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이 유력하며, 프리미엄 라인업과 중저가 라인업의 뚜렷한 계층화가 예상된다는 전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포스트 스마트폰이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모바일 혁명의 대세인 스마트폰이 당장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신규 시장 발굴에 대한 기대감과 프리미엄의 가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중저가 라인업도 가성비 일변도의 제품에서 벗어나 정밀한 타깃층을 노리는 특화형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관통할 3개의 주요 키워드를 살펴보자.

▲ 출처=삼성전자

키워드 1. 배터리 안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2만4000명을 조사한 결과 무려(?) 2.5%가 스마트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한 두 가지 증상을 보이는 잠재적 위험군은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의 경우 3.5%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으며 60대의 경우도 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제조사들이 집중하는 대목은 스마트폰 배터리 안전이다.

장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공포를 걷어내기 위함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상황에서 제조사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다. 갤럭시노트7 발화에 따른 단종으로 지난해 3분기 충격적인 IM부문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에서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고 전했다.

고동진 사장은 "원점에서 총체적 검수를 실시했다"며 "20만대의 갤럭시노트7과 배터리 3만개를 통해 충방전 실험을 거듭한 결과 자체 배터리 결함이 원인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하드웨어 설계 및 홍채인식기술 등의 탑재, 서든파티 앱 호환성 및 정전기 테스트, 기타 다양한 소프트웨어 의혹을 일축하며,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배터리'라고 짚어낸 셈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방위적 안전장치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배터리의 안전과 내구성을 검사하는 주기와 횟수를 확대하는 안정성 검사, 배터리 외관의 이상여부를 표준 견본과 비교 평가하는 배터리 외관 검사, 배터리 내부의 극판 눌림 등을 사전에 발견하는 X-레이 검사, 배터리 누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해 내는 TVOC(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 검사 상온에서 배터리 전압의 변화가 있는 지를 확인하는 ΔOCV(Delta Open Circuit Voltage), 완제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건에서 충전과 방전을 방본적으로 시험하는 충방전 검사, 소비자 사용 환경에 맞춰 집중 검사인 사용자 조건 가속 시험 검사를 제품 출고 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위 8단계 안정성 검사다.

나아가 캠브리지대학교 클레어 그레이 (Clare Grey) 박사, 버클리대학교 거브랜드 시더 (Gerbrand Ceder) 박사, 스탠포드대학교 이 추이 (Yi Cui) 박사, 아마즈 테크컨설팅 CEO 토루 아마즈쓰미 (Toru Amazutsumi) 박사 등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해 다중 안전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탄탄하게 꾸린다는 뜻도 밝혔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관련 단체에 무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고 사장은 "혁신적인 노트7을 만들기 위해서 배터리 사양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고,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 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경영 전반에 걸쳐 품질 최우선의 경영 체제를 강화해 제품 안전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배터리 안전을 위해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LG G6를 MWC 2017에서 준비하고 있는 LG전자도 배터리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스마트폰의 방열성능을 대폭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자사의 전략 스마트폰이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며, 최고 수준의 안전 설계와 테스트를 이중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뛰어난 내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LG V20에 이어 히트 파이프(Heat Pipe) 채택 등 대폭 향상된 방열성능과 국제 기준을 뛰어넘는 배터리 테스트 및 다양한 극한 조건을 동시에 적용한 ‘복합 환경 검사’로 안전성을 크게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히트 파이프는 열전도와 확산에 탁월한 구리소재다. 스마트폰 내부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주 발열 원인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온도를 약 6~10%까지 낮춰준다. 발열이 많은 부품간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열이 한 곳에 몰리지 않고 분산되도록 방열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했다.

배터리 열 노출 시험의 경우 국제 기준 규격보다 15% 이상 높은 온도로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점도 부연했다. 더불어  LG전자는 실사용 환경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제품을 테스트하는 기존 ‘가속 수명 시험’을 더욱 강화한 ‘복합 환경 시험’을 차기 전략 스마트폰부터 신규 도입한다고 밝혔다. 새로 추가하는 ‘복합 환경 시험’은 이런 여러 가지 극한 조건들을 동시에 적용한 실험이다.

