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월부터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신청사실을 속이고, 금융회사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는 일이 금지된다.   

금융위는 “금융기관이 개인회생신청에 따른 신용정보의 등록과 공유하는 것을,  기존 개인회생 인가시점에서 금지명령시점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금융위가 왜 이런 조치를 마련했을까. 

시중에는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들을 상대로 대출해주는 대부업체가 적지 않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부업체는 이로 인한 리스크를 감안하고 대출을 해준다. 

이런 대출금은 개인회생채무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대출 조건이다.  채무조정의 대상이 아니며, 법정이율 내에서 높은 이자가 부과된다.

이 경우 대부업체는 채무의 정도와 개인회생으로 얼마를 변제하는지를 따져 대출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대부업체가 고안한 고금리 대출상품일 뿐이다.

그러나, 종전에는 채무자가 개인회생신청 사실을 속이고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는 일이 적지않았다. 

개인회생신청은 반드시 연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관련 법률해석에 따르면 개인회생은 채무자가 연체의 가능성만 있어도 신청이 가능하다. 따라서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연체가 되기 전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소득을 근거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면 대부업체가 이를 알 수 없다.

금융위원회 신용정보팀 고상범 팀장은 “개인회생신청의 경우 워크아웃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연체가 도래하지 않고 ‘연체의 염려’만으로도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 며 “이렇게 개인회생 신청후 대출받는 사례가 통계상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연체의 염려란 일반적으로 “돌려막기” 상태를 의미한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생신청후 신규대출자는 7500명(회생신청자의 45%), 대출 잔액은 9890억원(회생신청자 대출총액의 19.8%)”이라고 밝혔다.

이들 숫자가 모두 개인회생신청 후 악의적인 대출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업체가 개인회생사실을 알고 대출한 것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금융위가 특히 문제로 삼은 사례는 아래와 같은 경우다. 

사례1)

회사원 A씨는 지난해초 연체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대출브로커를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한후 C 저축은행으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았다.

C저축은행의 대출심사때 A씨의 신용정보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대출은 실행되지만, 이후 A는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다가  지난 연말 변제계획안이 확정됨에 따라 채무조정을 받게 됐다.

C저축은행은 대출금 상당액을 손해봤다.

이 사례는 채무자가 개인회생 신청후, 신청사실을 숨기고 대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대출채무를 개인회생채무에 포함시켰다. 법원은 그 변제계획안을 통과시켜 준 것이다.

안창현 변호사(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할 당시 신청 직전이나 그 이후에 대출받은 것을 채권자목록에 포함시켰을 때 법원으로부터 매우 강력한 조사를 받게 되고, 일반적으로 이런 신청은 법원이 개인회생신청을 남용한 것으로 보아 기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인회생신청만 하면 무조건 채무가 정리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된다”고도 덧붙혔다.

이 사례는 채무자의 행위가 도덕적 해이처럼 보이지만, 법원이 그 밖의 다른 사정을 참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를 조정받은 것과 무관하게 사기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례 2)

개인사업자 B는 영업손실이 커지자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대출브로커로부터 " 신청전에 대출을 많이 받아야 채무가 많아져서 개인회생신청이 잘 통과되며, 신청전 대출금채무도 조정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믿은 B는 개인회생 신청 후 D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았으나 개인회생절차가 취소되어 더 큰 빚을 지게 되었다.

이 사례에 대해서 안 변호사는“채무자가 개인회생 신청후 받은 대출금을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포함시켜 변제계획안을 제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채무자가 이 대출금을 포함시켰다면 법원으로부터 아주 강력한 조사를 받았을 것"이라며 "만일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다른 사유 때문에 기각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신청인은 채무조정을 받지 못하고 더 큰 채무를 졌다.

두 사례 모두 채무자가 대출브로커의 잘못된 얘기를 듣고 사고를 저지른 경우다. 채무자가 악의적이라기보다는 개인회생제도에 대한 무지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개인회생, 신용정보 등록 공유시점과는 어떤 관계?

금융위의 발표는 개인회생신청자의 신용정보를 종래 변제계획인가시점이 아니라 금지명령시점으로 변경해 등록하고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 <출처=금융위원회>

이와 같은 방침이 채무자의 악의적인 대출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개인회생채무자에 대하여 법원은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해 채무의 독촉금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준석 변호사(김박법률사무소)는 “개인회생 신청에 있어서 금지명령도 반드시 내려지는 결정이 아니다. 신청이 부적법해 보이면 금지명령이 안 내려지거나, 아주 늦게 결정되는 사례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역시 악의적 대출을 막을 수 없다” 며 “차라리 미국과 같이 개인회생신청과 동시에 채무독촉이 금지가 되는 자동금지제도(automatic stay)를 도입하고 신청과 동시에 신용정보원에 등록하는 것이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