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늦게도 왔다. 반년 만이다. 포켓몬고(GO) 말이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이다. 미국 개발사 나이언틱은 24일 한국 정식 출시를 알렸다.

이 게임이 지금까지 거둔 성적은 어마어마하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로드는 5억건을 돌파했다. 규모가 가장 큰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제외하고 거둔 성과라 더 놀랍다.

정식 출시에 따라 국내에서도 뒤늦게 포켓몬고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아직 논란거리는 남아있다. 초기 서비스 불안정, 추운 날씨, 지도 데이터 이슈, 안전 문제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논란과 별개로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유저들의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포켓몬고가 일으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뒤늦은 바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출처=포켓몬컴퍼니

느닷없이 찾아온 포켓몬고

포켓몬고 출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총괄이사는 진땀을 흘렸다. 국내 정식 서비스를 위한 선결 과제였던 지도 데이터 확보에 관한 질문이 쏟아진 탓이다.

그가 준비한 답변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공공 접근이 가능한 여러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구현했다”고만 설명했다. 국내 업체와 협력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출시 시점에 관한 의구심도 뒤따랐다. 게임 특성상 야외 플레이가 잦을 수밖에 없는데 굳이 한겨울에 출시했어야만 했냐는 지적이다. 데니스 황 이사는 이런 지적에 “한국에 와보니 정말 춥더라”는 식으로 답변해 현지 실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풍겼다.

일각에서는 포켓몬고 자체가 ‘불친절한 서비스’라는 것을 시인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설 연휴라는 게임 성수기를 노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개 명절에는 게임 이용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이 시점을 서둘러 겨냥한 탓인지 출시 초반 준비가 덜 된 모습도 노출했다. 일부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서는 포켓몬고가 다운로드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언틱은 이에 대해 “구글에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앱마켓에서 영어로만 게임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 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총괄이사가 포켓몬고 국내 출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나이언틱

'포켓몬 vs 리니지' 빅매치 성사

다만 이같은 문제들은 단기 해결이 가능한 것들로 보인다. 다른 국내 게임들도 출시 초반에는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계절 이슈도 마찬가지로 단기 악재로 보인다. 야외활동에 제격인 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포켓몬고가 국내 게임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놓을 것인가. 잠재력은 다분하다. 포켓몬고 글로벌 출시 이후 국내 게임 업계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IP(지식재산권)의 가치와 AR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제고가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제2의 포켓몬고를 만들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제 국내 게임사들은 포켓몬고와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 현재 게임시장은 리니지 천하다.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역사상 최대 성과를 올리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레볼루션과 포켓몬고의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레볼루션은 실적 면에서 포켓몬고에 뒤질 게 없다. 출시 첫달에 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역대급 진기록이다. 국내 출시로만 거둔 매출이라 의미는 더욱 빛을 발한다. 레볼루션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포켓몬고라는 강력한 적수가 등장했다.

포켓몬고는 국내 업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게임시장은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중심이다. 장르 편중 문제가 제기된 건 비교적 오래 전 일이다. 위치기반(LBS) 서비스와 AR을 도입한 새로운 차원의 게임인 포켓몬고가 국내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로운 흐름에 올라탄 국내 업체들도 다수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AR·VR 관련 기업은 2015년 400여개에서 지난해 800여개로 늘었다. 올해엔 1000개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출처=나이언틱

오프라인 경제와 시너지 '기대'

안전 문제도 중요한 지점이다. 해외에서는 포켓몬고에 몰두하던 이들이 인명사고를 당한 소식이 종종 들려왔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한 초등학생이 포켓몬고에 열중하며 도로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나이언틱은 문제가 불거지자 안전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미지 관리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 프레임을 깨고 실제 세상을 탐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중이다. 운동을 유발하는 건강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도 부각시킨다. 다만 ‘위험하다’는 꼬리표를 단번에 떼어버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포켓몬고가 단순히 게임 업계에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업체들에게 새로운 마케팅 창구로 기대를 받고 있다. 나이언틱과 제휴해 매장을 포켓몬고에 등장하는 체육관으로 지정할 경우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쉬워지는 까닭이다.

실제로 나이언틱은 해외에서 맥도날드, 스타벅스, 스프린트 등과 제휴를 맺었다. 포켓몬고가 모바일 AR 게임이라는 틀을 넘어 AR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다. 향후 오프라인 매장을 지닌 국내 업체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출시된 포켓몬고가 게임은 물론 그 이외의 영역에도 광풍을 몰고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