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2017’에서는 올해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봤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변화할 미래 교육환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대표적인 것이 이러닝(e-Learning)이다. 2000년대 등장한 온라인 학습방식인 이러닝을 에듀테크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인터넷이 생활화되기 시작할 무렵 등장한 이러닝은 당시만 해도 꽤 획기적인 기술로 여겨졌다. 현재의 에듀테크는 과거 이러닝에서 더욱 진화한 개념이다. 과거 이러닝이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지금의 에듀테크는 교육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과정에서 혁신적인 교육 개념들이 등장한다. 학습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거나, 이전의 학습 성취도를 평가해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교육이 기술에 의해 더욱 정교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에듀테크의 가능성은 기업의 투자 방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부터 이러닝 콘텐츠 개발까지 에듀테크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규모를 보면 2015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투자된 금액만 4.5억달러(약 5161억원)에 달한다. 이 분야의 투자 규모는 매년 약 32% 정도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정 연령대가 아닌 초등학교 이전 교육 단계에서부터 성인교육 단계에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에듀테크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에듀테크 시장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만 18억5000만달러(2조1571억원)다. 이는 2014년 13억6000만달러(1조5857억)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미국 에듀테크 산업 규모는 100억달러(약 12조원)에 육박한다. LA, 시카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산업단지 육성을 추진 중이다.

미국 학교들은 지난 2010년부터 디지털 학습 환경 전환을 목표로 국가교육기술계획(National Education Technology Plan, NETP)을 수립해 실행했다. 예산상 제약이 있는 몇몇 학교들을 중심으로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정책이 널리 확산됐다. BYOD는 학교에서 테크놀로지 기기를 일괄 보급하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그들이 사용할 기기를 학교에 가져오는 정책이다. 그렇게 미국 교실에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등 디지털 환경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대학 교육은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통해 바뀌고 있다. 무크는 현직 교수의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 수업이다. 특별한 입학 기준이 필요 없으며 수업료는 무료다. 인터넷이 접속되는 환경에서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무크 강의는 지식정보 민주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무크를 통해 약 5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정규학점 취득이나 학위를 딸 수도 있다. 가장 유명한 무크 중 하나인 유다시티(Udacity)는 대기업과 손잡고 나노학위를 발급하고 있다. AT&T는 유다시티 나노학위 과정을 들은 학생은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학교 현장에 자사의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며 미국 공교육 개혁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국에서 에듀테크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중 하나다. 1000여 개의 에듀테크 기업이 영국에 있는데 그중 200개가 영국 런던에 있다. 런던앤파트너스와 에듀테크 UK가 공동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교육 시장 규모는 175억파운드(약 30조원)다. 영국 정부는 에듀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2020년까지 300억파운드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민관합동 4차 산업혁명과 전략위원회를 설립해 관련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교육부는 소프트웨어(SW) 교육 의무화를 추진해왔다. 오는 2018년 중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 초등학교에서 SW 교육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지능정보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를 기르기 위해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SW교육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교사 역량 강화에도 집중한다. 2018년까지 전체 초등교사의 30%인 6만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이 중 6000명에 대해서는 SW 심화연수를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문제해결력, 컴퓨팅사고력 개발과 학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교과서도 개발해 보급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SW 교육을 ‘코딩교육’과 동일시하고 획일적인 코딩부터 가르치는 학원과 과외까지 등장했다. SW 교육 의무화로 등장할 사교육 바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은 인재양성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인재상은 어떤 것일까?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요구되는 지능정보사회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격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최적의 ICT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이 점차 많아지면 단순한 지식을 활용하는 이러한 직업들은 없어질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를 융합해 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창의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또한 융합을 할 때 혼자서 할 수 없다. 여러 사람들과 협업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EBS 교육대토론에서 ‘4차산업혁명, 미래 교육 방향은’이란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재상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깊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당시 방송에서는 현재 학교를 경직된 학교제도, 표준화된 교육과정, 경쟁적 상대평가, 규격화된 학교시설로 설명했다. 미래 학교의 모습은 유연한 학교제도, 학습자맞춤형 교육과정, 학습자 중심평가제, 지능정보형 학교시설로 소개하며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년 이내 475만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현재 직업의 47%는 사라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EU는 2018년까지 480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SW가 전통적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SW관련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란 얘기다.

WEF에서는 제조업과 사무직 등의 일자리가 가장 위험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로봇과 3D프린팅의 위협을 받는 제조·광물업 분야 일자리도 160만9000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WEF는 전 세계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전략 기획 담당자들에게 2020년에 기업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기술에 대해 물었다. 1위가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 2위부터 5위까지 차례대로 비판적 사고, 창의력, 사람관리, 협업능력이다. 그밖에는 감성 지능, 판단과 의사결정, 서비스 지향성, 협상, 인지정 유연성 등이 나왔다. 대부분의 영역이 역량과 인성에 해당한다. WEF는 이를 ‘사회 정서 학습 기술’이라 명명했다. 4차 산업혁명에선 관련 기술을 보유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