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당초 2월 본방송을 준비했으나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 9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월에서 9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지상파의 제안을 판단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2월 지상파 UHD 본방송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태에서 설 연휴가 지난 2월 초는 되어야 방통위의 최종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위키미디어

지상파 UHD, 무엇이 문제인가
삼성전자의 SUHD TV 및 QLED TV, LG전자의 OLED TV가 지향하는 것은 UHD TV다. 흑백에서 컬러를 관통해 SD와 HD를 지나 UHD 시대로 이어지는 진화의 나선에서 TV의 발전은 잠시 3DTV를 지향하는듯 했으나 최종적으로 초고화질의 UHD TV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확장과 초고화질에 대한 일반의 열망이다.

국내에서 UHD의 가능성에 제일 먼저 집중한 것은 유료방송이다. 케이블 및 IPTV들이 공격적으로 UHD 도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파는 KBS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UHD 실험방송을 실시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무관하게 UHD 실험을 거듭, 그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기도 했다.

이후 몇 차례의 변곡점을 거쳐 지상파 UHD 본방송이 올해 2월로 정해졌다. 최종 목표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맞춰진 상태에서 지상파 UHD의 미래를 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산적한 현안이 너무 많았다. 최초 지상파는 유럽식 전송방식인 DVB-T2로 UHD를 준비했으나 이는 미국식인 ATSC3.0으로 대체되었고, 정부는 이러한 결정을 질질 끌다가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현재 시판되는 UHD TV와 지상파의 방식이 맞지 않는 문제와 내장형 안테나 이슈 등도 해결되지 않았다.

실제로 지상파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ATSC 3.0의 UHDTV는 2월이 되어야 출시된다. 또 내장형 안테나의 경우 지상파와 가전사의 이견으로 내홍을 겪었으며 투자 계획도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2월 본방송이 무리라는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UHD 방송 시청권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김경환 상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2년 12월 31일 지상파 아날로그 종료 및 디지털 전환과 달리 UHD 방송은 지상파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시정차 중심의 수신환경개선도 중요한 포인트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석혁 서울YMCA 팀장은 "안테나 내장의 경우 충분히 실현이 가능한데 왜 가전사가 나서지 못하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가전사의 스탠스를 비판했으며 윤영 소비자 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지상파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적 측면에서 지상파 UHD가 성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지상파 UHD 2월 본방송은 시작부터 무리한 계획이었으며, 로드맵 자체가 지지부진했다. 직접수신환경이 파괴된 상황에서 가전사와의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는 차일피일 시간만 미뤘다. 물론 지상파의 과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욕심을 낸 나머지 지상파 UHD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KBS는 방통위 허가 문제로 관련 장비 발주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으며 MBC와 SBS는 테스트 과정에서 장비 자체의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장 안테나는 분명히 해답이 있다. 현재 지상파는 안테나 내장에 대한 가전제품 제조사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TV 수상기 전원 어댑터에 수신신호 필터 및 증폭기를 장착한 ‘Plug-In Antenna (장착형)’와 TV 내부 전자파 극복기술을 활용한 15mm 두께의 초박형 ‘Stacked Microstrip Antenna (내장형)’를 개발하고 가전사가 UHD TV에 적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즉 이 문제는 누군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출처=UHD코리아

700㎒ 대역 주파수 먹튀일까?
지상파 UHD 2월 본방송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올해 9월 본방송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여기에는 직접수신율이 낮은 지상파의 원죄와 무리한 계획,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각자의 고집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명확한 상황판단도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각의 700MHz 대역 주파수 책임론이 눈길을 끈다. 지상파가 700㎒ 대역 주파수를 무상으로 가져간 상태에서 지상파 UHD 2월 본방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소위 '먹튀'했다는 주장이다. 과연 타당할까.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며,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 활용하는 공공재다. 일반적으로 통신 사업자들이 경매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들여 장기대여하는 방식이 잘 알려져 있으나, 사실 주파수의 활용은 DMB부터 라디오, 심지어 국정원 채널까지 다양하다. 당연히 지상파도 주파수를 활용한다. 정리하자면 주파수는 공익적 자산인 셈이다.

여기서 700㎒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해당 주파수는 소위 황금 주파수로 불릴정도로 성능이 좋으며,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으로 활용해왔다.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가치에 충실하게 따르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그리고 최근의 보도 행태로 인해 오해하고 있지만 지상파는 국가 기간 인프라 사업이며 마땅히 국민이 누려야 하는 공익적 플랫폼이다. 이런 관점에서 해당 주파수는 지상파가 운용해왔다.

그런데 2012년 12월 31일 전국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및 디지털 전환 후 700㎒ 대역 주파수는 반환되었다. 디지털 방송은 700㎒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상파는 해당 주파수를 UHD 방송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지상파 UHD 2월 본방송 불방에 따른 지상파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기에 기인한 셈이다.

만약 여기에서 700㎒ 대역 주파수 108㎒ 폭 전체를 지상파에 할당했다면, 이런 상태에서 지상파가 UHD 2월 본방송에 실패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지상파의 것이다. 그 외 다양한 변수도 있지만 '지상파가 700㎒ 대역 주파수를 먹튀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최시중 위원장 시절 방통위는 해당 주파수는 통신용 주파수로 규정했고, 뒤를 이어 미래창조과학부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2.0까지 전개하며 이를 공고히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주파수를 쪼개어 방송과 통신에 각각 할당하는 방식을 추구했으나 상하위 대역 20㎒ 폭을 통신에 나눠 실제 지상파의 활용분을 축소한 점은 희대의 꼼수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정망 주파수도 700㎒ 대역 주파수에 들어왔다. 황금 주파수가 누더기가 되어버린 셈. 실제로 해당 주파수를 보면 698㎒ 폭부터 803㎒ 폭 중 방송용 2개 채널에 698㎒폭에서 710㎒폭, 이후 710㎒폭에서 718㎒폭까지 보호대역, 그리고 국가재난망이 718㎒폭에서 728㎒폭이다. 이후 경매에 나온 통신용 728㎒폭에서 748㎒폭이 있고, 다시 보호대역 748㎒폭, 753㎒폭이 나온다. 이후 방송용 채널 2개로 753㎒폭에서 771㎒폭, 이후 보호대역 771㎒폭에서 773㎒폭, 다시 국가재난망 773㎒폭에서 783㎒폭이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통신용 783㎒폭에서 803㎒폭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방송용이 2개, 국가재난망이 2개, 통신용이 2개며 각각의 보호대역은 3개다. 누더기 수준을 넘어 넝마다. 그 결과 통신용 활용도 불투명해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3사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유찰시켰다.

그런 이유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가 가져갔다는 이유로 2월 본방송 불발에 대한 책임을 지상파에 돌리는 것은 어폐가 있다. 물론 해당 주파수를 당연히 통신이 가져가야 하며, 지상파가 숟가락을 얹었다는 비판도 보는 시각에 따라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축소되고 있는 지상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 가치를 아예 무시하자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 공공 인프라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해당 주파수를 온전히 가져갔으면 막대한 세수를 올렸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근거가 희박한 이유다.

차라리 지상파의 무리한 밀어붙이기, 정부의 엇박자 등을 문제로 삼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리한 로드맵이라는 것은 본방송을 준비하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것이며, 이는 고쳐나가면 그만"이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UHD 방송이라는 대전제를 지키기 위해 지상파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