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으로는 950만~1265만원입니다. 자동변속기가 옵션 사양으로 빠졌습니다. 130만원 가량을 추가로 지불해야 되는 셈이죠. 어찌됐건 최소 가격이 1000만원을 넘겼습니다.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1265만원)에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1610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모닝의 가격 분석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자동차 판매 금액도 오르고 있습니다. 유독 경차에 붙은 숫자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 같네요. 모닝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쉐보레 스파크 역시 구매를 위해 필요한 돈은 비슷합니다. 스파크의 가격은 992만~1562만원. 풀옵션 모델은 1663만원에 이릅니다.

아반떼를 넘어섰습니다. 현대차 아반떼의 판매 가격은 1410만~2415만원. 엑센트는 1135만~2117만원입니다. 풀옵션 모닝이 깡통 아반떼보다 200만원 가량 비싼 셈입니다. 경차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추억에 젖어보겠습니다. 한국 경차의 역사는 1991년 시작됩니다. 대우자동차가 내놓은 ‘티코’가 포문을 열었죠. 당시 이 차의 기본 판매 가격은 300만원 초반대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티코는 ‘마티즈’로 이름을 바꿨죠.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아토스·비스토를 출시하며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들 경차의 기본 판매 가격은 500만원대 중반이었습니다.

약 26년만에 경차 가격은 세 배 가량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준중형차나 중형차 가격은 2~2.5배 가량 올랐고요.

▲ 기아차 올 뉴 모닝 / 출처 = 기아자동차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 성능 발전이 눈부시니까요. 창문을 열기 위해 수동 개폐 손잡이를 열심히 돌리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최근 출시된 경차는 편의사양은 물론 안전성도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습니다. 신형 모닝에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 급제동 경보시스템(ESS)은, 무릎 에어백 포함 7에어백, 측면 충돌감지 센서 4개 등이 장착됐습니다.

기아차는 신형 모닝에 ‘통뼈 경차’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초고장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적용하며 안전성을 크게 끌어올렸죠. 고객의 안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는 박수를 쳐줄만 합니다.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경차의 기준이 해외보다 까다로운 탓에(구시대적으로 뒤처진 탓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종들이 있습니다. 피아트 500 등이 대표적이죠. 자연스럽게 경차 시장은 작아질 수밖에 없고요.

마진이 안 남고 시장이 작다보니 완성차 브랜드들이 뛰어들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2016년 현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차는 기아차 모닝·레이와 쉐보레 스파크 정도 뿐입니다. 사실상 모닝과 스파크가 시장을 주름잡고 있죠.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집니다. 대동소이한 성능에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됩니다. 자연스럽게 상대를 깎아내리는 마케팅이 펼쳐집니다. 출혈 경쟁도 서슴지 않습니다. ‘경차 전쟁’이 벌어지면서 1000만원짜리 자동차에 냉장고·에어컨 등 경품이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가격 책정의 주도권 역시 자동차 회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 상대가 하나뿐이니, 서로 눈치만 보면 되니까요.

지금의 상황을 견제해줄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해외에서 경차를 판매하고 있는 현대차(i10) 역시 예외가 아니고요. 올해 클리오·트위지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는 르노삼성도 새로운 경차 모델을 부산 공장에서 생산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 경차를 사는 시대는 지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풀옵션 모델 가격이 1700만원에 육박한다는 게 상징적이죠. 비싸진 만큼 성능이 좋아졌다니 다행이긴 합니다. 다만 소비자 선택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