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직장인 K 씨는 지난 설 연휴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다. 매번 결혼 언제 할 거냐는 부모님의 성화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마침 회사 당직이 걸려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 덕분에 연휴 기간 시간이 많아진 K 씨는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 3편을 관람했다. K 씨는 이처럼 최근 혼자만의 영화 관람이 부쩍 늘었다. 그렇다고 애인이나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친구와 보면 수다를 떠느라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혼자 가면 그런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K 씨가 혼자 영화를 즐기는 진짜 이유다.

최근 우리 사회에 ‘나홀로족’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도 가지치기가 이뤄지며 새로운 신조어까지 다수 등장할 정도다. 혼자 노는 ‘혼놀족’에서부터 혼자 밥 먹는 ‘혼밥족’, 혼자 술 마시는 ‘혼술족’, 혼자 걷는 ‘혼걷족’ 등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극장도 다르지 않다. 혼자서 영화를 보러 오는 ‘혼영족’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CGV 리서치센터의 고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객 중 1인 관람객의 비중은 2012년 7.7%에 불과했지만 2013년 8.1%, 2014년 9.7%, 2015년 10.7%, 지난해 13.3%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2인 관람객 비율은 63.4%에서 58.9%로 떨어졌다. 1인 영화 관람 경험치를 나타내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0.8%에서 32.9%로 대폭 늘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늦은 결혼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이미 1인 가구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계속되는 경기 하강에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활동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개인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영화만큼 저렴한 것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혼자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뭘까? 우선 누군가와 영화에 대한 취향이 다를 때 서로 다툴 일 없다는 점이 꼽힌다.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맘대로 골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하다. 일부러 다른 사람과 시간을 조정하지 않고 자신이 편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예전엔 혼자 노는 사람을 친구도 없는 외톨이로 다소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1인 관람객들은 대부분 주변 시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1인 관람객의 고객 특성을 분석해 보면 다양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혼영족은 주로 영화 관람 편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영화 마니아들에 집중된다. 영화를 데이트나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즐기기보다 영화 그 자체를 즐기는 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에는 SNS나 극장 앱 등에 관람평을 남기는 것도 하나의 일상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집중되고 있다. 젊은 층의 자유로운 생활방식이 영화 관람에도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시간대로는 평일 조조나 심야 시간대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관람 패턴 면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있다. 혼영족은 좌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연인끼리 데이트를 할 때는 스크린이 잘 보이고 남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뒤쪽 좌석을 찾는 경향이 많다. 혼영족은 다르다. 앞쪽 좌석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극장의 가격다양화로 앞쪽 좌석 관람료가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알뜰한 구매패턴이 반영된 결과다.

인구절벽과 사회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앞으로도 나홀로족의 증가세가 점쳐진다. 극장 입장에서도 혼영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지만 1인 관람객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CGV의 내놓은 1인 고객을 위한 팝콘 세트 ‘싱글팩’이다. 혼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을 줄인 팝콘과 음료를 합해 상품을 구성하고 가격도 낮추었다. 메가박스는 아예 1인 고객을 위한 좌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열 전체를 혼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분리해 놓아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가 하면 1인 관람객을 위한 미팅 이벤트, 극장 앱에 게임 개발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