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올해 보장성 보험 상품을 확대해 주목받고 있다.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안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장기보험에 대한 공략을 시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면 생보사는 주력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이 비과세 축소로 판매가 위축된데다 사망보장보다 평소 건강관리를 중요시하는 트렌드 변화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기적으로 IFRS17 대비도 가능해 앞으로도 관련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보험 실적개선…신시장 확보가 목표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올해들어 보장성 보험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우선 KB손해보험은 보험료는 낮추고 보장은 확대한 ‘KB The드림365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질병, 상해, 배상책임 등 종합보장을 제공해주며 실손 담보와 사망, 후유장해, 각종 진단비 등 일생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최대 20년 만기 갱신형 상품으로 20년 동안 보험료 인상 없다. 20년 후에는 갱신을 통해 최대 110세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이 상품은 올해 최초로 보험협회로부터 창의성을 인정받아 독점판매권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현대해상은 뇌졸중을 보장하고, 건강 회복 시 보험료를 낮춰 주는 간편심사보험 ‘간단하고편리한건강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간편심사보험은 ▲5년 내 암진단 또는 암치료 여부 ▲2년 내 입원 또는 수술 여부 ▲3개월 내 의사의 입원·수술 등 검사소견 여부 등 3가지 조건을 보지 않는 상품이다. 이번 현대해상 간편보험은 뇌졸중 진단시 보장이 가능하며,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더케이손해보험은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무배당 2030 실속 큰병보장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3대 질병을 기존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 암에서 허혈성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암으로 확대 및 재구성해 보장범위를 확대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보장성보험 출시를 확산하는 것은 자동차보험 시장의 수익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단위 : %, 출처=금융감독원

지난해 전체 생보사 차보험 손해율을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2015년 82.4%에서 지난해 80.7%, 현대해상은 89.7%에서 82%로 줄었다. 같은 기간 동부화재는 87.5%에서 81.6%, KB손보는 88.3%에서 81.9%, 메리츠화재는 93%에서 84.1%로 하락했다. 손해율 하락은 보험상품에서의 적자 폭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견고한 국내 차보험 시장을 뚫기 위해 외국계 보험사들 역시 장기 보장성보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악사손해보험은 최근 장기보험 상품 예정이율을 기존 2.75%에서 3.00%로 인상하기로 했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보험금 지급 때까지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이 0.25% 인상되면 보험료는 평균 5~10% 내려간다.

예정이율 인상을 통해 악사손보는 차보험 상품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험 상품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5% 가량인 장기보험의 비중을 5년 이내에 35%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악사손보는 지난해 악사그룹으로부터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보험이 안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장기 보장성 보험에 대한 공략을 펼치는 상황”이라며 “중소형 보험사들도 진출이 예상돼 당분간 보장성 보험 시장에서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장성 보험 축소 ‘직격탄’…IFRS17 대비

생보사의 경우 한화생명이 가장 먼저 ‘한화생명 변액유니버설 GI보험’을 출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 상품은 암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말기 폐 질환, 말기간질환, 말기신부전증, 장기간병(LTC) 등 7대 질병을 보험료 변동 없이 평생 보장한다. 또 암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은 중대질병(CI)이 아닌 일반질병(GI)으로 조건을 완화해 질병의 정도와 관계없이 보장받도록 했다.

교보생명은 저렴한 보험료로 다양한 질병을 보장한 ‘교보생생플러스건강보험(갱신형)’을 출시했다. 별도의 사망보장 없이 5대 주요질환과 암, 간병 등 생존보장에 집중해 보험료 부담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NH농협생명은 ‘생활비받는NH암보험(갱신형,무배당)’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암에 대한 보장과 더불어 생존 시 매월 100만원의 생활자금을 최대 5년간 지급 해준다.

생보사의 경우 손보사와는 달리 저축성 보험 축소 우려에 따른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에 따르면 세법 개정안을 통해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든다. 월적립식 저축성보험은 월 150만원 한도로 축소된다.

사망보장보다 살아있을 때 건강보장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도 한몫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생보 신상품들이 사망보험금을 줄이는 대신 주요 질병에 대한 진단금이나 노후 생활자금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종신보험 판매가 축소되고, 저축성 보험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면서 보장성 보험으로 소비자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회계표준(IFRS17) 개정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IFRS17이 시행될 경우 과거와 달리 부채평가를 현재시점에서 하게 된다. 저축성 보험을 판매해 과거 시점에서 고금리 보장을 약정했을 경우 역마진이 심화돼 부채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에 맞추기 위해 부채규모를 줄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자산을 확충하기 위해 장기보험의 규모를 늘려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