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LG경제연구원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 치료법이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비표적절단, 유전자 치료 자체의 안전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발맞춰 국내 시장도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HIV·암치료 분야서 주목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기술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치료에 유용하다. HIV는 CCR5 제거로 치료할 수 있다. CCR5는 HIV 에이즈 바이러스의 수용체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CCR5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HIV가 발병하지 않는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Sangamo BioScience)`는 1세대 유전자 가위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ZFN)를 활용했다. 에이즈 환자 면역세포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한 후 다시 체내에 투여하는 방식을 임상시험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환자 체내에서 HIV 번식과 저장소 둘 다 감소했다.

중국 광저우대 연구팀은 지난해 4월 배아세포에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를 이용해 HIV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없는 면역 수정란을 만들었다. 기증받은 16개 배아에 CCR5 유전자 제거를 시도, 4개 성공했다.

암 치료 분야에서도 유전자 가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 유전자를 편집해 암세포 공격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면역세포 림프구 한 종류인 T세포의 PD-1 수용체를 CRISPR 기술을 통해 제거하면 암세포 면역 회피 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해 공격하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전통적인 항암치료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안질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CRISPR 기술을 안질환 치료에 '인 비보'(in vivo) 방식으로 적용 가능하다. 미국 솔트 연구팀은 이미 세포 분열이 끝난 망막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in vivo 방식으로 삽입해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진 동물모델의 시력 회복에 성공했다.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도 크리스퍼 기술을 사용해 레버 선천성흑내장이란 희귀 안질환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신청을 준비 중이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정상적인 동그란 모양의 헤모글로빈이 아닌 낫 형태 헤모글로빈이 생성되면서 발생한다.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스탠포드대 포르티우스 박사는 병든 세포 중 10%의 변이만 교정해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CRISPR는 다양한 질병을 쉽고 빠르게 치료해주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절단할 수 있는 비표적절단(off-target)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비표적절단 빈도는 세포와 염기 서열에 따라 다양하게(0.1~60%) 나타난다. 자칫 절단된 유전자가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일 경우 새로운 질병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한국 CRISPR 기술 특허 보유국"

CRISPR 시스템 유전자 편집 메커니즘을 밝혀낸 다우드나(J. Doudna) 교수조차 인간 배아 유전자 치료는 필요하지만, 여전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9년 펜실베니아 대학 유전자 치료 임상 시험에 참가한 19세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는 아데노바이러스 유전자 편집 중 사망했다. 이후 유전자 치료 중 백혈병에 걸리는 환자들이 발생해 지난 2003년 1월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유전자 치료를 잠정 중단시켰다.

LG경제연구원 김은정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제약회사와 CRISPR 기술을 보유한 벤처 기업들이 활발한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을 주도해 가고 있다"며 "한국도 CRISPR 기술 특허를 보유한 국가로서 계속 관련 기술 수준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CRISPR 기술은 이제 막 부상하기 시작한 기술"이라며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절단할 수 있는 비표적절단의 기술적 문제를 개선하는 등 극복하고 합의를 이뤄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