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효진(28) 씨는 매일 점심을 회사 동료들과 음식점에서 사 먹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가는 단골집이 생겼고, 가게 주인과도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효진 씨는 눈에 익은 한 음식점이 TV의 고발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게 됐다. 더러운 주방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음식, 저질 식재료들이 마구 사용되는 그 음식점은 바로 효진 씨의 단골집이었다. 효진 씨는 그동안 그 음식점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을 먹었던 것들이 떠올라 충격에 사로잡혔다.

 

낮선 음식점을 찾을 때 한 번쯤은 의심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음식은 위생적인 공간에서 만들어졌을까? 깨끗한 식재료를 사용했을까? 혹은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효진 씨의 사례처럼 종종 TV의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더러운 위생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저질 식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점들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어떤 음식점이 안전한 음식점인지 알고 싶어 한다. 이러한 궁금증들을 말끔하게 해결해주는 제도가 곧 시행될 예정이다. 바로 ‘음식점 위생등급제’다.      

음식점 위생등급제 시행의 배경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하루 한 번 이상 집 밖에서 밥을 먹는 비율은 2012년 25%에서 2014년 32%로 증가하는 등으로 외식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음식점 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같은 기간 실시된 식품소비형태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장소별 음식의 위생 상태를 평가했는데, 5점 만점 평가에 집밥이 4.2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음식점 음식은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2015년 식중독 발생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전체 식중독 발생 건수 중에서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의 음식이 직접적 원인이었던 사례가 6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음식점을 선정하고, 일반음식점 위생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음식점 위생등급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는 본 제도의 안착을 위해 2015~2016년에 걸쳐 전국 17개 시‧도(190시‧군‧구) 지자체와 일반음식점 1만1600개 업소와 함께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외식업계와 소비자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시범적 평가대상에는 전국의 모범음식점, 특화거리 내 업소, 지자체 인증업소, 대형업소 등 1만1600개 업소가 포함됐다. 등급별 비중은 우수(4204개소, 36%)가 제일 높았으며, 매우 우수(2968개소, 26%), 양호(2898개소, 25%) 및 등급 외(1485개소, 13%) 순으로 평가됐다. 

 

▲ 음식점 위생등급제 인증 마크.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지자체 인증과의 차별화 

위생등급제 이전에도 각 음식점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통음식점, 향토음식점, 우수음식점, 모범음식점 등 105종의 음식점 인증이 있다. 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 판단과 기준에 의해서 부여하는 인증이다. 그러나 일련의 인증들은 위생과는 무관한 기준으로 선정되고 있다. 즉 전통음식점, 향토음식점, 우수음식점, 모범음식점 인증을 받은 업소라 하더라도 위생적으로는 안전한 곳이 아닐 수 있다. 식약처는 그간의 소비자 피해사레 및 연구 조사를 통해 위생과 관계없는 복잡한 음식점 인증이 자칫 잘못하면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감지했다.   

제도의 개요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일반음식점의 위생 수준을 평가해 우수한 업소에 한해 등급을 지정‧공표하는 제도다. 위생 등급의 지정으로 외식업소 간 자율 경쟁을 통한 위생향상, 소비자 선택권 부여, 영업자 매출향상, 식중독 예방 등을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제도의 법적 근거는 식품위생법 제47조의2(식품접객업소의 위생등급 지정 등), 시행령 제32조의2(위생등급 지정에 관한 업무의 위탁 등), 시행규칙 제61조의2(위생등급의 지정절차 및 위생등급 공표‧표시의 방법 등) 및 제61조의3(위생등급 유효기간의 연장 등)에 있다. 평가 등급은 (매우 우수, 우수, 양호) 등 3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전문 검증인력들이 각 업소를 방문해 점수를 매기고 등급을 매긴다. 평가는 조리장의 위생 상태부터 폐기물 용기, 청결 상태, 식자재 보관 상태 등 총 44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최종 합산 점수가 90점 이상인 업체는 매우 우수, 80점대는 우수, 70점대일 경우는 양호 등급이 부여된다.

 
 

한 번 평가를 받은 업소들은 2년 주기로 등급을 갱신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평가에 임하는 업소들에게는 업소 운영을 위한 기술적 지원, 시설‧설비의 개‧보수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올해 식약처는 지난해 시범사업 시행으로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평가 기준 등을 보완하고, 지자체별로 상이한 인증제도와 통폐합 방안을 마련한다. 2018년에는 약 4만곳의 관광특구 내 음식점에 대해 위생등급을 부여하며 2019년에는 지난 2년간 운영한 위생등급제를 재검토하고 문제점을 보완한 후에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완전히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식약처 식품담당 보건연구관 신영민 팀장은 “음식점 위생등급제의 시행에 앞서 여러 가지 사전 절차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꼼꼼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식생활 환경 개선 및 안전한 식생활 조건의 마련을 통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음식점을 찾아가 즐겁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외식 업계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