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문득, 외출 시 지갑 없이 휴대폰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웬만한 결제는 신용카드로 하면 되고 이미 모바일에 각종 페이로 인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 모두 모바일로 결제가 가능하니 현금이 꼭 필요한 경우만 안 만나면 가능하다는 생각에 종일 모바일로만 사는 것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도전!

먼저, 가족들과의 주말 생활을 위한 냉장고를 살펴보니 주말 먹거리 장을 봐야 할 때다. 당일 배송이 가능한 마트의 모바일 앱을 열어 금주의 전단의 할인 상품 중 필요한 것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오늘의 특가(딜) 상품 중에서 오늘만 할인 중인 상품을 추가적으로 담았다. 그런데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을 신청하려고 보니, 이미 토요일은 배송 가능시간이 모두 마감되어 일요일 오후에만 배송이 가능하다. 먹을 것이 떨어져 강한 컴플레인을 제기하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토요일을 먹을 것이 없이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있는 재료들로 반찬을 하고, 필요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마트 앱 장바구니에 담고, 내일 배송 가능시간 전에 먹을 식품은 오프라인 마트에 가서 사기로 했다. 간만에 주말 저녁 시간에 가족들 모두 시간이 가능하다고 해, 영화관 모바일 앱을 열어 영화 예매 순위와 평가 별점을 확인하고 좌석까지 지정한 후 음료와 팝콘까지 함께 할인받아 예매를 했다. 이전에는 카운터나 키오스크에서 지류티켓을 발급받아야 했으나, 예매한 팝콘은 매점에서 모바일 화면을 보여주고 ‘픽업’하고 영화 티켓은 ‘바로 티켓’으로 모바일로 티켓을 보여주고만 입장했다. 즐겁게 영화를 보고, 시네마 모바일 앱에 영화평과 별점을 빠르고 간단하게 ‘공유하고’, 저녁 야식과 일요일 아침을 위한 몇 개의 상품만 퀵하게 구매하려 마트에 갔다. 모바일 장바구니에 담았던 상품 중 구매하려고 보니, 오늘의 특가는 온라인에서만 오늘 추가 할인 중이어서 2개 구매하려니 금액 차이가 약 만원이 난다. 한 잔에도 5~6천원 하는 커피는 마시는데, 절약에 집착하는 주부정신이 살아나 해당 상품은 모바일로 주문하고 하루 기다려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지 않고, 간 김에 눈에 띄는 사고 싶은 상품을 절약한 금액보다 더 많이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약은 고객의 관점에서는 배송이 마감된 이후의 시간에 모바일로 주문하고 픽업할 수 있다면 모바일의 할인 혜택은 혜택대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해당 상품을 받거나 가져올 수 있는 온디맨드(On Demand) 수령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심 시간에는 집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모바일 메신저로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아파트에 붙어있던 할인쿠폰을 모바일로 사진 찍어 보여주면 제공해주는 할인을 받고, 오프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삼성 페이를 지문 인식 방식으로 열어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어 회사에 출근을 했다. 지갑을 가방에 넣고 다니지만, 지갑은 현금을 쓸 때만 필요하고 주요 카드와 신분증이 들어있는 카드 지갑만 들고 다닌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제, 그 카드 지갑마저도 필요 없다. 점심 먹고 결제도 모바일의 페이를 활용해 결제하고, 쌓여있는 멤버십 포인트도 모바일 월렛‧페이를 활용해 할인받고 적립하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퇴근 후, 회사 근처의 헬스 클럽에 갔다. 헬스 클럽의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하면 회원카드가 있어 출석 등록을 바코드 인식으로 할 수 있다. 더 이상 회원용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또한 주말에는 전국 체인인 헬스클럽의 지점 간 시스템 연결이 잘 되어 있어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점으로 가서 앱을 열어 회원 카드로 출석 등록을 하니 문제없이 등록이 된다. 토요일에도 회사 근처까지 가거나 운동을 건너뛸 필요 없이 집 근처에서 헬스를 할 수 있게 전국 지점이 잘 연결되어 있다.

자동차세 세금 고지서도 ‘세금납부’ 앱에서 신용카드의 간편 결제로 비밀번호만 넣고 해결! 추석 명절 기차표도 새벽에 일어나는 수고를 하기는 했지만,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온라인으로 결제하고 스마트폰 티켓으로 발권해 명절 시댁 방문 준비도 완료!

외출 중이나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으로 회사 이메일 확인 및 회신, 결재 승인도 가능!

모바일로 안 되는 것이 없다. 2주째 모바일로 살고 있지만, 현금을 쓸 일은 문상 가서 조의금 낼 때를 빼고는 없었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먹거나 쇼핑하거나 생활하는 데 있어 결제 및 적립, 회원 서비스 등 안 되는 것이 없다. 현금이 필요한 것도 이미 각종 페이를 이용해 송금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고, 다만 현금 대신 송금이 당연해지는 인식의 변화만 있다면 이 또한 현금을 내는 문화도 점차 사라져갈 것이다. 더 나아가서 실물 없는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처럼 가상 공간에서 유통되는 화폐가 지금의 실물 화폐를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실물 카드들은 모바일을 지나 스마트워치나 구글 글래스처럼 신체 어딘가에 입는 웨어러블 기기로 탑재되거나, 음성 인식으로 이 모든 것을 대행 처리해줄 수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도우미’로 변해갈 것이다.

유선전화로 통화하고 현금만 들고 다니던 시대에 태어나고 성장해서, 무선전화와 신용카드의 시대를 지나, 이 모든 것이 모바일 하나에 들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바일 랜드’에 살고 있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