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포켓몬컴퍼니

공원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하나같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폰을 뚫어져라 본다. ‘포켓몬GO’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나이언틱이 개발한 모바일 위치기반 증강현실(AR) 게임이다. 글로벌 출시 반년 만인 지난 24일 국내 출시됐다. 실제 지도를 보고 포켓몬을 찾으려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저런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출시 초기 흥행세가 매섭다. 명절 연휴를 겨냥한 기습 출시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모습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9일 안드로이드 기준 포켓몬GO 국내 이용자는 698만명에 달했다. 집계에서 빠진 아이폰 유저까지 더하면 700만명은 무난히 넘을 걸로 추정된다.

유저 증가세가 엄청나게 빠른 수준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한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게임즈)의 경우 출시 첫달에 500만 회원을 확보한 것과 비교된다.

앱마켓 매출 순위에서는 포켓몬GO가 레볼루션에 뒤져있다. 다만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모두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는 레볼루션을 위협하는 포켓몬GO다.

일부에서 포켓몬GO를 향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기도 하다. 포켓볼을 던지고 잡는 행위가 무료하게 반복되다 보니 금방 질려버린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한글화가 완벽하지 않고 신규 유저가 즐기기엔 가이드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유저끼리 실시간 대결을 펼친다든지 포켓몬을 교환하는 시스템 등도 갖춰지지 않았다.

또 하나 지적이 몰리는 부분이 있다. 지방과 도시의 환경 차이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필수적인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수도권엔 몰려있지만 지방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포켓몬도 잘 안 나타난다. 지방에 사는 유저는 포켓몬GO를 즐기고 싶어도 즐기기 어려운 형편이다. 오픈스트리트맵에 기반을 둔 지도 데이터의 한계로 보인다.

▲ 서울 종로구 인근에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넘쳐난다(좌). 반면 경기 안성 일죽면 인근은 황량하다(우). 출처=게임 화면 캡처

'포켓몬GO'의 대안 몬스터 수집 게임들

포켓몬GO를 즐기는 데 제약이 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폰으로 할 수 있는 몬스터 수집 게임이 포켓몬GO 말고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포켓몬이 등장하지 않고 AR 모드도 지원하지 않지만 각각 고유의 재미를 담아낸 게임들이다.

그 하나는 ‘몬스터슈퍼리그’(스마트스터디 개발, 네시삼십삼분 서비스)다. 지난해 출시된 게임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낸 타이틀이다. 특히 주요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일본에서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장르는 몬스터 포획 RPG(역할수행 게임)다. 다양한 지역을 모험하며 발견한 몬스터를 수집하고 전투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게임이다. ‘스타몬’이라 불리는 500종이 넘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참고로 포켓몬GO엔 149마리의 포켓몬이 나온다. 모험 모드, 스타몬 리그, 혼돈의 탑 등 즐길 콘텐츠도 다양하다.

▲ 출처=네시삼십삼분

스타몬 파티 구성에 따라 치밀한 두뇌싸움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세밀한 3D 카툰 렌더링 그래픽을 보여주면서도 4년 전 출시된 저사양 기기에서도 구동이 된다. 최적화가 잘 됐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클랜 시스템과 클랜 보스전 콘텐츠를 추가해 즐길거리를 더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도 있다. 레볼루션에 앞서 출시된 엔씨소프트 자체 개발 모바일 RPG다. 기존 리니지의 세계관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어낸 아기자기한 느낌의 게임이다. 유저는 소환수라는 몬스터를 육성해 팀을 꾸려 전투를 펼칠 수 있다. 변화를 주면서도 혈맹과 같은 원작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그대로 담아냈다.

포켓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디지몬을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도 존재한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디지몬 소울 체이서’가 그렇다. 최초의 디지몬 모바일 게임이다. 피요몬, 팔몬, 덴타몬, 쉬라몬, 아구몬, 파피몬, 테일몬, 파닥몬 등 인기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장르는 액션 RPG다. 디지털 세계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모험과 디지몬 고유의 화려한 스킬 연출 등 원작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또 SD캐릭터로 구현된 130여종의 아기자기한 디지몬 캐릭터는 디지몬 팬들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생동감 넘치게 제작했다.

몬스터 대신 공룡이 등장하는 게임도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스톤에이지’다. 전 세계 2억 명이 즐긴 온라인 턴제 RPG ‘스톤에이지’를 모바일 버전으로 다시 만든 게임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원작의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룡 캐릭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재미는 그대로다.

원작과는 달리 고품질 3D 그래픽을 실감나게 입혔다. 공룡마다 고유 스킬이 있어 전략적인 요소가 강하다. 모험 스테이지는 총 160개로 구성된다. 시간 대전·레이드·특수 던전 등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실시간 PvP와 파티 PvE 등 흥미로운 전투 콘텐츠를 탑재했다. 한편 넷마블게임즈는 이 게임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버전으로도 개발 중이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지난 2013년 8월에 출시된 장수 모바일 게임 ‘몬스터길들이기’도 있다. 개성 넘치는 몬스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재미를 갖춘 모바일 RPG다. 탄탄한 게임성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통해 장수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바일 RPG 장르 최초 양대마켓 최고매출 1위 달성했다. 최고 동시접속자수 33만 명 돌파 등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모바일 RPG의 대중화를 견인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포켓몬GO'라는 신선한 자극제

물론 이 게임들이 포켓몬GO를 제압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포켓몬GO만의 차별성이 존재하는 탓이다. 일단 ‘포켓몬’이라는 글로벌 슈퍼 IP(지식재산권)가 다른 게임사들에겐 ‘가질 수 없는 너’다.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는 폐쇄적인 IP 라이선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차이가 여기서 생겨난다. 포켓몬GO에는 친숙한 캐릭터가 가득하지만 다른 게임엔 생소한 몬스터가 일색이다. 따라서 유저가 느끼는 매력도 반감된다.

또 다른 차이도 있다. 다른 몬스터 수집 게임은 일반 모바일 게임의 틀을 뛰어넘지 않는다. 반면 포켓몬GO는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R 게임이다. 실제 공간을 거닐며 즐기는 새로운 유저 경험(UX)을 제공한다. 모바일 게임의 확장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출처=나이언틱

업계에 따르면 나이언틱은 오는 3월 포켓몬GO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저 간 포켓몬 교환과 배틀, 퀘스트 기능, 2세대 포켓몬 추가 등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실한 국내 지도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포켓몬GO가 진화를 앞둔 셈이다.

지금은 포켓몬GO가 국내 출시된 지 일주일에 불과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 시장 트렌드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한국형 포켓몬GO를 만들겠다는 얘기부터 대항마를 만들어낼 구상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내 업계로서는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다. 당분간 포켓몬GO는 국내 게임 업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포켓몬GO와 같이 국내 유저를 사로잡는 강력한 토종 게임이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