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본격적인 내부 출혈 경쟁에 중소·중견면세점은 힘들어 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면세점 업계의 매출 ‘꽃’으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판매처 선택권이 넓어짐에 따라 갑질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결국 이 시장에서 기반이 갖춰진 대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가 내다보는 향후 면세점 시장에 대한 의견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이 4장 더 발급됨에 따라 올해 서울 시내에서만 면세점 13곳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처럼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44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면세점이 자금난으로 인한 매각설에 휩싸였고, 신규 사업자들은 매출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면세점 특허 수수료가 올해부터 대폭 인상됨에 따라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기업형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자금난으로 인해 매각설에 나돌고 있다. 동화면세점 측은 매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면세점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한 중견·중소 면세점의 경영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35만8200주(19.9%)에 대한 처분금액 715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동화면세점은 10% 가산율이 적용된 금액을 포함해 788억원 규모의 금액을 오는 2월 23일까지 호텔신라 측에 상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면세점 특허 반납과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화면세점의 매각설은 시장 경쟁 과열로 인한 매출 하락으로 자금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여기에 주요 명품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호텔신라측으로의 매각설이 나돌고 있지만, 정작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경영권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호텔신라 측은 투자금 회수 차원으로 상환받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에 대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생존경쟁의 해` 예고

다행히도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이 13조원에 근접하는 등 고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 대기업인 롯데와 신라가 전체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등 면세 시장 독점 상황에 대한 우려 역시 공존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시장 규모는 12조2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9조1984억원 대비 33.5%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2년 6조3000억원대 매출에서 4년만에 두배 가까이 시장이 커지는 등 우려와는 달리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5조9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롯데월드타워면세점 영업이 약 6개월간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이다.

롯데면세점 본점 매출은 3조1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41.8%나 뛰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3조4053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1.5% 매출이 늘었다.

새롭게 문을 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갤러리아63), HDC신라면세점(용산아이파크면세점), 두산(두타면세점),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신규면세점들의 매출 성적은 저조했다.

HDC신라와 갤러리아63면세점이 각각 3971억원과 2238억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3459억원, 두타면세점이 111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들은 모두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신규 사업자 중에서 유일하게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매출 총 9608억원을 올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면세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롯데와 신라 두 기업의 매출이 76.4%로 면세점 시장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한다. 다수의 중소·중견 면세점이 생겼지만 양사의 점유율은 전년(86%) 대비 10%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치는 등 대기업의 시장 독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추가로 서울 시내에 오픈한다. 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가 75% 이상 차지하는 시장지배적 상황에서 중소중견 면세점이 설 곳은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 정부의 제재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면세점 시장의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면서 “그러나 서울에만 13곳의 면세점이 본격적인 ‘생존경쟁’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에 각 회사만의 해외진출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의 면세점 시장 독식과 명품 브랜드 유치 등의 잡음에 대한 대처가 요구되는 등 올해는 본격적인 면세점 시장 재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