물론 히트 파이프는 다른 제품에도 사용되는 기능이기에 LG전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발표가 LG G6를 출시하기 전 갤럭시노트7과의 대비를 위해 극적으로 마련한 장치라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터리 안전에 대한 대중의 '니즈'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LG전자가 나름의 대비책을 선명하게 부각한 지점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업계 차원의 배터리 안전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안전 기준 강화를 업계에 촉구하고 나섰다. 갤럭시노트7 발화에 따른 공포를 재연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CPSC는 전자업계와 더불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 임의 표준을 개정하는 작업에도 나섰다는 후문이다. 갤럭시노트7의 발화원인을 공식발표할 국가기술표준원도 조만간 리튬 이온 배터리 안전 가이드 라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가이드 라인은 하반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출처=LG전자

키워드 2. 폼팩터 전쟁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등장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패블릿과 투톱 라인업이 일종의 대세로 굳어졌다. 특히 패블릿의 경우 태블릿의 수요를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제조사에게 양날의 칼로 여겨지지만, 대화면에 대한 이용자의 열망은 현재 누구나 인정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제조사들은 본체 사이즈는 늘리지 않으면서 디스플레이를 넓히는 패블릿2.0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 출처=삼성디스플레이.

갤럭시S8의 경우 홈버튼을 삭제하고 각각 5.7인치, 6.2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MWC 2017 현장에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스펙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 상황에서 홈버튼을 빼고 가용 디스플레이 자체를 넓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여기에 갤럭시노트4 시절부터 시도된 엣지 디스플레이 가능성도 여전히 타진할 전망이다. 모두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LG전자는 18:9 화면비를 자랑하는 LG G6로 시동을 건다. LG디스플레이는 새로운 모바일용 LCD를 조만간 공개하며, 세계 최초로 18:9 화면비를 적용한 5.7인치 모바일용 QHD+ LCD 패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제품 이미지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몰입감을 높인 것인 특징이라는 후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소비와 멀티 태스킹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충실히 따라가는 분위기다. 물론 멀티 태스킹에도 강점이 있다.

본 디스플레이는 5.7인치 사이즈의 1,440×2,880해상도로 기존 QHD LCD 보다 높은 564PPI에 달해 QHD+라 불린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인터치(in-TOUCH) 기술이 적용되었고 터치 커버 글라스(Touch Cover Glass)가 필요 없기 때문에, 더 얇고 가벼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기존 QHD LCD 대비 투과율을 10% 높여 야외시인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소비전력을 30% 줄이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폰도 10주년을 맞아 AMOLED를 활용한 베젤리스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자존심인 비보의 X플레이와 화웨이의 메이트9 프로, 샤오미의 미믹스도 마찬가지다. 모두 베젤리스 스마트폰의 가능성으로 패블릿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노리는 유력 후보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젤리스의 경우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진격하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도 한다. 아직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과도 연결된다. 스마트폰 폼팩터 경쟁이 시작됐다.

▲ 출처=LG전자

키워드 셋. 인공지능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인공지능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최근 2017 첨단기술·미디어·통신산업(TMT)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판매되는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인공지능이 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으로 '이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상황인식으로 이어진다.

비브랩스를 인수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눈에 들어온다. 올해 출시되는 갤럭시S8에는 비브랩스의 인공지능이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방형이라는 것은 인공지능이 기능을 가지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갤럭시S8의 인공지능 무기는 빅스비다.

▲ 출처=삼성전자

LG전자도 인공지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CES 2017에서 가전 및 로봇의 경쟁력을 대거 공개한 상태에서 인공지능을 결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6의 등장이 유력하다. 모듈식 LG G5형을 포기하는 대신 인공지능 대세에 합류하는 셈이다.

AS에도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부터 스마트폰 원격 AS에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분석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분석 정확도 제고 및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에 있어 강점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후서비스가 더욱 정교하고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출처=LG전자

애플도 아이폰에 인공지능을 담아낸다는 복안이다. 이미 시리를 통해 인공지능 비서의 가능성을 모색한 상태에서 올해 아이폰 10주기를 기념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에 나선다는 뜻이다. 이미 안드로이드의 구글도 인공지능 퍼스트 기조를 통해 픽셀 등을 통해 나름의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증강 및 가상현실 등 다양한 인프라를 덧대는 분위기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에센셜(Essential)'이라는 회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공지능에 로봇, 증강현실 등을 담아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 외 새로운 운영체제의 등장도 예고되는 가운데 앤디 루빈의 파괴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해 11월 아너 매직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여준 화웨이는 CES 2017에서 인공지능이 담긴 메이트9을 공개하기도 했다. 알렉사와 협력했으며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