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플리커

글로벌 핀테크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9월 중국 핀테크 산업 성장 규모는 미국과 유럽을 넘어섰다. ‘중국 거지는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핀테크 산업이 이토록 급성장한 이유가 뭘까. 정치·문화·산업의 삼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씨티그룹이 지난 1월 발간한<DIGITAL DISRUPTION-REVISITED>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벤처캐피털 투자 시장점유율은 2015년 19%에서 2016년 9월 46%로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2015년 56%에서 지난해 41%로 줄었다. 보고서에는 ‘중국 용(Chinese Dragons)이 포효하는 가운데 기존의 핀테크 지도자들이 지쳤다.’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금융 기술 투자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른 것에 대한 내용이다.

▲ 출처=씨티그룹

중국 내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핀테크 시장 규모는 9조 2200억 위안(약 154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에서도 핀테크 펀드 판매는 6000억 위안, 온라인 소액대출 규모는 5000억 위안, P2P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 크라우딩 펀드 시장 규모는 100억 위안 등으로 추산된다.

중국 온라인 지급결제 시장은 모바일 시장이 인터넷 시장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P2P 대출 플랫폼은 2010년 대비 2015년 말 260배 증가하며 급성장세를 보인다. 2015년 P2P 대출 실행금액은 9750억위안(약167조원)으로 2010년 이래 연평균 증가율(DAGR)이 528%나 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 중국 정부의 점진적 산업육성·실험적 규제 완화

중국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이끈 건 중국 정부다. 

서봉교 동덕여자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핀테크 금융혁신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타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 비(非)금융회사가 금융혁신을 주도하도록 기존 은행들의 독점영역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화한 게 대표적이다. 

꼭 적극적인 재정지원만이 정답은 아니다. 중국 정부 육성 정책의 특징은 ‘점진적’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한 육성보다는 점진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사업 기회를 조성해 신규 진입자와 기존 금융사들과의 경쟁을 통해 혁신을 유도했다. 

이미 산업 전반에는 금전적인 정책 재정지원이 핀테크 산업 발전의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기존 중국 은행들이 중국정부의 적극적 정책지원과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공감대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기존 금융권은 리스크가 있는 혁신적인 변화보다 안정적인 영업모델을 지속하거나 그 규모를 확대하는 성장전략을 선호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전체 은행 대출 중에서 국유 대기업 부문의 대출 비중은 여전히 높은 반면 이들 국유 대기업의 수익성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중국정부는 핀테크 산업 발전을 13차5개년 규획(2016년~2020년)의 핵심적인 산업정책인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하나로 선정하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인터넷플러스 11대 중점분야로는 창업혁신, 협업제품상거래, 현대농업, 스마트에너지, 인클루시브 금융, 주민수혜서비스, 스마트물류, 전자상거래, 교통, 녹색생태, 인공지능이 선정되었는데 이는 직간접적으로 핀테크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분야다.
 
◇ 낙후된 금융 인프라가 오히려 성장 부추겨

중국은 신용카드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발달하기도 전에 모바일 결제가 더 크게 성장했다. 열악한 금융 인프라가 성장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개발도상국에서는 은행 보급률보다 모바일·전자 화폐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 중국 금융 인프라 수준은 매우 낙후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지급결제는 은행을 통해서 진행되는데, 중국 은행들의 직불카드, 신용카드, 현급자동인출기(ATM), 결제단말기(POS), 인터넷 뱅킹 등 지급결제 관련 금융산업 기반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까지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는 0.02장에 불과했고, 2014년 기준 중국의 현금자동인출기는 인구 10만 명당 37개, 은행 지점수는 7.7개, 1인당 은행카드(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보유수는 3.5장(신용카드는 0.33장)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구매자가 상품을 구매하면서 알리페이 거래계좌에 대금을 송금하면 판매자가 알리페이에서 입금 내역을 확인하여 상품을 발송하고, 구매자는 상품을 받은 이후 구매 확정을 통지하면 알리페이가 최종적으로 판매자의 계좌에 대금을 송금해 주는 방식으로 당시 중국 전자상거래 상황과 잘 맞았다. 중국 정부 역시 전자상거래 관련 비(非)금융회사가 온라인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중국 지급결제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비(非)금융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에 대한 법률을 정식으로 통과시킨 것은 2010년이다. 사실상 그 이전 수년 동안은 명확한 관련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도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가 발전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새롭게 부상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에 적용하여 비금융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한하지 않았던 것이 중국 핀테크 지급결제 급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 규제 완화로 알리바바 금융사업 발전

온라인 지급결제 영역의 규제가 변하면서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그 배경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IT분야 대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금융산업 진입장벽 완화에 따른 기회를 활용하면서 성장했다. 중국 정부의 실험적인 규제 완화가 플랫폼 기반의 시장을 확대해 서비스 경험을 축적한 선발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2008년 10월 25일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이용해 상하수도 요금, 전기세, 통신비 등의 공공 서비스 요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온라인 지급결제가 은행 지급결제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알리바바는 수년간의 지급결제 서비스 경험과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점차 혁신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핀테크 금융회사로 발전했다.

2003년부터 온라인 지급결제 업무를 하고 있었던 알리페이는 결국 중국 최대의 온라인 지급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경쟁 상대였던 외국계 페이팔은 알리페이에 밀려 중국 온라인 지급결제 시장에서 철수했다.

▲ 출처=한국경제연구원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모바일 지급결제 분야의 급성장에 힘입어 2015년 9조 3100억 위안(전년 대비 57% 성장)에 달하는 중국 제3자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의 72.9%를 달성한다. 2위인 텐센트의 차이푸통 시장 점유율은 17.4%, 3위인 중국 가전업체 레노버(Lenovo)의 시장 점유율은 3.0%에 불과하다. 1위인 알리페이의 승자 독식 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앤트 파이낸셜의 핵심비즈니스인 알리페이는 2004년 설립됐으며 보유 회원수는 약 8억명 정도다. 현재 중국 온라인 결제시장점유율은 50%, 모바일 결제 시장점유율은 70% 차지한다. 개인간 송금, 공공요금 지불, 레스토랑이나 편의점·슈퍼마켓에서의 스마트폰 결제, 여행, 자산운용, 소셜네트워킹 등, 금융 관련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커버하며 매일 약 1억 7000만 건 이상의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