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다. 눈을 밟으며 걸으니 어릴 적 눈밭에서 논 후 집에서 먹었던 팥죽 생각이 났다. 놀이터에서 한참 눈싸움 하고 눈사람을 만들다 보면 추위로 몸이 떨렸다. 꽁꽁 언 몸으로 집에 가면 고소하고 따뜻한 팥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팥죽에 설탕 몇 숟가락 넣어 먹으면 어느새 몸이 풀렸다.

‘생각보다 맛있는 집’은 신림역 근처에 있다.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팥죽과 바지락 칼국수가 유명하다. 노란 건물에 노란 간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은 테이블 좌석이고 반은 좌식으로 이뤄진 공간이 나온다.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투박하고 정겹다. 혹시라도 손님들이 부딪힐까 테이블 모서리에 청테이프를 감아 놓았다. 벽에 붙은 초록색 종이 위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집은 새알팥죽, 바지락칼국수, 팥칼국수, 왕만두가 주메뉴다. 팥죽에 들어가는 팥부터 겉절이에 쓰이는 고춧가루까지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국산이다. 바지락 칼국수 맛이 짜다고 느껴지면 간하지 않은 육수를 제공한다. 새알팥죽과 팥 칼국수에는 기본 소금간이 돼 있다. 새알팥죽 및 칼국수는 추가비용 없이 새알이나 국수 양을 많이 혹은 적게 주문할 수 있다.

팥은 비타민 B1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 좋은 식품이다. 비타민 B1은 신경과 관련이 깊다. 부족하면 식욕부진, 피로감, 수면장애, 기억력감퇴, 신경쇠약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비타민 A와 B2, 니코틴산, 칼슘, 인, 철분, 식물성 섬유 등도 들어 있어 전체적 영양 균형이 뛰어나다. 외피에 있는 사포닌과 풍부한 식물성 섬유 덕분에 신장병, 심장병, 각기병 등에 의한 부기와 변비 해소에 좋다.

바지락에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다. 타우린은 심혈관질환을 막아준다. 지방분해와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주며 간 기능을 돕는다. 빈혈에 효과적인 철도 함유하고 있다. 100g당 65칼로리(kcal)로 저열량 식품이라 다이어트에 좋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눈 밑 떨림 및 근육 경련 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바지락에는 마그네슘도 풍부하다.

1.음식종류

생각보다 맛있는 집은 국내산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팥죽과 바지락 칼국수로 유명하다.

2.위치

▲ 출처=네이버지도

•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1429-2

• 영업시간 : 매일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 연락처 : 02-872-7818

• 가격 : 바지락 칼국수 6500원, 새알팥죽 7000원, 팥 칼국수 7000원, 왕만두 5500원, 파전 1만원

3.상호

'생각보다 맛있는 집'이란 이름을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윤희대 사장은 외관이 허름하다 보니 손님이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겉만 보고 음식 맛을 판단하지 말아 달라는 그의 바람이 들어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4.경영철학

윤 사장은 “돈을 낸 만큼의 품질은 제공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지키지 못하는 집도 많다. 가격대비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료 값이 비싸져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않는다.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면 부담이 덜어질 텐데 윤 사장은 국내산을 고집한다.

2016년 팥 농사가 잘 안돼서 여전히 팥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도 팥새알죽 가격을 7500원에서 7000원으로 내렸다. 이유를 물어보니 2~3년 전 팥 농사 상황이 나빠 가격을 7500원으로 올렸다고 했다. 이후 가격 안정이 되자 7000원으로 내렸다. 현재도 팥 가격이 비싸지만 경기가 안 좋아 올리지 못했다. 한번 가격을 올리면 재료 값이 떨어져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곳이 많은데 윤 사장은 고객을 많이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5.주메뉴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새알팥죽과 바지락 칼국수의 인기가 가장 높다. 팥죽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팥으로만 맛을 낸다. 여러 팥 중 토종팥 맛이 제일 좋아 안동에서 온 재래식 토종팥만 사용한다. 새알은 안동 지역 찹쌀로 만든다. 팥죽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진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먹어 보면 진하면서도 텁텁한 맛은 하나도 없고 팥 자체의 고소한 맛으로 가득하다. 새알도 쫀득하고 속까지 잘 익어 있다. 테이블에는 소금과 설탕이 비치돼 있어 입맛대로 넣어 먹을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바지락 칼국수에는 서해안 안면도 지역 바지락이 들어간다. 안면도에서 나는 바지락이 제일 맛있어 가격이 비싸도 꾸준히 쓰고 있다. 해감을 깨끗하게 한 바지락을 듬뿍 넣어 조개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해 남녀노소 좋아할 맛이다. 국수도 쫄깃하고 잘 넘어간다. 양도 충분해 추운 겨울 든든한 한 끼로 충분하다. 윤 사장은 처음에 재료만 많이 넣으면 맛있을 줄 알았다. 이후 손님 의견을 듣고 조금씩 개선해 지금의 시원한 맛을 내게 됐다.

6.맛의 비결은?

좋은 국내산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게 비결이다. 반찬은 겉절이 하나뿐이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다. 국내산 배추와 젓갈을 사용해 아삭하고 맛있다. 팥죽, 칼국수 등과 궁합이 잘 맞아 끊임없이 들어간다.

팥죽에는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끓이면서 계속 저어야 하므로 요리하는 동안 불 앞을 벗어날 수 없다. 많은 음식점이 면을 따로 삶고 그 위에 팥을 끼얹지만 생각보다 맛있는 집은 처음부터 함께 조리한다. 새알도 끓이면서 익었는지 계속 확인한다.

바지락 칼국수에 바지락을 듬뿍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마의 비율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거기에 국산 파와 호박을 넣어 국물의 감칠맛을 돋군다.

*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나?

바지락은 17년째, 팥은 10년째 한 거래처에서 구매한다. 오래 거래한 만큼 좋은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안동은 윤 사장의 고향이자 팥 집산지로 품질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윤 사장은 팥 거래를 하는 10년 동안 거래처 사장과 얼굴 한번 보지 않았다. “저보다 물건 보내주시는 분이 더 대단하죠. 얼굴 한번 안 본 사람에게 물건을 보내주는 거 아닙니까”라고 덧붙였다.

7.특별한 서비스

가게 내부에는 재료의 산지가 모두 적혀있다. 고춧가루 옆에는 제공하는 사람 이름까지 쓰여있다. 품질 대비 부담 없는 가격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얘기도 함께 있다. 윤 사장은 높은 인건비와 재료비로 이윤이 많이 남지 않지만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하면 찾아오는 사람 수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운영 시간 10시간 30분 중 8시간은 대기 손님이 있었을 정도였다. 윤 사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재료비나 인건비, 임대료 등 다 고려하면 이렇게 장사 못 하죠”라고 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8.고객이 전하는 ‘생각보다 맛있는 집’

찾아오는 손님의 연령층이 넓다. 본점은 올해로 18년째 고객들을 맞고 있어 단골이 많다. 일주일에 다섯번 오는 손님부터 하루에 두번 오는 손님까지 다양하다. 한 고객은 ‘생각보다 맛있는 집’이 아닌 ‘원래 맛있는 집’으로 이름을 바꿔도 되겠다고 얘기했다. 맛있게 잘 먹었다며 음료수나 과자를 전달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