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이 다른 것 같아요.”

큰 실수를 했다. 콘텐츠·미디어 스타트업 ‘퍼블리’를 언론사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접근 방법부터 틀렸으니 모든 것이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의문이 생기면 물어보는 것이 기자의 직업 아니던가. 그렇게 박소령 퍼블리 대표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퍼블리. 적극적으로 박 대표에게 만남을 신청한 것은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자의 유별난 성격 때문인 탓도 있다. ‘왜 뉴스는 공짜로 인식되는 것일까’에서 출발한 의문은 ‘어떻게 뉴스를 소비하게 만들 것인가’로 이어지고, 이어 ‘뉴스에 소장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막연한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연’이라는 의문은 마음 한 구석에 여전했다. 그런데 박 대표가 언급한 ‘출발점’이란 단어에 눈이 번뜩한 것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저희는 언론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퍼블리셔에 가깝고 향후에는 퍼블리를 더 나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이름(PUBLY)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박 대표의 말을 통해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15년에 법인 설립 후, 기획만 할까 아니면 콘텐츠를 위한 자체 플랫폼을 가져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초기에는 개발자도 없고, 글 쓰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래서 우선은 텀블벅에 기획안을 올려보고 그 과정을 밟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만족스럽지 못한 게 있었어요. 데이터를 볼 수 없었던 겁니다.”

텀블벅은 후원하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그런데 어떤 ‘데이터’를 볼 수 없었기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일까.

“저희가 원하는 건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이 언제 결제를 하는지, 어느 곳을 통해 유입되는지 등 고객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데이터였어요. 아무래도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퍼블리가 콘텐츠 단독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테크(Tech)와 결합해야만 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독자들에 대한 데이터 부족이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회사가 왜 퍼블리셔에 가까운 ‘PUBLY’라는 이름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익숙하겠지만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콘텐츠 혹은 광고가 보이지 않던가. 이는 우연이 아니라 바로 데이터에 기반, 해당 플랫폼 이용하는 유저가 원하는 콘텐츠 및 광고를 플랫폼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독자 타깃팅을 명확히 하기 위해 결국 자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다른 이유는 텀블벅, 다음스토리펀딩과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 제작 시 자체 포맷이 있어 저희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두 가지, 즉 ‘데이터’와 자신만의 디자인을 원하는 ‘정체성’이 현재의 퍼블리를 탄생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이를 추구하지 않았다면 퍼블리는 존재했을까.

데이터는 독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기본이다.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고 막연히 추정할 경우, 독자 타깃팅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독자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하고 이를 운영하는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해서 데이터가 모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독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그 역할은 다름 아닌 콘텐츠가 한다. 박 대표가 말한 ‘콘텐츠와 테크의 결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편, 디자인의 경우는 시각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한다. 신호등에서 빨간색이 ‘정지’를 뜻하듯 어떤 특정 사물에 대한 이미지는 그 어떤 것보다 쉽게 각인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것은 퍼블리의 상징성을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는 ‘각인’이라는 측면에서 퍼블리의 정체성까지 이어진다.

“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여타 스토리펀딩 플랫폼이 마케팅 대행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들어갈 홍보비용이라면 자체적으로 들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거죠. 만드는 과정에서 투자도 많이 했고, 콘텐츠도 봐야 하는 등 많은 일과 겹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퍼블리는 여타 스토리펀딩 플랫폼이 콘텐츠의 ‘선(先)공개·후(後)펀딩’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과는 달리, 콘텐츠의 예고편(Trailer)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위험요인이 따를 수 있지만 퍼블리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고 있다.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저희는 20대에서 많게는 40대, 그리고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일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 독자들입니다. 그렇다보니 매스미디어와는 차이가 분명하죠. 특정 계층을 데이터를 통해 타깃팅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저희는 책보다는 좀 더 소프트하지만 언론에서 심도 있게 다뤄주지 않는 부분을 파고들어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죠. 또 콘텐츠에 돈을 내는 기제는 무엇인지, 재구매율은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등 독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이 더 모이겠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렇다면 퍼블리의 고민은 무엇일까. 또 향후 계획은 어떨까.

“이전에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나’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유통으로서의 드라이브를 걸 생각이에요. 그것이 퍼블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작가들을 플랫폼에 참여시키고 그만큼 콘텐츠 생성도 많아져야 하겠죠.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과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 풀(Pool)’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건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도 저희에게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퍼블리 설립 초기에는 콘텐츠 제작자인 ‘작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이들은 단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대부분 관련 분야에 현재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며 퍼블리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이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먼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타국에 있는 사람들도 퍼블리에 관심을 갖고 현지의 특이한 상황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향후에는 작가들을 위해 플랫폼을 일부 오픈하려고 합니다. 팀 단위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도 받아들일 거고요. 이를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형성됐으면 합니다. ‘좋은 독자’들이 모여 다양한 얘기들을 하면 또 좋은 콘텐츠가 탄생하겠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곳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에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퍼블리. 2016년 누적펀딩 금액은 약 2억원이다. 놀라운 것은 박 대표의 올해 목표가 ‘두 자릿수’라는 것이다. 퍼블리의 ‘데이터’와 ‘정체성’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어이진다면 목표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