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많은 한계 기업은 두 개의 구조조정 관련 법을 마주하게 된다. 이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채권은행들과 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그리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다고 말하는,  채무자 회생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이다.

사적 채무조정인 워크아웃이 채무자인 기업 입장에선 편할 듯하지만, 통합도산법 제정이후엔 법정관리 신청이 확연하게 늘어났다.

▲ 출처=KDI

기업들이 법정관리가 회생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뭘까. 

채권은행과 기업 양측 모두 워크아웃 신청에 부정적이다. “신청해봤자 유리할 게 전혀 없다”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팽배해 있다. 

채권은행들은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1년에 한번씩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기업 등급을 A∼D로 나누고,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기업으로 분류한다. 법개정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 뿐아니라 해외 금융회사들도 채권단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김·박 법률사무소의 김관기 변호사는 “채권 은행 입장에선 신규 자금 투입보다 채권 정리를 하는 게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아웃에서는 채권은행이 채권회수를 참거나 또는 신규 자금지원을 해야 하는데 반해, 상거래채권자들은 전액 변제를 해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자금지원을 해서 살릴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지만, 실제론 살려낼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에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선호할 수가 없다. 자칫 워크아웃을 잘못 진행해, 기업  청산의 단계로 갔다가 채권회수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 출처=KDI

KDI자료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의 생존율은 ▲상장기업 100% ▲비상장기업 64%, 규모별로 ▲대기업 91% ▲중소기업 62%등 전체 신청기업중 생존율은 76%로 조사됐다. 회생절차를 밟은 경우는 ▲상장기업 100% ▲비상장 62% ▲대기업 93% ▲중소기업 60% 등 전체 기업중 생존율은 63% 로 나타났다.

전체 법정관리 기업이 11배나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워크아웃 기업의 생존율이 압도적이지 않은 것이 의외다.

자산매각, 인력조정 등에서 법정관리절차보다 과감하지 못했고, 차입금의존도도 개선되지 않아 총자산이익률이 더 낮은 결과를 갖게 됐다. 기업워크아웃이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더이상 묘수가 아닌 게 분명하다. 

▲ 출처=KDI

반면, 부실기업의 경영자에겐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가 주어졌다. 통합도산법 재정 당시 DIP(기존관리인유지·Debtor in Possession)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동양그룹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워크아웃을 신청할 듯 하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법원은 동양그룹 5개사의 관리인으로 기존 경영진을 선임했다. 

당초 회사의 주요사업을 계속 진행해 회생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DIP제도가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제공했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채무조정 방식은 채권자와 채무자간 협상력의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워크아웃은 채무자인 기업이 채권자인 은행보다 협상력 우위의 게임이 가능하다"며 "반면 개인워크아웃은 채무자인 개인이 은행에 대해 매우 열위의 게임을 진행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다시말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기업의 재무구조와 영업능력 등 내부정보를 채권은행이 알아내는데는 한계가 있고, 이미 많은 채권이 물린 입장이다 보니 기업에 끌려가게 된다.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DIP제도로 기존 경영자는 경영권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워크아웃 절차에서는 채권단이 회사 재무상태, 영업실적 등을 파악한 후 부실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은 신규 자금지원은 고사하고,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될 것을 우려한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내부 문제도 있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신규자금 지원보다는 반대매수권을 행사하거나, 법정관리를 통해서 기업의 청산 가치만으로 채권을 처리하겠다는 결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또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회생 확률이나 개선속도가 법정관리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며 “은행의 채권회수 확률은 그대로인데, 부실가능성이 높은 추가 채무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들고나온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 방안도 문제가 없지 않다. 첫째는 기업 경영자에 대한 DIP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 또하나는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를 보호하는 보전처분, 비금융채권자까지 포함한 포괄적 금지명령등 강제 조항을 만들수 있느냐는 문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실 프리패키지드 플랜은, 채권자가 법원 수준으로 부실기업의 경영상태를 들여다보겠다는 나름의 협상력 강화 카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DIP조항이 통합도산법에서 제외되지 않는 한, 기업의 협상력은 견고할 전망이다.   

한 회계법인의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이제 금융당국이 지휘하는 기업구조조정이 아니라, 사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에서 보편화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워크아웃제도가 채권단, 기업 모두에게서 주목받지 못하면 결국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자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채권자 앞에서 어떤 협상력을 가지느냐가 채무해결의 중요한 키임이 분명하다. 협상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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