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기존 교육에 반기를 들다

교육 시스템은 시대에 민감하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할 때도 교육 시스템은 큰 변화를 겪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공교육과 학교다. 4차 산업혁명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다. 그 중심에 에듀테크(Education Technology)’가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과 기술의 결합을 뜻하는데, 단순한 결합을 넘어 교육 문화가 변한다는 게 골자다. ‘학교는 꼭 가야 할까?’ ‘모든 학생은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할까?’ 에듀테크는 기존 교육방식에 반기를 든 질문을 부추긴다.

에듀테크는 획일화된 교육환경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등장한다. 그 배경에 빅데이터(Big Data)가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10억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가 생산되는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정보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찾는 것이 힘’인 세상이 왔다.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 정리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해졌단 얘기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암기하고 있는지, 정답을 잘 맞추는지 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창의적인 아이디어, 사고하는 방식 등을 익히는 게 중요해질 전망이다.

교육은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주목하는 과제다. WEF는 지난 2년간 ‘교육을 위한 새로운 비전’이란 주제의 보고서도 발표한 바 있다. 교육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건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중요하다.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는 공동의 책임의식이 따르기 때문이다. 교육이야말로 정부‧사회‧가정이 나서서 관심 가져야 할 공통된 고민거리가 아닐까. 에듀테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짚어봤다.

 

개인 맞춤 학습·학생 주도 수업·평생교육 실천

천진난만한 11살 소년 김신 군. 중학생 누나 김인나 양과 교육업에 종사하는 부모님까지.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그의 가족에겐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학구열. 학구열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김신 군 가족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플립러닝’ 도입 후 적극적인 학생이 되다

초등학생인 김신 군은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간다. 오늘의 수업 콘셉트는 김신 군이 제일 좋아하는 ‘거꾸로 교실’이다. 부지런한 김 군은 거꾸로 교실을 위해 전날 집에서 미리 교사가 만든 동영상 강의를 학습했다.

거꾸로 교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예습해 온 내용을 토대로 토론, 과제 풀이 등 ‘참여’에 초점을 맞춤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서 복습을 하던 기존의 방식과는 반대돼 거꾸로 교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외국에서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으로 더 유명하다. 2007년 미국 교사 조나단 버그만과 아른 샘즈가 처음 시도한 교육법이다.

김 군의 반 친구들은 거꾸로 교실 도입 후 훨씬 활기차고 주도적으로 변했다.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업의 흥미가 커지자 학업성취 수준도 높아졌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에서 학습의 ‘조력자’로 변해 학생들을 이끌어 간다.

일대일 애플리케이션 과외로 공부가 즐겁다

중학교 2학년인 누나 김인나 양은 요즘 공부가 즐겁다. 어려운 문제도 그때그때 물어볼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기 때문이다. 비결은 일대일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공부 도중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질문하면 된다.

질문 방법은 간단하다. 모르는 문제를 직접 사진 촬영해 올리면 된다. 약 10분 후 온라인교사가 설명한 문제 풀이 과정을 답변으로 받을 수 있어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자신 있다. 한 달 4만원대의 이용료로 명문대 출신의 선생님에게 실시간 질문을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고 오프라인 과외보다 이용료가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설명이 이해되지 않을 경우에는 둘만의 대화방을 개설해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김인나 양이 한 문제를 풀 때마다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방식이 적용된다. 어댑티브 러닝은 학생들의 문제풀이 습관, 수준 등을 정밀하게 파악해 최적화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능을 말한다.

 

전자 알림장으로 학부모-교사 소통 활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신 군의 모친 황 씨. 황 교사는 최근 전자 알림장 앱을 도입하고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우선 효율성이다. 예전에는 일일이 전화하거나 출력물을 뽑아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했지만 이제는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것만으로 그 내용이 학부모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공지된다. 아주 간단한 교육정보 동기화 시스템 덕분에 교사도 학부모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전자 알림장 앱에는 통신문은 물론 식단, 학습계획 등이 포함된다.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궁금했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학부모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자 알림장이 없던 시절에는 혹시 빠트린 내용이 있을 경우 수소문해서 알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전자 알림장 앱은 전국 1만190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와 1000여 개의 교육기관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황 교사의 수업 목표는 언제나 ‘생생한 체험’이다.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 역시 가상현실(VR) 체험이다. VR과 AR,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종이책과 모바일을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과거에는 없던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오전 수업은 세계 명소 체험이다. 가상현실 체험기기를 이용해 전 세계 100개가 넘는 장소를 실제 여행하듯 실감 나는 체험이 계획돼 있다. 황 교사는 명소 체험 후 학생들에게 특별한 스케치북을 나눠 줄 예정이다. 이 스케치북에 여행 다녀온 장소를 그림 그리면 모바일 앱이 이를 인식해 홀로그램으로 표현해준다. 오후에는 생체 구조를 배운다. 홀로렌즈를 통해 인체 모형을 홀로그램으로 감상하며 좀 더 생생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 교사는 ‘인재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많은 학생들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주입식 방식의 교육 틀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해 가능성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크로 평생 교육을 실천하다

김신 군의 부친 역시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족 중 학구열이 가장 높은 김 교사는 최근 무크(MOOC)에 푹 빠졌다. 무크는 대규모 수강자가 대규모의 강의를 수강료 없이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교육과정이다.

무크는 미국 하버드대, 메사추세츠공대 등 해외 유명 대학이 참여해 시작했다. 한국형 무크로 불리는 케이무크는 이를 벤치마킹해 등장한 것으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한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18년까지 케이무크 강좌 규모를 5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집에 앉아서 세계 석학·유수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사는 무크를 통해 진정한 평생교육을 실천할 생각이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아 학위까지 따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