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4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53조33억원,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후폭풍을 빠르게 털어내는 상황에서 절정에 달한 반도체 경쟁력이 눈길을 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장기호황이라는 슈퍼 사이클의 초입에 들어선 상태에서 말 그대로 위풍당당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먼저 반도체다. 고성능·고용량 제품 공급 확대에 따른 메모리 실적 성장으로 매출 14조8600억원, 영업이익 4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머쥐며 최강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보여줬다.

낸드의 경우 고용량 48단 V-낸드 SSD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64단 V-낸드 공정 전환에 빠르게 전환된 전망이다. 고성능 서버용 SSD 등 프리미엄 시장 대응도 빠르게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D램은 고용량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공급을 늘려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앞으로 10나노급 D램 공정 전환을 본격화해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고용량·고성능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1분기에는 64단 V-낸드 공급 시작과 10나노급 D램 공급을 본격 확대하는 동시에 수익성 중심 제품 판매에 집중해 실적 향상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최소한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은 없어 보인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지난 2일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를 853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73억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0.3%의 증가폭이다. 나아가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21년 1099억 달러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장기호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확신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미소가 보인다.

시스템LSI 사업은 4분기에 중저가 모바일 AP 수요 견조세와 업계 최초 10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시 등을 통해 평타를 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10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14나노 제품기반의 오토모티브(Automotive)·웨어러블(Wearable)·IoT 등 제품 다변화와 이미지센서·DDI(디스플레이구동칩) 등의 제품 공급 확대를 통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향후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부분은 매출 7조4200억원, 영업이익 1조3400억원이다. OLED 판매 증가와 UHD 중심의 고부가 TV 패널 판매 증가로 인한 LCD 분야 실적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향상됐다는 후문이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부상하는 시장인 상태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크게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OLED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플렉서블 제품 공급을 늘려 전년 대비 실적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CD는 UHD·대형 패널 등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와 프레임리스(Frameless)·커브드(Curved) 등 차별화 제품 판매 확대를 추진해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비수기지만 고부가 가치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스마트폰 고객사들의 OLED 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중소형 OLED의 강자인 삼성의 존재감이 더욱 확실하게 강조될 전망이다.

▲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신화, 다시 시작이다
지난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IM부문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 23조6100억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S7 등 지난해 상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이 나름 방어전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 둔화가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강세를 부각시키는 한편 중저가 라인업의 시장 장악도도 올릴 전망이다.갤럭시A 및 J 시리즈의 어깨가 무겁다.

더불어 삼성 클라우드와 삼성페이 전략모델은 물론 다양한 소프트웨어 방법론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IM부문이 갤럭시노트7 악재를 빠르게 털고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분위기에 고무적이다. 다만 갤럭시S8이 올해 MWC 2017에서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후 상황은 더 살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삼성전자

CE, 계절적 영향
지난해 4분기 가전의 CE부문은 매출 13조6400억원, 영억이익 3200억원을 기록했다. TV의 경우,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 강화 속에 SUHD 및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확대됐지만 패널 가격 상승과 환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QLED TV의 야심찬 승부수를 던진 상황에서 계절적 변동만 잘 넘기면 여전히 한 칼이 있다.

생활가전은 전년 동기 대비 ‘애드워시’ 세탁기와 ‘셰프컬렉션’주방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은 성장했지만 B2B 부문 신규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프리미엄 B2B 시장 개척을 위한 숨 고르기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2017년 삼성전자 TV 사업은 QLED TV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확대에 역점을 두고, 생활가전은 ‘패밀리허브 2.0’ 냉장고, ‘플렉스워시’세탁기 등 혁신 제품과 스마트 가전 강화, B2B 투자 본격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1분기까지 다소 저조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나름의 잠재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어떻게 될까?
삼성전자의 지난해 시설투자는 25조5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발표한 수치인 27조원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가 13조2000억원, 디스플레이가 9조8000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과 메모리의 비중이 2:8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공세적 입장이 요구된다.

올해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어떨까. 일단 자체적으로는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대비 실적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10나노급 D램, 64단 V-낸드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시스템LSI는 고객사 다변화와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 10나노 제품 공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고부가 플렉서블 제품의 외부 거래선 공급을 확대하고, LCD는 수익성 개선에 노력할 방침이다. 분위기 자체는 고무적이다.

문제는 IM이다. 스마트폰 시장 둔화까지 겹치며 아직은 아슬아슬하다는 평가다. 제품 안정성 강화 등 소비자 신뢰 회복과 함께 디자인·기능 차별화와 AI 등 사용자 경험 강화를 통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절실하다. CE부문은 계절적 영향을 고려해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및 B2B 가전시장의 성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IoT·AI·전장사업 부상 등 IT 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 됨에 따라 부품 사업은 신규 수요가 확대되고, 세트 사업은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군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일단 고무적이다. 반도체의 경우,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용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전장·AI용 칩셋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OLED 분야에서도 스마트폰 폼팩터 혁신 등에 따른 고부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내외 정세 변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 M&A·시설투자 결정과 신성장 동력 발굴 차질 등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있어 어려움도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로 대표되는 몇몇 정치적 리스크도 유심히 살펴야 할 대목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총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시행한다. 거래량 등을 감안해 3~4회에 걸쳐 분할해 진행되고 매입 완료 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1회차 자사주 매입은 25일부터 시작해 3개월 내 완료될 예정이며 보통주 102만주, 우선주 25만 5천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지난 해 11월 발표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이다.

주당 보통주 2만7500원, 우선주 2만7550원의 2016년 기말 배당을 결의하기도 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2016년 주당 배당금은 2015년 대비 약 36% 증가한 수준이다. 2016년 총 주주환원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24조9000억원의 50%인 약 12조5000억원이며, 이 중 약 4조원이 배당으로 지급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