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사실상 연임의 9부능선을 넘었다. 26일 CEO 추천위원회가 황창규 회장을 차기 CEO로 추천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연임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5일 이사회를 통해 CEO 단독후보로 주주총회 추천을 받은 상태에서 황창규 회장도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비선실세 최순실과 관련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연임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는 했으나 CEO 추천위원회는 결국 '황의 법칙'을 선택했다. 남다른 경영실적이 의혹을 덮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안건이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황창규 회장은 이변이 없는 한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 출처=KT

황창규 회장은 지난 2014년 초 이석채 전 회장이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부임 직후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월급을 반납해 커다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방만해진 조직을 추스리고 본연의 통신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소위 삼성식 경영을 펼쳐 화제였다.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취임 직후 8304명에 달하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여파로 2014년 4065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으나 2015년에는 단숨에 1조2929억 원의 흑자를 달성해 관심을 모았다. 24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가 KT의 신용등급을 Baa1 Positive(긍정적)에서 A3 Stable(안정적)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그의 업적인 영업흑자도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일시적 비용절감 효과라고 평하며, 그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분명히 있다.

결정적 고비는 최순실 논란이다. KT는 미르 및 K 스포츠 재단 출연금은 차치한다고 해도 최순실과 차은택이 추천한 사람을 전무 및 상무보로 영입해 최순실이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의 광고를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황창규 회장이 장시호가 만든 사업계획서를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로 부터 직접 받은 정황이 포착되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황창규 회장이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막아달라는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KT는 정식으로 부정했으나 이러한 잡음 자체가 황창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분명했다. 또 2012년 영업담당으로 입사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아들을 교집합으로 삼아 황교안 권한대행이 KT를 비호하고 있다는 주장이 국민의당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황교안 권한대행은 정식 입장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황창규 회장의 연임가도에 파란불이 켜졌으며, 이견이 없으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이 확정될 것이라고 본다. 통신 및 기타 ICT 인프라적 측면에서 거둔 성과가 주효했다는 말이 나온다. 황창규 회장이 KT의 수장이 된 후 남다른 능력을 통해 일정정도의 성장을 끌어낸 것은 확실한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