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혼자 살아가는 1인 인구의 증가 추세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권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통계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면 2020년 전세계 1인 가구는 전체 인구 26%를 차지하게 되며 가장 많은 1인 가구가 거주하게 될 나라는 미국(3600만명)이다. 중국과 일본은 차례로 그 뒤를 잇는다. 인구 비율에 따른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1인가구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개는 이웃나라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가는 추세가 나타난다. 모든 현상이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변화는 1990년대~2000년대 일본의 모습과 유사점이 많다. 이는 심리적 거리감과 상반되는 문화적 유사성에서 기인한다. 즉, 일본의 변화를 알면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1인 경제 현상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접근법, 우리나라와의 차이점 등을 짚어 보았다.  

400년이 넘는 일본 1인 문화의 역사   

아시아권 국가들은 문화의 속성상 ‘공동체’를 전통적으로 강조해왔을 것 같지만, 일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일본은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7, 1603년부터 15대 쇼군 요시노부가 조정에 정권을 반환한 1867년까지의 봉건시대)부터 1인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거리의 이동식 매점에서 음식을 서서 혼자 먹는 타치구이(たちぐい), 비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1인 고객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포장마차 야타이(屋台)는 당시의 소비 형태를 반영한 판매 전략이었다.

▲ 출처= 픽사베이

또한 밥, 국, 메인메뉴가 한 사람이 먹도록 쟁반에 담겨 나오는 이치닌마에(一人前), 우리가 즐겨먹는 초밥은 당시 1인 소비자들이 많이 사 먹던 음식이 발전한 형태다. 주거문화에서는 긴 목조 건물에서 방을 나눠 사는 서민들의 1인 거주 주택 나가야(長家)가 유행했다. 이러한 일본 사회에서는 1인 중심 문화가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었다. 

일본의 1인 가구 ‘단신세대(単身世帯)’ 

일본에서는 1인 가구들을 ‘단신세대’ 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홀로(單身) 살아가는 가구들을 뜻하는데 이들에게서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던 활동들을 혼자서도 당당하게 즐기는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 혼자 있는 것은 그들에게 ‘창피함’ 이거나 ‘외로움’이 아니며 업체들도 이를 마케팅이나 제품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1년 등장한 와쇼쿠야(話食屋)는 고객의 가정에 직접 방문해 요리를 해주고 함께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로 수많은 일본의 독신 남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홀로 식사를 즐기는 이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만화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가 큰 인기를 얻으며 드라마로 6번째 시즌까지 만들어졌다. 심지어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음식점들을 모은 가이드 책자가 발매되기도 했다.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세대수는 부부와 단신으로 구성된 가구가 전체 인구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5년 이후 부모자녀 가구가 감소하는 반면 부부와 및 단신 가구세대의 비율은 변하지 않아 향후 단신 세대의 증가와 관련 시장의 활성화를 예상했다. 
 
일본 1인 가구 정책의 최신 방향성, 개호와 실버산업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1인 식사 문화, 즉석 간편 식품, 편의점의 대중화, 제품 소형화 등은 일본의 소비 문화였다. 소비행태를 비교하면 이 외에도 많은 부분의 유사성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개호(介護, 곁에서 돌봐주는, 간병)와 실버산업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즉, 혼자 지내는 노인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정부 차원의 ‘개호복지’라고 해서 노인 간병을 지원하는 많은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개호 관련 산업의 평균 임금을 월 1만엔(약 10만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실버산업에 접근하는 일본의 접근 방식은 우리가 주목할 분야다. 일본은 각 대형병원이 직접 연구한 노인 전용식사를 각 지역의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또한 1인 노인들을 위한 문화 공간도 특화시켰다. ‘노인들의 하라주쿠(도쿄 시부야구 소재,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불리는 스가모(巣鴨)는 최신 유행의 노인용품 및 의류가 저렴하게 판매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 일본 스가모(巢鴨). 출처=Flicker.com

우리나라와의 근본적 차이

현상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분명히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국가 구성원들의 문화적, 정신적 사고방식에서 일본과 완벽하게 같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KOTRA 일본 주재 도쿄 무역관 김광수 부장은 “일본은 역사적으로 특유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편한 방법의 생활습관들이 우연한 계기로 글로벌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유사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변화들은 우리나라의 본질적 국민 정서와는 크게 부합되는 부분은 아니며, 경제 침체에 따른 소비의 축소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타의적 선택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