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국제유가의 하방경직성 등으로부터 기인한다. 물론 막연히 ‘모멘텀’에 기대는 투자는 오히려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러시아를 둘러싼 우호적인 정치상황이 실제로 러시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세계 정치 판도의 변화에 투자하는 만큼 러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는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이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신흥국 내 러시아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러시아 RTS지수는 지난 1월 말까지 16%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러시아 증시는 지난 2월 이후 유가상승에 힘입어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이 추가적 힘을 실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러시아 증시 강세가 국제유가에 기인했다면 올해부터는 친트럼프국가에 대한 인식이 상반기 러시아 증시 상승의 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미국 대통령의 성향이 러시아 증시를 움직이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재정건전성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부터 1%대 성장 전환하는 경제 펀더멘탈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유인을 이끌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트럼프와 푸틴, 심상치 않은 관계

트럼프는 대선기간 중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등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이 유럽과 맺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회의적이며, 동맹관계의 합리적 조정을 원하고 있다.

NATO는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이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러시아 정세에 긍정적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3일 트럼프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적용하던 경제제재를 러시아가 테러리즘 방지에 협력한다면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또한 트럼프의 당선을 반긴 바 있다.

한편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고 있는 유가 관련 산업 비중은 지난 2016년 기준 35.0%로, 유가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2012년에는 이 수치가 37.1%에 달했지만 20달러대로 주저앉은 2016년에는 최근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2014년 7월부터 나타난 달러화 상승세는 유가하락은 물론 루블화의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에너지업종이 51%를 차지하는 러시아 증시는 작년 2월까지 59% 이상 폭락하면서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이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경기후퇴는 지난해 1분기부터 멈추는 모습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재정적자도 GDP의 -3.9%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위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유가가 상승하고, 석유·가스 산업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증시는 국제유가 상승과 같은 궤적을 그리게 된다. 그만큼 러시아 증시의 방향은 유가회복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유가가 현재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트럼프는 친환경 에너지보다 자국 내 원유 등 전통 에너지자원을 늘려 수입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령 트럼프가 원유를 수출하지 않더라도 에너지 주 소비국인 미국이 수요를 하지 않는다는 자체만으로 수요견인 유가상승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수렁에서 벗어난 러시아 증시… 다시 보는 ETF

러시아 증시는 지난 2016년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연초에도 상승을 이어갔다. 경제제재 해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주요 경제지표의 반등, 루블화 강세가 이어진 것이 상승의 주요 이유였다.

▲ 출처:SK증권

물론 러시아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한 탓에 다소 ‘고평가’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러시아의 親미국, 親중국의 정세는 긍정적 정책 모멘텀으로 이어지고 경제지표와 이익추정치 개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러시아 증시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적 상승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는 미국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편리하다. 러시아 증시에 대한 ETF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나 인버스 ETF도 같이 상장돼 거래되는데 이에 투기적 성향이 높은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유동성도 풍부하다. ETF의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출처:대신증권

러시아 증시에 대한 ETF 중에서는 RSX가 대표적이다. 러시아 증시가 에너지기업에 대한 비중이 높은 만큼 RSX 역시 에너지 기업에 대한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개별 주식의 비중을 제한해 러시아 증시 전체보다는 오히려 에너지 기업에 대한 비중이 작은 점이 특징이다.

RSX의 주요 종목은 러시아정부가 지분 50% 이상 가지고 있는 러시아 1위 은행인 스베르방크 오브 러시아가 비중 8.25%로 가장 크고,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이 8.10%로 뒤를 잇는다.

▲ 출처:대신증권

섹터별로 보면 RSX 내에서는 가스프롬, 루크오일, 노바테크, 타트넵트 등의 에너지 기업의 편입 비중이 가장 높고, 스베르방크 오브 러시아, VTB 은행 등의 금융업종 비중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한편, 푸틴의 핵심 측근이 경영자로 있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넵트오일, 트란스넵트, 노바테크는 대표적인 RSX 편입기업이자 에너지 관련 기업으로 향후 트럼프 정권이 러시아와 정책적으로 좋은 협상을 할 경우, 이들 기업의 경영활동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