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가 내달 출시된다. ‘NX 프로젝트’의 결과물 ‘닌텐도 스위치’가 그것이다. 2012년 등장한 ‘위유(Wii U)’ 이후 5년 만이다. 사실 위유는 실패작으로 불린다. 생각보다 팔리지 않은 탓이다. 그러니 닌텐도는 그 다음 프로젝트에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스위치가 닌텐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정확한 출시일은 3월 3일이다. 일본, 미국, 호주, 유럽 등지에 우선 출시된다. 국내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가격은 미국 기준 299달러다. 일본에서는 2만9980엔에 판매된다. 국내에서는 30만원대 초중반에 구입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예약 호황으로 흥행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유저들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스위치는 물론 닌텐도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 출처=닌텐도

닌텐도의 유저 경험 '종합선물세트'

지난달 21일 닌텐도는 일본에서 스위치 예약 접수를 실시했다. 이날 도쿄 아키하바라 등지의 주요 가전 판매점은 인파로 북적였다. 국내에서 아이폰 신작이 출시될 때처럼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스위치 구입을 예약하기 위해서다. 같은 시간 예약이 진행된 아마존 재팬에서는 30분 만에 정해진 물량이 동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접수가 실시된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닌텐도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신호다. 정식 출시일이 다가오면서 스위치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요즘 사람들은 느긋하게 콘솔 게임을 할 형편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질 낮은 모바일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거죠. 스위치를 보면 이런 사람들 라이프스타일에 맞추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국내 콘솔게임 유저 A 씨의 말이다.

스위치는 하이브리드 게임기라고 불린다. 총 3가지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존 DS 시리즈처럼 휴대형 게임기 노릇을 하는 건 물론 TV에 연결해 플레이스테이션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거치대에 모니터를 세우고 결합된 조이콘(컨트롤러)을 분리해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유저는 다양한 환경에서 같은 게임을 연속성 있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닌텐도는 이 제품을 두고 “지금까지 닌텐도가 제공한 모든 유저 경험을 담아낸 게임기”라고 소개했다.

특히 국내 유저들은 닌텐도가 이번 제품에서 국가코드 제한을 없앤다는 점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한국 유저들 국가코드 제한 정책 때문에 닌텐도에 불만을 품어왔습니다. 이런 탓에 국내에서는 한국 정식 출시 타이틀밖에 즐길 수가 없었어요. 진짜 문제는 주요 타이틀을 한국에 발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닌텐도 DS의 오랜 유저인 B씨가 그랬다. 국가코드 제한이 풀릴 경우 해외 발매 타이틀을 국내에서도 즐기는 게 가능해진다.

▲ 출처=닌텐도

닌텐도는 스위치 전용 타이틀을 다수 준비하고 있다.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마인크래프트’, ‘드래곤볼 제노버스2’ 등 유명 시리즈가 라인업에 다수 포함됐다. 현재 코나미, 세가, 반다이남코 등 50개 이상 개발사와 신작을 개발 중이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타이틀만 8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켓몬 시리즈의 아버지 마스다 준이치는 한 인터뷰에서 스위치 전용 타이틀을 개발하고 싶다고 의지를 표해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스위치에 대한 시장 전망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FC 인텔리전스는 스위치가 2020년까지 4000만대가량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작 위유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심지어 히트작인 3DS 판매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스위치가 콘솔 게임 유저는 물론 모바일 게임 유저까지 끌어들여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출처=닌텐도

콘솔 게임기 오지에서도 통할까

우려의 시선도 있는 법이다. 스위치가 콘솔과 모바일 유저 모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고사양 콘솔 게임기에 비해서는 사양이 떨어지며 타이틀도 출시 초기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유저의 경우 디바이스 추가 구매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모바일 게임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 3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스위치를 구매해 게임을 즐길 유저는 많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부분 유료화인 까닭에 무료 플레이가 가능하다. 반면 스위치는 디바이스에다가 추가로 타이틀까지 사야 한다. 일본 애널리스트들은 닌텐도가 스위치 가격을 250달러 수준으로 출시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는 값으로 책정하면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가격이 비싸 구매가 꺼려진다는 유저들의 반응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 출처=닌텐도

배터리 성능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위치를 휴대하며 즐길 경우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약 3시간 정도 배터리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휴대폰 이외에 추가 디바이스를 휴대해야 한다는 점도 유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새 게임기도 또 다른 실패작이 된다면 닌텐도는 풍부한 게임 타이틀 프랜차이즈를 모바일 게임사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공급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세르칸 토토 칸탄게임스 CEO의 지적이다. 칸탄게임스는 게임 컨설팅 업체다.

스위치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욱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콘솔 게임에 있어서인 국내 시장이 오지에 가까운 까닭이다. 2015년 국내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0.1% 감소한 수치다. 온라인 게임(49.2%)과 모바일 게임(32.5%) 점유율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 상황은 다르다. 같은 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0.3% 성장한 462억6200만달러에 달했다. 시장 점유율은 35.4%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은 각각 22.3%와 16.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콘솔 게임이 마니아의 전유물인 셈이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니와 협업해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 맞춰 개발하는 사례입니다. 모바일 게임 중심의 국내 게임사들이 스위치라는 플랫폼에 거는 기대는 낮습니다.” 국내 게임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스위치가 국내 출시되더라도 업계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스위치가 해외 흥행은 물론 업계 시선을 뛰어넘어 국내에서 포켓몬GO와 같은 흥행을 거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닌텐도와 스위치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