존도(차입금‧총자산)는 전선·전기기기 부문이 2012년 45.5%에서 41.0%로, 기계·부품이 46.6%에서 45.7%로 줄어든 반면, 에너지는 33.5%에서 38.7%로, 패션·임대 부문은 25.6%에서 39.1%로 늘어났다.

 

LS의 DNA는 무엇인가

LS그룹은 지난 2003년 3월 국내 최초의 지주사인 (주)LG가 공식출범함과 동시에 분리됐다. 이어 GS그룹이 분리되면서 과거 ‘하나의 LG’는 현재 LG, LS, GS그룹으로 나뉘게 됐다.

3개의 그룹으로 분리된 후, 이들 그룹 주가의 변동성을 보면 LS그룹의 성격이 드러난다. 지난 2003년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은 호황국면에 돌입했다. 이에 LG, GS, LS 삼총사의 주가도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첫 번째 승부는 2007년에 갈린다. 당시는 글로벌 경제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마주치기 직전으로 투기적 성향의 자금들이 증시로 몰려드는 때였다.

장밋빛 전망은 지속됐으며 경기민감주들의 상승세는 말 그대로 거침없었다. LG와 GS의 계열사들도 경기민감주에 속하는 기업들이 존재하나 경기민감주의 대표 업종은 다름 아닌 인프라업종이다.

LS의 주가가 LG나 GS 대비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LS의 DNA는 ‘인프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프라 관련주들은 경기 불황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LS 주가의 높은 상승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원인이 됐다.

LS의 신성장동력은 스마트그리드, 미래형자동차 부품 및 솔루션, 친환경기기 및 부품,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스마트그리드와 신재생에너지는 LS산전을 주축으로, 여타 분야는 LS엠트론과 LS오토모티브 등이 이끌어가고 있다.

LS산전은 전력기기 및 전력시스템, 자동화기기 및 교통 SOC 등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전력 및 자동화 사업은 기술진입장벽이 높고 제품 안정성과 신뢰성이 주요 경쟁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LS산전은 국내 저압·고압기기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력 및 자동화 사업에서도 최상위의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LS엠트론은 2008년 7월 구 LS전선의 기계 및 부품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기계부문은 트랙터, 사출기 및 방산, 부품부문은 전자부품, 회로소재, 자동차부품 및 대형축전지로 구성돼 있다.

한편 LS엠트론은 LS오토모티브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한때 LS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려 했으나 LS오토모티브의 실적이 상승하자 IPO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향후 LS엠트론은 LS전선 및 LS엠트론과 함께 차량용 전장사업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LS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맡고 있는 LS산전과 LS엠트론은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성장동력’답게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 부문과 차입금 의존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편, 그룹 주력 계열사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LS전선은 초고압전선, 중저압전선, 통신선, 전선소재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에너지 인프라 산업에 중심을 두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2008년 미국 전선회사 슈페리어엑시스(SPSX)를 사이프러스 인베스트먼트(Cyprus Investment, Inc.)를 통해 인수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LS그룹의 재무부담을 높였다.

하지만 LS그룹은 같은 해 11월 대성전기공업(현 LS오토모티브)을 인수하며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진출, 이듬해인 2009년 9월에는 중국 전선회사 홍치전기(현 LS홍치전기)를 인수하는 등 그룹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13년 12월 해외사업부문인 사이프러스 인베스트먼트와 그 자회사인 SPSX, 부동산개발부문을 인적분할해 SPSX는 LS전선의 연결자회사에서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다름 아닌 LS그룹의 재무관리 능력이다. 물론 LS전선의 현금창출능력을 감안할 때, 차입금 규모는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나 부채비율이 2012년 887.6%에서 2015년 329.1%로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앞서 언급한 LS아이앤디 분할 및 SPSX의 연결자회사 제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만큼 기업구조를 개편하고 이를 통해 사업 집중은 물론 위험 분산을 통해 탁월한 재무관리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LS니꼬동제련은 LS그룹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LS니꼬동제련은 국내 유일의 전기동 제련 기업으로 LS그룹과 일본의 컨소시엄사인 JKJS(Japan Korea Joint Smelting Co., Ltd.)이 공동경영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전기동 제련 및 정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전기동 제련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금, 은, 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 있어서 LS니꼬동제련의 시장지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듯 LS그룹은 인프라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또 신성장동력 등을 통해 인프라의 진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LS그룹은 인프라 산업과 연관성이 높다. 또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기존 인프라 DNA는 유지하면서 진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E1과 예스코 그리고 LS네트웍스의 부진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변화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