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국세청이 고시한 전국 오피스텔·상업용 건물 기준시가에 따르면, 전국에서 단위 면적당 기준시가가 가장 높은 오피스텔은 '비선실세' 최순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엔폴루스'였다.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대리처방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은 차움병원도 입점해 있는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텔인 이 곳에서 최 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지난해 기준 피엔폴루스의 기준시가는 1㎡당 517만2000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피엔폴루스의 기준시가는 전년 508만6000원에서 8만6000원이 올랐다. 현재 이 오피스텔 272㎡(전용 138㎡) 매매 호가는 21억~22억원이다.

1월 중순을 지나 청담동 오피스텔 인근의 공인중개업체를 찾았다. 지난 2004년 분양해, 2007년 8월 입주해 올해로 10년이 된 오피스텔이지만 여전히 수요는 많고 매물은 드물게 나오고 있다.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명실상부 한국의 최고가 오피스텔이다보니 알만한 사람은 다 거쳐갔다고도 말할 수 있다"며 대기업 회장, 재벌 2세, 연예인 등의 이름을 줄줄이 댔다. 주민들은 오피스텔이 청담동 대로변에 있어 위치가 좋고 보안이 철저하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분양 당시에도 평(3.3㎡)당 23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오피스텔로 공개 분양 없이 '알음알음' 계약이 모두 완료돼 더 화제가 됐다. 심지어 임차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기해야 했다. 

피엔폴루스는 면적별로 173㎡,  183㎡, 262㎡, 272㎡, 384㎡ 등 총 가구수 92가구에 23층짜리 한 동으로 이뤄진 건물이다. 호텔식으로 꾸며진 로비를 들어서면 상주 보안직원이 방문객을 일일이 확인한다. 연한 베이지색으로 마감된 벽과 바닥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272㎡(전용 138㎡) 오피스텔의 첫 느낌은 전용률(약 50%)이 낮아 일반 82평형 아파트보다는 훨씬 작아보인다는 것이었다. 오피스텔 안에는 거실과 주방이 붙어 있는데, 다인용 아일랜드 식탁이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가른다. 주방은 고가의 서브제로 냉장고와 독일 쿠스한트 그릴 등 고급 빌트인 가전제품이 눈에 띈다. 

현관에서 바로 보이는 작은 방에도 옷방과 욕실이 딸렸다. 거실 옆 방은 서재나 옷방으로 쓸 수 있게 했다. 분양 당시 1대1 상담을 통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게 했기 때문에 집집마다 수납시설이나 방의 용도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안방은 특히 2면이 통유리로 돼 북쪽으로 한강과 압구정동, 멀리는 남산까지 보이고, 다른 쪽으로는 강남대로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 272㎡ 오피스텔은 현재 호가가 22억원이다.

같은 면적 오피스텔의 경우 월세는 보증금 1억원 700만~800만원선이다. 이보다 작은 183㎡형은 15억원대로 거래되며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400만~500만원선, 전세는 5~7억원이다.  

중개업체 관계자는 "월세 가격이 높지만 수요는 풍부하다"고 말했다. 주로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는 외국인 기업 임원 등이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임대해 쓴다. "자기들만의 리그가 있다고 할까? 친목 도모를 위해 친구나 친척들이 이웃으로 살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차움병원에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월빙 레스토랑 등에서 자주 만난다고 한다. 1층과 지하에 SSG마트와 수입 편집샵이 입점한 이후 외부 유입인구도 늘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부유층이 고가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상품 중 오피스텔이 가장 안정적이고 수익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전년대비 평균 3.84% 상승했으며 상업용 건물은 평균 2.57% 상승했다. 기준시가는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상속·증여할 때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오피스텔의 경우 모든 건물이 기준시가 정기 고시대상에 포함되며 상업용 건물은 연면적 3000㎡ 이상이거나 100호 이상 규모의 건물에 대해 고시가 이뤄진다. 고시된 기준시가는 올 9월1일 가격조사 기준으로 반영률은 80%가 적용됐다.

피엔폴루스가 위치한 강남구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격(3.3㎡)은 2014년 3월 1935만4000원에서 2015년 9월 1952만4000원, 지난해 9월 1988만500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임대수익의 경우에도 수익형 상가의 경우 5% 이하, 호텔이나 소형 아파트가 3% 수준이나 오피스텔은 5%로 이 중 가장 높다. 또한 오피스텔은 역세권 등 교통여건 등이 좋은 지역에 위치해 실제 투자가치에 비해 높은 가치의 착시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공급 주체인 건설사 입장에서도 오피스텔은 인허가 과정이 빠르기 때문에 공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공급 물량이 많아 1년 새 10만 실 이상 공급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피엔폴루스의 경우 오피스텔이라 전용률이 낮은 대신 지가 수준이 높고 차후 지가 상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도 오피스텔 공급이 집중됐 강남구나 용산구 등 부촌의 오피스텔 신규 분양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11.3 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 오피스텔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전문 애널리스트 K씨는 10년 이상 오피스텔을 규제한 적 없다고 말한다. 갈 곳없는 부동 자금이 은행 금리보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높은 오피스텔에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