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자영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었다. 공직자 혹은 공직에 준하는 사람들의 부정한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된 이 법안의 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160만명, 교직원 70만명 그리고 언론사 임직원 20만명 등 250만명이며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그 대상자는 약 400만명에 이른다.

갑을 관계에서 부정한 거래를 청산하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의 이 법안은 입법과정에서부터 자영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의 금액을 식사‧주류 등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부조금과 경조사비는 10만원을 상한선으로 규정했고 이들 항목 가운데 음식물과 선물이 자영업 매출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들어 일부 언론에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자영업이 대부분 어려워졌고 이에 따른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감안해서 국민권익위원장도 이 법의 일부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정보 제공기업인 주)나이스지니데이터로부터 자영업 빅데이터를 제공받아 김영란법에 영향을 받을 만한 주요업종을 심층 분석했다. 먼저 대상 업종으로는 객단가가 비교적 높은 업종 5개와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 5개를 추려내서 김영란법이 시행된 시기를 전후해서 매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검토했다.

이 법이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1차로 시행 이전 매출, 그러니까 2015년 8월과 2016년 8월 매출을 1차 비교했다. 김영란법과 전혀 상관없는 시기의 매출변화를 먼저 알아보기 위함이다. 다음으로는 시행 이후 첫달 매출, 그러니까 2016년 10월 매출이 2015년 10월과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했고 김영란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만한 서울 지역을 분석 대상으로 한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객단가가 3만원대 이상의 비싼 업종들은 매출이 소폭 하락했지만 객단가가 낮은 소위 1만원 전후의 업종들의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올랐다(표 참조).

<표1>서울지역 객단가 상위업종 매출비교

다시 업종별로 세분화해서 들어가 보자. 우선 막창구이는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달인 지난 10월에 5760만원의 평균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시행 1년 전, 그러니까 2015년 10월 매출은 4570만원이었으니까 오히려 1200만원 가까이 매출이 늘어났다(주황색 구간). 이 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시기(검은색 구간)보다 성장폭이 다소 줄긴 했지만 과거의 매출변화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접대가 빈번한 골프용품점도 마찬가지다. 골프 치러 가는 것과 골프용품을 사는 것과는 별개일 수 있겠지만 매출로만 비교해 보면 1년 전에 월평균 4700만원이던 것이 지난 10월에는 5000만원이니까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과 관계없이 전년 대비 일정하게 매출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법인카드 사용비율은 9%가량 낮아졌지만 골프의 대중화와 골프웨어의 일상복 대체효과 등이 매출하락 요인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골프인구는 2014년에 530만명이었는데 2년이 지난 2016년에는 600만명으로 70만명이 늘어났다.

반면에 참치 전문점과 일식집은 매출이 다소 줄었다. 고가(高價)식당으로 분류되는 참치 전문점은 2015년 10월에 점포당 월평균 매출이 3580만원이던 것이 김영란법 시행 첫 달인 지난 10월에는 344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0만원 정도 줄었고, 일식집은 5270만원에서 4900만원으로 월 370만원 정도 떨어졌다. 그러나 구간별 매출에서 상위 20% 점포의 매출이 다소 떨어졌을 뿐 중위매출은 변화가 없었다. 즉, 고가형 점포들은 다소 타격을 받았지만 소규모 점포들은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영란 법이 오히려 식문화를 바꾸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부분도 적지 않다. 시간대별 매출을 분석해 보면 밤 9시 이후 매출이 다소 떨어진 반면에 초저녁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에서다. 늦은 밤 매출이 줄어든 것은 객단가가 높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고르게 나타난 현상이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게 해주는 효과를 덤으로 얻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자영업종 가운데 객단가가 낮은 업종들을 살펴보자. 예상대로 고급주점들은 매출이 떨어졌지만 그 고객 중 일부는 오롯이 소주방과 포장마차 업종으로 전이됐다. 2015년 10월, 서울지역에서 영업 중인 2064개 포장마차의 평균매출은 김영란 법이 시행된 10월에 600만원이 늘어난 5100만원에 이른다(표2 참조).

<표2>서울 지역 중저 객단가 업종 매출비교

같은 기간 프라이드 치킨집도 6900만원에서 790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미루어 비싼 육고기와 주류업종에서 가벼운 치킨집으로 상당 부분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렁탕이나 라면‧김밥과 같은 분식집 그리고 한식집 등은 예년의 상황과 크게 다름없이 물가상승분만큼 따라 움직이는 수준이다. 참고로 치킨집의 평균 매출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점포의 대형화와 주류판매 등이 포함되었기 때문인데 현실적으로는 중위값을 참고하면 좋다.

연령대별 고객 비율도 별반 차이는 없지만 일부 업종에서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 중저가 업종 이용자 가운데 20대 비중은 큰 변화가 없으나 30대는 외식비율이 소폭 낮아졌고, 40대는 헬스클럽 이용자 비중이 늘었다. 과거 IMF 금융위기 때도 헬스클럽과 외국어학원 등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비싼 외식은 줄이는 대신 불안한 미래를 위해 체력단련비를 늘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김영란법으로 인해 자영업 시장은 객단가가 높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중저가 업종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여러 변수들, 예컨데 낮은 성장률에다 최근 불거진 국정농단사건, 고령화와 취업난 등이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킨 측면이 강한 거지 김영란법이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 고급일식이나 한정식집을 취재하여 자영업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기획보도는 그래서 자제되어야 하고 이를 빌미로 김영란법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나 자영업계의 의중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